‘미션’, ‘시네마 천국’, ‘황야의 무법자’ 등 숱한 명화의 영화음악을 만들었던 이탈리아 출신 음악가 엔니오 모리코네(Morricone·79)가 처음으로 한국을 찾는다. 그는 10월 2~3일 올림픽 공원 체조경기장에서 내한 콘서트를 갖고 자신의 음악을 직접 지휘한다. 2005년 예정됐던 내한공연이 주최측 사정으로 무산돼 한국 팬들의 기대는 더욱 크다. 공연에 앞서 이메일을 통해 만난 그는 “어떤 영화음악의 선율을 접할 때마다 그 영화의 주요 장면들이 당신의 머릿속을 스쳐 지나간다면, 그 영화음악은 성공한 것”이라며 “영화의 내용과 잘 맞으면서 관객의 공감을 끌어낼 수 있는 음악을 만들기 위해 평생 힘써왔다”고 했다.
많은 사람들 사이에서 영화음악감독의 ‘대명사’로 통하고 있음에도 오스카 트로피의 싸늘한 외면을 받았던 그는 2007년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평생 처음으로 수상의 영예를 안았다. 공로상이었다.
“전혀 기대하지 않았어요. 상을 기대하고 곡을 만들지는 않잖아요. 다섯 차례 오스카상 후보에 오른 것만 해도 행운이라고 생각했죠. 오스카상은 일종의 복권 추첨 같은 것이기도 해요. 하지만 제가 영화와 교감하며 일궈낸 작업 전체를 위해 이번 수상이 좀 특별한 의미를 갖고 있는 것도 사실입니다.”
1961년 데뷔해 클래식, 재즈, 록 등 다양한 장르를 망라해 400여 편의 영화에 독특한 감성을 덧입혀온 그는 유년 시절부터 클래식을 전공했다. 그런 그가 전문 영화음악인이 된 동기는 무엇이었을까. 모리코네는 ‘재정적 문제 때문’이었다고 털어놓았다. 쉽게 말하면 “먹고살려고 영화음악을 썼다”는 뜻이다. 그는 “(돈을 벌려고 많은 음악을 작곡했던) 초기에 만들었던 영화음악 중 일부는 제 기대에 못 미치는 것이 많았고, 그래서 본명이 아닌, 가명을 쓴 적도 있었다”고 했다.
엔니오 모리코네는 “ ‘그간 작곡한 영화음악 중 가장 마음에 드는 작품을 꼽아달라’는 질문에 한 번도 대답해본 적이 없다”고 했다. “ ‘여러 명의 자식 중 누구를 가장 아끼느냐?’를 묻는 것과 마찬가지거든요. 그러나 대체로 상업적으로 덜 성공했지만 영화와 잘 맞아떨어졌던 음악들에 더 마음이 가는 것은 어쩔 수 없습니다.”
팔순을 눈앞에 둔 나이에도 전 세계를 돌며 투어를 벌이는 엔니오 모리코네. ‘노익장(老益壯)’의 비결이 궁금했다. 그는 “끊임없는 작곡”이라고 했다. “매일 아침, 한두 시간씩 작곡을 한다”는 그는 “하나의 작업은 다음 작업을 할 수 있는 원동력이 된다”고 했다.
요요마의 엔니오 모리코네 헌정앨범 수록곡 뮤직비디오.
요요마와 모리코네가 협연하는 장면이 도드라진다. /서울음반 제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