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파트 한 채인데 상속세 1억?”…준비 없는 상속의 함정[세상만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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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정민 기자I 2026.03.08 10:11:18

서울아파트 중위값 11억5000만원, 10년새 2배 껑충
상속세 공제금액은 28년째 제자리..과세 대상 10년새 4배↑
상속세 납부 위해 집 팔거나 대출받으면 세부담 더 늘어나
동거주택공제 활용시 최대 11억까지 세금없이 상속
집 담보 대출받아 생활·의료비 지출하면 상속세↓

이데일리는 한국세무사회와 함께 국민들의 세금 상식을 넓히기 위한 기획 시리즈를 연재합니다. ‘세금 상식, 만가지 사연’을 다룰 <세상만사>에서는 현직 세무사들이 직접 접한 실제 사례를 통해 절세 비법을 전수합니다.

[이정근 세무법인 엑스퍼트 대표 세무사] “세무사님, 부모님 재산이라고는 서울 아파트 한 채뿐입니다. 그런데 지인이 상속세를 수억 원 냈다고 하더라고요. 설마 저희도 해당되나요?”

상담실에서 요즘 많이 듣는 질문이다. 부모님은 평생 한 집에서 살았고, 다른 재산도 없다. 그래서 대부분 이렇게 생각한다.

“상속세는 부자들 세금 아닌가요?”

결론부터 말하면, 절대 아니다. 서울 집값이 천정부지로 치솟은 지금, 아파트 한 채만 있어도 상속세는 누구나 마주칠 수 있는 현실이 됐다. 문제는 세금이 아니라 준비 없는 상속이다. 준비가 없으면 상속은 ‘세금 폭탄’일 뿐 아니라 자산 증발의 방아쇠가 된다.

서울서 아파트 한 채 물려받으면 상속세 1억원

KB부동산 주택가격동향조사에 따르면 서울 아파트 중위가격은 2026년 2월 기준 11억 5000만원이다. 2016년 2월 5억 3948만 원이었던 것과 비교하면, 불과 10년 만에 2배 이상 올랐다. 문제는 집값은 올랐는데, 상속세 공제금액은 수십 년째 제자리라는 점이다.

이러한 현실은 통계로 고스란히 드러난다. 서울의 상속세 과세 대상 인원은 2015년 2066명에서 2024년 7732명으로 4배 가까이 늘었다.

경기도 역시 같은 기간 1736명에서 6095명으로 3.5배 증가했다. 한때 일부 부유층의 이야기로 여겨졌던 상속세를 이제는 물려받을 재산이라고는 아파트 한 채뿐인 평범한 중산층 가정에서도 맞닥뜨리게 된 것이다.

상속세는 부의 대물림을 막고 조세 형평성을 실현하기 위한 세금이다. 그 취지는 누구나 공감한다. 그런데 문제는 현행 일괄공제 5억원이 1997년 도입 이후 28년째 단 한 번도 개정되지 않았다는 점이다. 집값은 2배 이상 올랐는데, 공제 기준은 그대로인 것이다.

서울에서 11억원짜리 아파트 한 채를 자녀에게 단독 상속하면, 일괄공제 5억원을 제외한 과세표준 6억원에 세율을 적용해 상속세는 약 1억~1억 2000만원이 된다. 아파트 한 채를 물려받기 위해서는 현금이 1억원 이상 있어야 한다.

집 팔거나 대출받아 상속세?..세금 더 늘어나

국가데이터처가 분석한 ‘2025년 가계금융복지조사 결과’에 따르면, 우리나라 60세 이상 고령층의 자산 중 부동산이 차지하는 비중은 81.3%에 달한다. 반면 금융자산이나 현금성 자산은 상대적으로 극히 적다. 부동산 말고는 물려줄 재산이 거의 없다는 얘기다.

문제는 바로 여기서 발생한다. 상속세는 현금 납부가 원칙이다. 상속받은 재산이 아무리 많아도, 납부할 현금이 없으면 세금을 낼 수가 없다. 결국 상속인 앞에는 두가지 선택지가 주어진다. 상속받은 부동산을 처분하거나, 담보로 대출을 받거나이다.

그런데 이 두 가지 선택은 또 다른 문제가 뒤따른다.

상속세를 낼 현금이 없어 부동산을 팔면 그 거래가격이 곧 ‘시세’로 인정돼 오히려 상속세 계산 기준이 올라갈 수 있다. 상속 후 6개월 안에 집을 팔면 그 매매가격을 시가로 판단하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아파트를 담보로 대출을 받아도 은행의 감정평가 과정에서 집값이 드러날 수 있다. 결국 세금을 마련하려다 집값만 높게 인정돼 세 부담이 커지는 상황이 생길 수 있다. 상속은 사전에 준비하는 것이 중요한 이유다.

동거주택 공제 최대 11억까지 세금없이 상속

합법적으로 세금을 줄이는 세 가지 방법이 있다. 가장 효과가 큰 게 ‘동거주택 상속공제’다.

부모가 살던 집을 자녀가 상속받을 때, 주택 가액의 100%(최대 6억 원)를 공제해주는 제도다. 일괄공제 5억 원과 합치면 최대 11억원까지 세금 없이 아파트를 물려받을 수 있다. 다만 요건이 까다롭다.

동거주택 상속공제를 받기 위해서는 몇 가지 까다로운 요건을 모두 충족해야 한다. 단순히 부모와 함께 살았다는 사실만으로 자동 적용되는 제도가 아니다.

첫째, 거주자 요건이다. 돌아가신 부모님(피상속인)이 상속개시일 현재 대한민국 거주자여야 한다. 해외에 장기간 거주하거나 비거주자로 판단되면 공제 적용이 어려워질 수 있다.

둘째, 동거 요건이다. 상속인이 되는 자녀는 상속개시일부터 소급해 최소 10년 이상 부모와 계속 동거해야 한다. 다만 자녀가 미성년자였던 기간은 동거 기간 계산에서 제외된다. 중간에 주민등록이 분리되거나 실제 거주 사실이 끊기면 요건이 깨질 수 있다.

셋째, 1세대 1주택 요건이다. 부모와 자녀가 상속개시일 기준으로 소급해 10년 동안 1세대 1주택 상태를 유지해야 한다. 이 기간에는 자녀가 별도의 주택을 취득하면 요건이 무너질 수 있다. 다만 무주택 기간은 인정된다.

넷째, 직계비속 상속 요건이다. 상속을 받는 사람은 부모와 동거한 직계비속(자녀)이어야 한다. 또한 상속개시일 현재 무주택자이거나 부모와 공동으로 1세대 1주택을 보유한 경우에 해당해야 한다. 배우자에게 상속되는 경우에는 이 공제가 적용되지 않는다.

집 담보 대출받아 생활·의료비 지출하면 상속세↓

상속 재산에 예금·주식·보험금 등 금융자산이 있다면, 금융재산의 20%(최대 2억 원)를 추가 공제받을 수 있다.

70대 이상 어르신들은 대부분 자산이 부동산에 묶여 있어 이 공제를 충분히 활용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생전에 부동산 자산 일부를 금융자산으로 전환해두면 이 공제를 누릴 수 있다.

피상속인의 배우자가 생존해 있다면 최소 5억원에서 최대 30억원의 배우자 공제가 적용된다. 다만 훗날 배우자가 돌아가실 때 ‘2차 상속세’ 문제까지 함께 시뮬레이션하는 게 중요하다.

부모님이 생전에 주택을 담보로 대출을 받아 생활비·의료비로 사용하시는 것도 절세 전략이 될 수 있다.

상속세는 상속 재산에서 피상속인의 채무를 차감한 금액에 부과되기 때문이다. 시가 11억 원 아파트를 보유한 부모님이 생전에 2억 원의 주택담보대출을 받아 사용하셨다면, 상속 재산은 9억 원으로 줄어든다.

단, 대출금을 자녀에게 넘기면 증여세 문제가 생긴다. 실제 생활비·요양비로 사용해야 한다는 걸 명심해야 한다.

아파트 한 채만 있어도 상속세가 나오는 시대다. 준비 없이 맞는 상속은 자산을 지키는 게 아니라 자산을 잃는 과정이 될 수 있다. ‘아직 멀었다’는 생각이 가장 위험한 생각이다. 주기적으로 체크하고 준비하시길 바란다.

■ 세상만사 실무 팁

① 지금 당장 상속 현황부터 파악하라

부모님의 자산 포트폴리오, 부동산 가격, 금융자산 규모, 부채 현황을 파악하고, 예상 상속세를 미리 시뮬레이션하라. 변수가 많은 만큼 전문가 상담을 먼저 받는 것이 현명하다.

② 동거주택 공제를 기대한다면 지금 실천에 옮겨라

10년이라는 동거 기간은 생각보다 길다. 합가 계획이 있다면 주민등록 이전을 서두르라.

③ 사전 증여와 상속을 함께 설계하라

사전 증여한 재산은 10년 이내면 상속세 과세가액에 합산된다. ‘많이 줄수록 좋다’는 단순한 생각보다, 상속과 증여를 함께 설계해야 진짜 절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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