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데일리 박원주 수습기자] 국내 주요 여행지에서의 바가지 논란이 끊이지 않는다. 관광객이 떠날 수 있다는 우려에 일부 상권에서는 자정활동이 이어지고는 있지만, 이번 연휴처럼 성수기를 맞으면 갑자기 상품 가격을 두 배로 올리는 곳을 찾는 것은 어렵지 않다. 이 때문에 해외로 여행을 떠나기로 마음을 굳힌 시민들도 상당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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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6일 오후 12시쯤 찾은 서울 종로구 광장시장. 이곳에선 바가지 논란을 잠재우려는 시도들이 포착됐다. 먹자골목에 위치한 식당들에는 ‘1인분 기준 15000원’ 등이 적힌 가격표가 달려 있었다. 유모차에 아이를 태우고 온 외국인 관광객 A씨은 “오늘 가격 때문에 황당하거나 바가지를 쓴 적은 없었다”고 말했다. 이날 오후 만난 조병옥 종로광장전통시장상인총연합회 이사는 “업장마다 가격표를 붙이도록 하고 주문했을 때 실제로 먹는 음식이 어떤지 모형을 만들어서 이것을 사진으로 볼 수 있도록 QR메뉴판도 제공하는 등 노력을 이어오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렇듯 자정 노력이 이어지고 있지만 일부 관광지에선 바가지로 의심되는 상황이 계속되고 있다. 추석 연휴 간 경주 숙박 시설이 대표적이다. 숙박 플랫폼으 통해 추석 연휴 기간(10월 3일~10월 9일)과 그 이후(10월 13일~19일)의 가격을 살펴본 결과, 경주 A호텔의 패밀리룸은 연휴 기간에는 1박당 40만원, 이후엔 12만원에 제공되고 있었다. B 숙박시설도 연휴 동안 1박 18만원, 이후엔 9만 2500원에 판매되고 있었다. 평소보다 많게는 3배 이상까지 지불해야 여행을 할 수 있다는 뜻이다. 경주 숙박업계가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 기간 폭리를 취한다는 비판에 정부가 불공정 행위 점검에 나섰지만, 아랑곳하지 않는 모양새다.
이럴거면 차라리 해외를 가지…전문가 “강력한 대응 필요”
이 같은 현실에 국내 여행을 계획하거나 다녀온 이들은 눈을 밖으로 돌리고 있다. 지난 4월 강원도 여행을 다녀온 이지수(24)씨는 다음 여행지를 해외로 가야겠다고 다짐했다고 했다. 여행을 끝내고 보니 생각 이상의 돈을 사용해서다. 이씨는 “묵호, 강릉 등 1박2일을 하며 40만원을 썼다”며 “KTX , 택시비를 제외하더라도 국내 여행으로 이만큼 돈을 쓴 것이 황당했다”고 말했다.
소비자 입장에선 바가지로 의심이 되더라도 피하기가 어렵다. 한 곳만의 문제가 아니라 주변 상권 전체의 문제일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이씨는 “여행 중 강릉 앞 카페거리에서 아메리카노 한 잔에 최소 6000원이고 해산물 가격도 비쌌다”고 했다. 이후 베트남 다낭에 3박5일 여행을 다녀온 그는 “(다낭에서) 90만원 정도 썼는데 음식값도 저렴하고 비행기 값은 왕복 13만원 수준으로 합리적이었다”고 했다.
외국인 관광객들은 바가지에 더 쉽게 노출된다. 소통의 어려움 떄문에 상인의 말을 믿을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올 추석에 남동생과 함께 한국에 관광을 오는 튀르키예인 히랄(25)씨는 “외국인에게 바가지를 씌우는 건 어디에나 있는 것 같다”며 “그래서 믿을 수 있는 현지 친구들에게 물어보거나 그들이랑 같이 여행을 다닌다”고 밝혔다.
전문가들은 끊이질 않는 바가지 논란에 공권력 강화가 불가피하다고 입을 모은다. 이은희 인하대 소비자학과 명예교수는 “바닷가 산책로 설치 등 지자체가 관광으로 지역경제를 활성화한다며 인프라를 마련하고 있지만 바가지 논란이 벌어지면 이게 물거품이 된다”며 “지자체의 공정경제과 등 관련 부서 과태료 처분 등을 세게 하는 게 중요하다”고 말했다. 최규환 동아대 관광경영학과 교수는 “끊이질 않는 관광지 바가지 논란을 해소하려면 이젠 법치 차원에서 강력한 대응이 필요하다”며 “적발되면 영업정지 처분을 2~3개월 내리는 내용을 담아 시의회 차원에서 강력한 조례를 만들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