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 오는날 '우산비닐' 쓰레기 산더미…"빗물털이기, 민간 확대해야"

조민정 기자I 2021.08.10 07:57:13

비닐류, 물기 있으면 재활용 불가…소각·매립
"우산비닐 쓰레기 더미 보면 마음 불편해"
2018년부터 서울시 공공기관 빗물털이기 사용
전문가 "정부가 민간기업도 사용하도록 해야"

[이데일리 조민정 기자] “미끄럼 사고 때문에 일회용 우산 비닐 커버 쓰는 건데, 빗물에 넘어져 다친 사람은 본 적이 없어요. 비닐 쓰레기만 너무 양산하는 것 아닌가요.”

비가 오는 날이면 각 상점·건물 입구에 배치되는 일회용 우산 비닐 커버. 건물 바닥 미끄럼 방지를 위해 널리 쓰이고 있지만 비닐류는 물기가 있으면 재활용이 불가능해 환경 파괴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비닐의 대안으로 ‘빗물털이기’도 있지만 현재 공공기관만 의무 사용하고 있어 민간으로 전방위 확산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비가 오자 한 빌딩 앞에 일회용 우산 비닐 커버가 나와 있다. 그 앞에는 비닐 커버가 버려져 있다.(사진=조민정 기자)
◇1년간 버려지는 우산비닐 1억장…폐비닐류 11%↑

환경부에 따르면 2020년 7월 기준 국내 폐비닐 적체량은 3만2700t으로 2019년 12월(3만1900t)보다 증가했다. 정부가 펼치는 ‘노 플라스틱’ 정책이 무색하게 바닥 미끄럼을 방지하기 위한 우산 비닐 사용량도 점점 늘어나고 있는 형국이다. 자원순환사회연대에 따르면 매해 국내에서 버려지는 우산 비닐 커버는 1억장에 달하는 것으로 전해진다.

우산 비닐은 비닐류에 속하기 때문에 물기가 남아 있으면 종량제 봉투에 버려져 매립되거나 소각된다. 우산을 씌우고 나면 비닐 내에 물기가 남아 있을 수밖에 없어 대부분 그냥 버려지는 셈이다.

시민들도 일회용 비닐을 마구 소비한다는 사실이 신경 쓰이지만 어쩔 수 없는 현실이다. 30대 여성 A씨는 “비가 오면 다들 우산 비닐 쓰레기 더미를 본 적이 있을 것이다”라며 “다들 쓰고 대충 놓고 가버리는데 이게 나중엔 흩날리게 되면서 건물 입구마다 널브러져 있어서 보기에도 안 좋더라”고 말했다.

가정주부 전모(39·여)씨는 “미끄럼 사고 때문에 우산 비닐을 사용하는 건 이해는 하지만 일회용이기 때문에 쓰레기 문제가 걱정된다”며 “생산비만큼 처리비용 또한 발생할 수밖에 없어 큰 손실이 발생하는 건 분명하지 않나”고 설명했다.

우산 비닐의 소재로 쓰인 고밀도폴리에틸렌(HDPE)은 폴리에틸렌(PE)의 밀도를 높여 만든 원료다. 내구성이 좋아 일반적으로 페트병 뚜껑, 플라스틱 상자 등에 사용되기도 한다.

폴리에틸렌은 매년 사용량이 증가하고 있다. 환경부 자원순환정보시스템에 따르면 2019년 기준 재활용으로 폐기된 폴리에틸렌은 각각 연간 판매량과 판매총액이 1만4919t, 91억8220만5000원으로 전년 대비 각각 4.36%, 6.60% 늘었다. 이는 매립 시 썩는 데만 최소 100년이 걸린다.

3일 오후 소나기가 내리자 한 카페에 빗물제거기가 놓여 있다.(사진=연합뉴스)
◇공공기관, 빗물털이기 도입…“민간기업도 보편화해야”

우산 비닐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서울시는 2018년부터 모든 공공청사와 지하철역에 우산 비닐을 사용하지 않는다. 대신 빗물털이기나 빗물 흡수용 카펫 등을 활용해 바닥 물기를 제거한다. 2022년 6월부터는 연면적 3000㎡(약 907평) 이상인 백화점·대형마트·복합쇼핑몰 등 대규모 점포에서 우산 비닐 사용이 금지된다.

그러나 중소 규모 이하 건물의 경우 아직 적용 대상이 아니라 더 확대할 필요가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자원순환사회연대 측은 “대규모 건물만 먼저 우산 비닐 사용을 금지할 이유가 딱히 없다”며 “현존 빗물털이기 정도면 충분히는 아니어도 상당 부분 물기를 제거할 수 있다”고 전했다.

빗물털이기가 외에 또 다른 대안을 계속 만들어야 한다는 목소리도 있다. 매일 도서관에서 공부하는 전모(26·여)씨는 전씨는 “빗물털이기에 세게 털면 물기가 제거되긴 하는데 사람마다 어떻게 하느냐에 따라 다르다”며 “빗물이 떨어지지 않도록 커버를 씌우는 ‘물받이 우산’ 같은 제품도 나오는데 이런 제품을 널리 사용하도록 하는 것도 좋은 방법”이라고 설명했다.

한편 전문가는 플라스틱 배출 감소를 위해 어느 정도 불편을 감수하려는 인식도 중요하다고 말한다. 김미화 자원순환사회연대 이사장은 “카페에서 일회용 컵을 쓰지 않고 텀블러를 사용하는 이들이 늘어난 것처럼 편하기 위해 일회용을 사용하는 철학 자체가 바뀌어야 한다”며 “생활 속에서 할 수 있는 작은 실천부터 해나가는 것이 중요하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여전히 많은 민간기업·중소기업은 우산 비닐을 당연한 듯 사용하고 있는데 정부 차원에서 다양한 방법을 강구해 사용량을 줄이도록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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