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용의 혀` 닮은 용설란으로 증류한 메스칼
술 농도 가늠하려고 넣었던 유충인데
지금은 마케팅 용도로 일부러 넣어서 판매
[이데일리 전재욱 기자] 다육식물 용설란(龍舌蘭)은 생김이 용의 혀를 닮아서 이름 붙였다. 알로에와 같이 아스파라거스목(Asparagales)에 속하는 사촌지간이다. 크게는 2미터까지 자라고 줄기 끝에는 가시가 달렸다. 한국에서는 관상용으로 기르는데, 원산지 멕시코에서는 이걸로 술을 담근다. 현지 술 증류주 메스칼(Mezcal)의 원재료다. 익숙한 데킬라가 메스칼의 한 갈래이다. 용설란 가운데 블루 아가베(Agave tequilana) 종을 써서 할리스코(Jalisco)와 과나후아토(Guanajuato)주에서 만든 메스칼을 데킬라로 친다.
| 용설란(사진=위키백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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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원을 거슬러가면 술은 우연하게 탄생했다. 멕시코 사막에서 자라는 용설란이 태양볕에 말라 죽었는데, 불볕에 노출된 줄기에서 수액이 끓어오르면서 익어갔다. 증류주를 만드는 방법과 유사하다보니 이 과정에서 알코올 도수가 생성돼 술로 변했다. 주변을 지나던 이가 수분을 섭취하려고 죽은 용설란 줄기를 베어 물었는데, 그 맛이 일품이었다. 이렇게 술맛을 알게 되고 용설란을 증류해서 술로 만들기 시작했다. 그렇게 메스칼이 탄생했다고 한다. 기원은 정확하지 않지만 스페인 식민지배를 받던 16~17세기로 추정된다.
| 메스칼 웜.(출처: vinepair)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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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판용 메스칼에는 병속에 구더기나 유충따위가 들어가 있다. 재료로 쓰이는 아가베 용설란에 기생하는 아가베 웜(Agave worm)이 달려들어간 게 시초라고 하는데, 비위생적이라고 걱정할 만한 일은 아니다. 증류 기술이 부족하던 시절 벌레를 넣어서 알코올 도수를 측정했다고 한다. 벌레가 온전하면 술도 마시기에 적당하다는 식이다.
지금은 메스칼에 유충을 일부러 넣어서 판매한다. 유충이 몸에 좋다는 이도 있고, 혹자는 술 맛에 풍미를 더한다고 좋아한다. 일각에서는 이 벌레를 행운으로 상징으로 여기기도 한다. 여하한 이유에도 그냥 상술로 보는 게 대체적인 평가다. 일행과 함께 메스칼을 맛는 상황이라면, 마지막 술잔을 따르면서 이 벌레를 누가 먹을지를 정하는 것도 이 술을 즐기는 방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