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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자, 배달 수요 냉동으로 넘어올까…오뚜기·CJ·풀무원 각축전

이성웅 기자I 2020.03.16 06:30:00

냉동 피자 시장, 지난해 3년 만에 역신장
질기고 딱딱한 도우와 빈약한 토핑에 소비자 등 돌려
오뚜기·CJ제일제당·풀무원, 품질 재정비해 반등 노려
“피자 시장, 수년 내 2000억원 규모로 커질 것”

[이데일리 이성웅 기자] 식품업체들이 지난해 식었던 냉동 피자 시장에 다시 불을 붙인다. 향후 이 시장이 2000억원 규모로 성장할 것으로 전망돼서다. 이에 식품업체들은 배달 피자 수요를 냉동 피자로 돌려세우기 위해 해외 기술력을 동원하고 있다.

풀무원 ‘노엣지·크러스트’ 피자.(사진=풀무원)
15일 식품업계에 따르면 지난해 냉동 피자 시장 규모는 약 600억원대로 추정된다. 냉동 피자 시장은 2016년 198억원 규모로 형성되기 시작해 2018년 952억원으로 고속성장했다. 그러다 지난해 전년 대비 30% 가량 줄어들었다.

식품업계에선 이 같은 시장 축소의 이유로 ‘맛 품질 한계’와 ‘제조기술력 부족’을 꼽았다. 2016년 시장 초기 당시엔 1만원도 안되는 저렴한 가격에 피자 한판을 먹을 수 있다는 점이 매력적이었지만, 추가 구매로 이어지지 않았다는 분석이다.

냉동 피자 특성상 전자레인지에 돌리면 오히려 도우가 질기거나 딱딱해지기 일쑤였다. 또 전문점 피자만큼 토핑이 풍성하지 않아 소비자들을 만족시키기 어려웠다.

실제로 2017년엔 시장 규모가 880억원으로 전년 대비 4배 이상 성장했지만, 정점을 찍었던 2018년엔 전년 대비 8% 성장하는 데 그쳤다. 이마저도 1·2분기에 성장이 집중되고, 연말로 갈수록 판매가 둔화됐다.

시장이 쪼그라들고 있지만 식품업계 입장에서 냉동 피자는 포기할 수 없는 시장이다. 약 1조원대로 추정되는 배달 피자 수요의 20%만 가져와도 2000억원대 시장이 형성되기 때문이다. 실제로 피자 문화가 발달한 미국과 유럽에선 피자 전문점에 직접 가서 먹는 수요가 배달을 거쳐 냉동으로 넘어오는 추세다.

이 때문에 식품업계에선 냉동 피자 품질 개선에 집중하고 있다.

가장 먼저 나선 곳은 지난해 신제품을 출시한 풀무원이다. 풀무원은 2년간의 개발 과정을 거친 끝에 이탈리아와 미국에서 최신 피자 기술을 들여와 ‘노엣지·크러스트 피자’를 출시했다.

노엣지 피자는 피자 끝까지 토핑을 풍부하게 덮은 제품이다. 크러스트 피자는 피자 전문점에서 먹는 치즈 크러스트 피자나 고구마 크러스트 피자를 냉동 피자로 구현했다.

레드 바론 딥디쉬 피자.(사진=CJ제일제당)
풀무원 신제품은 출시 두 달 만에 판매량이 100만판을 넘어섰다. 이에 풀무원은 올해 목표치를 당초 150억원에서 300억원으로 두 배 늘리고 시장 2위인 CJ제일제당을 바짝 쫓을 계획이다.

반면, CJ제일제당은 지난해 글로벌 인수합병(M&A)의 성과를 십분 활용해 풀무원의 추격을 뿌리칠 방침이다.

CJ제일제당은 지난해 인수한 미국 슈완스의 대표 피자 브랜드 ‘레드 바론’을 국내에 선보였다. 1976년 출시된 레드 바론은 정통 미국식 피자 브랜드로 한해에 냉동 피자로만 1조원이 넘는 매출을 올리고 있다. 미국 시장 점유율은 네슬레에 이어 2위다.

오뚜기 ‘콤비네이션 피자’(사진=오뚜기)
또 슈완스 피자 기술 노하우와 CJ제일제당의 제조 역량을 집약해 기존 CJ제일제당의 냉동 피자 브랜드인 ‘고메’를 개선할 계획이다. 또 주문자상표부착생산(OEM) 방식으로 제조하던 것을 올해 하반기부터 진천 공장에서 생산한다.

55%로 국내 냉동 피자 점유율 1위인 오뚜기도 품질 개선에 나선다. 오뚜기는 앞서 냉동 피자 시장을 열었던 ‘오뚜기 피자’를 저온 숙성 도우와 자연치즈로 개선해 맛을 살렸다. 이를 통해 시장 과반 점유 체제를 공고히 한다는 계획이다.

식품업계 관계자는 “이전까진 시장 참여자도 많지 않아 제대로 된 경쟁이 이뤄지지 않았지만 올해는 풀무원과 함께 대형마트도 자체 브랜드(PB) 상품으로 냉동 피자 시장에서 함께 경쟁하게 된다”며 “냉동 피자 시장은 올해 반등해 수년 내 2000억원 규모까지 커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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