묘하게 비슷한 구석이 있는 K7 프리미어를 만나기 위해 시승차가 모여 있는 경기도 파주로 향했다. 최근 현대기아차 행보에 맞게 페이스리프트지만 풀 모델 체인지에 버금가는 변화를 거친 것이 특징이다.
가장 먼저 시선을 사로잡는 라디에이터 그릴은 기존보다 면적을 크게 넓혔다. 그릴 안쪽 살의 두께를 키우고 꺾이는 부분을 두 번에서 한 번으로 줄여 입체감이 더욱 두드러진다. 그릴 양 옆으로 연결된 헤드램프와 통일감도 높였다.
LED 헤드램프는 더 얇아져 날렵해지고 내부 그래픽을 바꿔 세련미를 더했다. 주간주행등의 ‘7’자 형태를 램프 바깥쪽에 배치해 밋밋하게 보였던 기존과 달리, 그릴을 타고 흐르는 디자인으로 바꿔 독특한 느낌을 준다. 이 덕분에 멀리서 봐도 존재감이 확실하다.
범퍼 디자인 역시 더 공격적으로 변경했다. 기존 4구 LED의 아이스큐브 안개등을 삭제하고 그 자리에 송곳니를 연상케하는 방향지시등을 넣었다.
측면은 변화가 거의 없다. 마이너체인지의 한계를 보여주는 증거다. 대신 전후방 범퍼디자인을 살짝 늘리면서 전장이 25mm 정도 길어졌다. 제네시스 G80보다 길다. 차급의 경계가 갈수록 모호해진다. 새로운 디자인의 19인치 휠은 이전에 출시된 더 뉴 K5의 스퍼터링 휠과 비슷하다. 전반적으로 굵은 선이 돋보이는 외관과 잘 어울린다.
다만 방향지시등을 벌브타입으로 유지한 것은 아쉬운 부분이다. 실제로 보니 점등된 LED램프와 방향지시등의 이질감이 더 크게 느껴진다. 또 기존 모델과 마찬가지로 리어램프가 너무 높게 배치돼 다소 붕 뜬 느낌이 드는 것도 여전하다
하단 대구경 듀얼머플러는 스포티지 더 볼드와 마찬가지로 훼이크다. 진짜 머플러는 범퍼 안쪽에 숨겨져 있다. 오래되지 않은 과거에 ‘친환경’느낌을 내고자 머플러를 숨기는 경우가 있었는데 유행은 돌고 도는 것일까. 최근 벤츠, 아우디 등 다양한 브랜드가 사용하는 방식이지만, 머플러가 멀쩡히 양갈래로 있음에도 애써 숨겨놓고 장식으로 대체한 것을 소비자가 좋게 받아들일지는 의문이다.
여기에 다양한 색상을 지원하는 앰비언트 라이트가 더해져 야간 주행에 즐거움을 더한다. 전반적으로 손이 많이 닿는 곳곳에 피아노 블랙 내장이 쓰였는데 오염과 흠집에 취약하고 반사가 잘 일어나 득 보다는 실이 커 보인다.
운전석 시트는 쿠션이 부드러운 편이다. 조절범위가 넓고 허벅지 받침까지 전동으로 연장할 수 있어 안정적인 자세를 연출할 수 있었다.
계기판을 통해 차량에 관한 각종 설정을 제어할 수 있던 기존 모델과 달리 메뉴 상당수를 터치스크린으로 옮겼다. 방향지시등 점등 시 사각지대를 비춰주는 후측방 카메라도 적용됐다. 꽤나 유용한 기능이지만 차선 변경 때 습관적으로 고개가 돌아가 막상 계기판을 보는 일은 드물었다. 최근 빠르게 보편화되고 있는 HUD는 화질과 표시되는 정보에 아쉬움이 없다.
‘자연의 소리’라는 범상치 않은 기능이 최초로 탑재됐다. 계곡 물소리, 잔잔한 파도소리, 모닥불 소리 등 소위 ‘백색소음’을 들려준다. 운전자의 심신안정에 도움을 줘 ‘로드레이지’를 방지하는 효과가 있다고 한다. '믿거나 말거나'일까. 백그라운드 재생 기능이 없는데 이왕이면 원하는 음악과 함께 들을 수 있으면 더 좋지 않았을까.
쏘나타에 먼저 선보였던 빌트인캠도 추가됐다. 기어 레버 뒤에 자리한 버튼을 누르면 앞뒤로 10초간 녹화된 클립이 따로 저장되어 스마트폰 등으로 전송 받을 수 있다. 다만 현재 QHD, UHD까지 보편화 되고 있는 블랙박스 화질을 생각하면 전방 FullHD, 후방HD 화질은 아쉽다. 짧게는 2년에서 길게는 10년까지 운행하는 자동차의 특성을 고려할 때 현재의 화질은 부족한 감이 있다.
투박했던 이전의 버튼은 무광 크롬을 덧대 깔끔하게 정리했고 조작감도 좋아졌다. 아날로그 시계는 아쉽게도 삭제됐다. 공조장치 조작부 역시 같은 스타일로 다듬었고 별도의 화면이 추가돼 시인성이 높아졌다. 다만 온도조절과 풍량조절은 모두 토글방식인데 조작편의성이 다소 떨어진다.
그밖에 쏘나타에 탑재돼 좋은 반응을 얻었던 조수석 릴렉스 컴포트 시트는 탑재되지 않았다. 그랜저 페이스리프트 모델을 위해 남겨둔 것으로 보인다. 여태 왜 없었는지 의아한 전좌석 상하향 풀오토 윈도우가 드디어 탑재됐고 개방감이 좋은 파노라마 썬루프도 좋은 구성. 차광막 커버 닫히는 속도가 전세계 브랜드 중 가장 빠르지 않을까 싶다.
시트는 등받이 각도도 꽤나 누워있다. 편안하지만 시트 방석 길이가 다소 짧게 느껴져 아쉬웠다. 여유롭다 못해 광활하기까지 한 레그룸을 조금 희생하더라도 시트 길이를 늘렸으면 좋았겠다. 헤드레스트가 상당히 말랑해 머리를 편안하게 받쳐준다. 최근 플래그쉽 세단에 흔히 제공되는 ‘목 배게’ 수준이다. 너무 부드러운 나머지 속에 있는 철제 프레임이 만져질 정도다.
이밖에 암레스트 버튼, 후방 전동 블라인드, 측면 수동커튼, 뒷좌석 열선 등 편의장비도 넉넉하게 챙겼다. 뒷좌석에서도 후방 블라인드를 열고 닫을 수 있는 버튼이 없는 게 아쉽다. 이글거리는 뙤약볕아래 진행된 행사라 그런지 2열 통풍시트 부재도 아쉽게 느껴졌다. 사장님용 차라기 보다는 오너 드라이버 콘셉이 그대로 드러난다. 충전용 USB 포트 2구개 달렸는데 원가절감인지 커버는 없앴다. 암레스트 수납공간 안쪽에 12V 아울렛이 하나 있다.
트렁크 역시 기존의 넓은 용량 그대로다. 열림버튼이 어디 있나 한참 찾았는데 최신 현대차와 마찬가지로 기아 엠블럼을 눌러 여는 방식으로 변경됐다.
운행 환경에 따라 답력을 조절할 수 있는 스티어링 휠은 기존 모델에 비해 응답성이 향상됐다. 거진 5m에 달하는 차체를 가뿐하게 제어한다. 다만 시승차인 3.0L 모델에는 R-MDPS(랙 타입)가 적용됐지만, 주력인 2.5L 모델은 기존의 C-MDPS(칼럼 타입)가 들어간다. 약간의 차이가 예상된다. 차급이 아닌 트림에 따라 파워스티어링 타입에 차이를 둔 것이 아쉽게 느껴진다.
왕복 약 160km 가량을 주행하며 기록한 평균 연비는 10.1km/l다. 고속주행이 대부분이었지만 시승 간 급가속 등 과격한 주행이 자주 동반됐음에도 공인연비를 뛰어넘는 준수한 수치를 보여줬다.
K7 프리미어의 경쟁력은 단연 디자인이다. 오히려 그랜저와 많은 요소를 공유하기에 K7 프리미어의 뛰어난 디자인이 돋보일 수도 있다. 다행히 시장의 반응도 호의적이다. 사전계약 열흘 만에 약 1만여 대가 계약되면서 그랜저의 지난달 판매량을 뛰어넘었다.
상대도 호락호락하지는 않다. 마찬가지로 그랜저 역시 풀 모델 체인지급 변화와 함께 올해 말 출격을 준비하고 있다. 그랜저 페이스리프트의 출시를 기다리며 구매결정을 유예하는 예비고객도 적지 않다. 한 지붕 두 가족의 싸움이지만 K7 프리미어가 그랜저의 공세를 잘 막아낼 수 있을지, 반년 천하로 끝날지는 뚜껑을 열어봐야 알 일이다.
한 줄 평
장점: 준대형 세단의 안락함과 매력적인 외관 디자인..현대보다 잘 한다!
단점: 먼지 잘 끼는 피아노블랙 너무 과하다. 속 보이는 옵션 구성은 연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