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이징= 이데일리 김인경 특파원] 2020년의 북한은 어떤 모습일까. 남북정상회담과 북미정상회담을 앞두고 북한이 체제 보장을 전제로 경제를 개방할 가능성이 점쳐지고 있다. 남북정상회담을 일주일 앞둔 20일 전문가들은 김정은 북한 국방위원장이 어떤 모습으로 굳게 닫아놓았던 북한 경제의 문을 열지 주목하고 있다.
중국형 경제개방은 1979년 덩샤오핑이 주도했다. 당시 중국은 외국 자본을 끌어오고 중국식 사회주의를 모색하기 위해 선전과 주하이, 산터우, 샤먼 등을 경제 특구로 지정하며 외국인 투자자의 자유로운 기업 활동을 보장했다. 닫혀있던 중국의 문이 열리자 세계는 열광했다. 개혁개방 초기인 1983년엔 대중국 외국인 투자는 6억달러에 불과했지만 1995년에는 380억달러에 달하게 된다. 일부 지역에 한해 외국인 투자의 자율권을 주는 식으로 경제의 문을 연 게 중국식 개혁개방이다.
실제로 김 위원장은 지난달 베이징을 방문해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 회담한 다음 날 중국형 실리콘밸리 중관춘(中關村)을 방문했다. 이 자리에서 김 위원장은 중국의 개혁개방을 높게 평가한 바 있다. 뿐만아니라 김 위원장은 최근 쑹타오 중국 공산당 대외연락부장을 만나 “중국의 경험을 배우고 싶다”는 말을 하기도 했다. 왕샤오커 중국 지린대 동북아연구소 교수는 “북한은 줄곧 중국을 학습하고 모방해 왔다”며 중국식 개혁개방을 모방할 가능성이 크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북한이 중국식 개혁개방을 추진하며 친(親) 중국 행보를 택하면 미국과 중국 사이에서 균형을 잡기 어려울 것이란 지적도 나온다. 최근 김 위원장의 외교 방식을 미뤄볼 때 북한은 한쪽으로 기우는 방식을 선택하기보다 미·중 사이의 ‘줄타기’를 모색하며 북한의 몸값을 높이려 할 것이라는 이유에서다. 게다가 그동안 북한과 중국의 관계가 악화됐을 때, 북한이 중국을 더러운 자본주의에 오염됐다고 맹비난한 점을 감안하면 베트남형 개혁개방을 택할 것이란 관측이 커지고 있다.
베트남은 1986년 제6차 공산당대회에서 ‘도이모이’를 제시하며 개혁개방을 제시했다. 도이모이란 ‘변경한다’는 뜻의 도이와 ‘새롭게’라는 뜻의 모이가 합쳐진 베트남어로 공산당 1당 체제를 유지하면서 사회주의적 경제발전을 이루겠다는 것이다. 특구를 지정해 일정 지역에 자율성을 부여한 중국과 달리 베트남은 정부(당)가 직접 외국기업과 투자자를 선정했다. 그만큼 정부(당)의 힘이 강할 수밖에 없다.
이미 북한 수뇌부는 체제 보장을 요구하며 일당 독재와 현 김정은 정권의 안전을 보장받으려 하고 있다. 시장이나 일부 지방에 자율성을 주기보다 당이 주도권을 갖는 방향을 선택할 것이란 관측이 힘을 얻는다. 중국의 경우 개혁개방 이후 당이 주도권을 잃으며 톈안먼 사태까지 겪었던 만큼 체제 보장에 예민한 북한이 중국형 모델을 선택하진 않을 것이란 설명이다. 김준형 한동대 교수는 “베트남식 개방은 국가가 완전히 장악하는 것으로 당의 통제가 가능하다”며 “북한이 중국식보다는 베트남식 개방개혁 모델을 선택할 가능성이 크다”고 설명했다.
한 베이징 외교소식통은 “그동안 북한의 행보를 보면 베트남과 중국을 혼합한 독창적 형태의 경제 개방 가능성도 있다”며 “개방에 대한 의지는 분명해 보이는 만큼, 향후 북한의 구체적인 모습은 남북정상회담 이후부터 조금씩 드러날 것이라 기대한다”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