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테니스는 프로스포츠로선 외면받았지만 한 때 500가구 이상의 아파트 단지에는 의무적으로 테니스장을 설치해야 하는 법이 있을 정도로 인기 아마추어 스포츠 중 하나였다. 하지만 이형택(42) 이후 스타 선수의 부재로 인기는 급격히 떨어졌고 이명박 전 대통령의 ‘황제 테니스 논란’ 등은 그나마 남아있던 불씨에 찬물을 끼얹은 꼴이 됐다.
정현이 24일 호주오픈 테니스대회에서 테니스 샌드그렌(미국)을 꺾고 4강 진출을 확정하자 분위기는 급격히 살아났다. 국내 한 포털사이트의 실시간 검색어는 한때 1위부터 20위까지 테니스 관련 검색어로 도배됐다. 대한테니스협회(KTA)에 따르면 정현의 8강전 경기 인터넷 중계 동시접속자는 순간 최대 68만명에 달했다. 프로야구 한국시리즈 동시접속자(약 80만명)와 비슷한 수치다. 시청률 조사 회사 닐슨코리아에 따르면 정현의 8강전 TV 중계 시청률은 전국 평균 5.0%를 기록했다. 같은 시간대 지상파·종편·케이블 포함 최고 시청률이었다.
박세리의 활약에 ‘세리키즈’인 박인비, 신지애(이상 30)가 탄생했고 김연아(29)의 활약에 ‘연아키즈’인 유영(14), 최다빈(18)이 나왔 듯, 테니스계는 벌써 ‘정현 효과’를 실감하고 있다. 대한테니스협회(KTA)가 운영하는 장충 장호체육관에는 하루에도 수십 통의 레슨 문의 전화가 이어지고 있다.
KTA 홍보팀 이성재 팀장은 “테니스를 처음 배운다는 분부터 다시 시작하고 싶어하는 분들의 문의 전화가 이어지고 있다”고 전했다. 또 “언론사에서도 자주 문의전화가 온다. 국민의 관심이 피부로 와 닿는다”고 덧붙였다.
기업들의 투자도 잇따를 것으로 보인다. 테니스 업계에 정통한 한 관계자는 “국내에서 가장 인기 많은 개인 종목 중 하나인 골프는 이미 포화상태다. 새로운 마케팅 통로를 찾던 몇몇 기업들은 이미 테니스를 주시하고 있었다”며 “이번 정현의 활약으로 기업들이 다른 인기 스포츠와 마찬가지로 테니스 유망주 육성에도 적극적으로 나설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