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험업황이 점차 악화하고 있지만 손해보험업계는 그동안 자동차 보험료를 크게 인상한데다 사고율이 낮아지면서 손해율이 대폭 개선됐기 때문이다.
◇중소형 손보사들도 보험료 인하 속속 가세
7일 손해보험업계에 따르면 더케이(The-K), 악사(AXA)손해보험, 흥국화재 등 중소형 손해보험사들이 시장점유율 확보를 위해 자동차보험 가격 인하에 나섰다. 악사 손보는 지난 3월 차보험료를 평균 1% 인하한 데 이어 여름 휴가철 이전에 추가 인가 여부를 확정, 발표할 계획이다. 앞서 지난 4월 더케이손보도 개인용 자동차보험료를 평균 2.1% 끌어내렸다.
자동차보험 인하 바람은 리딩 보험사인 삼성화재로부터 시작됐다. 지난해 말 2.3% 깜짝 인하했다. 이어 한화손해보험이 올 1월 업무용 차 보험료를 소폭 내렸으며 메리츠화재도 이달 1일부터 개인용 자동차 보험료를 0.7% 인하했다.
손보사들은 여기에 추가 할인 특약을 통해 운전자들의 부담을 줄여주기로 했다. 흥국화재가 지난달 16일 자녀할인 특약을 출시했고 더케이손보도 지난달 30일부터 동일 상품 판매를 시작했다. 악사손보는 업계 최초로 자녀할인 특약 범위를 만 7세 이하에서 만 8세 이하로 기준을 늘리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앞서 대형사들 중에서는 현대해상이 4월1일부터 할인율을 최대 32%까지 확대했고, KB손해보험도 기존 15~23%에서 21~35%로 할인율을 높였다. 삼성화재는 지난달 11일부터 마일리지 특약 할인율을 15~23%에서 22~37%로 확대했고, 메리츠화재도 이달 1일 책임개시 계약건부터 2만km 구간을 신설하고, 할인폭도 최대 33%까지 늘렸다.
◇차보험 가격 인하 압박 거세져
중소형 손보사들은 대형사에 비해 우량고객이 적어 마진폭이 낮지만 최근 손해율 개선으로 인하 여력이 생긴데다, 대형사 가격 인하로 고객들을 빼앗기고 있어 울며 겨자먹기로 가격 인하에 동참하고 있다. 삼성화재와 동부화재, 현대해상, KB손보 등 빅4 손보사들의 점유율은 2015년 말 76.5%에서 지난해 말 79.1%로 2.6%포인트 늘었다. 가격 경쟁이 본격화된 지난 1분기 80.2%까지 확대됐다.
각종 특약을 통해 차보험료 할인을 받을 수 있는 혜택을 늘렸음에도 지난해 전체적인 가격 인상으로 손보사의 이익이 크게 는 것도 가격 인하 요인 중 하나다.
보험개발원에 따르면 개인용 자동차 한 대당 평균 보험료는 2014년 59만9000원에서 지난해 68만4000원까지 3년간 14.2%나 올랐다. 여기에 지난해 겨울 폭설, 혹한 등이 많지 않아 사고율이 떨어지면서 손해율은 전년 동기 대비 4.2%포인트 떨어진 78%를 기록했다. 지난 1분기(1∼3월) 손보사들은 만성적자를 내던 차보험 분야에서 흑자(907억원)를 내면서 전년 동기 대비 32.8% 늘어난 1조2025억원의 수익을 냈다.
전용식 보험연구원 동향분석실 실장은 “대형사들은 지난해 대물보상제도 개선 등으로 손해율이 개선돼 인하 여력이 있어 보험료를 낮춘 것으로 볼 수 있지만 중소형사들은 여력이 크지 않은데도 대형사로 고객이 이탈하다 보니 가격 경쟁에 동참하는 측면이 있다”며 “앞으로 손해율 개선세가 유지된다면 대형사를 중심으로 한 보험료 인하 여력은 더 클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보험업계 관계자도 “최근 손해율이 큰 폭으로 개선됨에 따라 차보험료 인하가 보험업계 이슈로 떠오르고 있다”며 “점유율 경쟁을 위한 자발적 인하 동참은 물론 손보사가 사상 최대 이익을 이어갈 경우 의무보험인 차보험 가격 인하 압박도 거세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보험업계의 다른 관계자는 “우량고객이 적어 합산비율이 높은 중소형보험사까지 가격경쟁에 가담할 경우 손익에 대한 우려는 있다”며 “인하여력이 큰 대형손보사들에 비해 중소형사들은 사업비 효율화, 인수심사 강화 등을 통한 손익관리에 만전을 기울여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용어설명 : 손해율
보험회사가 거둬들인 보험료 중 교통사고 등이 발생했을 때 피해자에게 지급한 보험금의 비율. 자동차보험 손해율은 보험회사의 영업수지를 결정하는 대표적인 지표로 78% 이상이면 적자, 그 이하면 흑자를 내는 것으로 추정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