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코노탐정]정태수·최순영·조동만 등 10명이 7740억 체납

[이데일리 이성기 기자] “모든 국민은 법률이 정하는 바에 의해 납세의 의무를 진다.”

‘납세 의무’를 규정하고 있는 헌법 제38조 내용이다. 최근 인기리에 막을 내린 케이블채널 드라마 ‘38사기동대’와 서울시 체납징수전문 조직 ‘38세금징수과’ 명칭의 ‘38’은 이 헌법 조문에서 가져왔다.

드라마 속 세금징수 공무원 백성일 과장(마동석 분)은 “금수저든 흙수저든 세금, 이거 하나는 공평하게 내자”고 입버릇처럼 말하지만 현실과 이상의 괴리는 크다. ‘공평과세를 통해 조세 정의를 구현하겠다’는 과세당국 의지를 비웃기라도 하듯, 5억원 이상 국세 체납자가 해마다 수천 명에 이른다.

17일 국세청에 따르면 지난해 5억원 이상의 국세를 1년 이상 체납한 고액·상습체납자는 2226명(법인 700곳 포함)이다. 체납액은 총 3조 7832억원으로 1인(업체)당 평균 17억원이다.

국세청은 매년 홈페이지를 통해 고액·상습 체납자 명단을 공개하고 있지만 큰 효과는 보지 못하고 있다. 고액·상습 체납자 수와 체납액은 조금씩 줄어들고 있지만 적발되더라도 세금을 내지 않고 잠적하는 경우가 많아 체납 세금 환수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실정이다. 납부 체납액은 지난 2014년에는 1178억원, 작년 9월 기준 1026억원을 기록하는 등 매년 1000억원 넘게 신규로 발생하고 있다.

명단공개제도가 첫 시행된 2004년 이후 상황은 성실 납세자에게 허탈감을 안겨주기에 충분하다. 대기업 총수를 지낸 이들은 천문학적 금액의 세금을 내지 않고 10여 년 넘게 버티고 있다.

‘체납왕’인 정태수 전 한보그룹 회장은 증여세 등 2225억 2700만원의 세금을 내지 않고 있다. 최순영 전 신동아그룹 회장은 1073억 1600만원을 체납해 2위, 삼성 창업주 고(故) 이병철 회장의 외손자 조동만 전 한솔 부회장이 3위(714억 8600만원)를 차지했다.

정태수 전 회장의 셋째 아들 정보근 전 회장이 644억 6700만원, ‘단군 이래 최대 다단계 사기 사건’의 장본인인 주수도 전 제이유그룹 회장이 570억 4800만원으로 각각 4·5위에 이름을 올렸다.

이들을 포함해 고액·상습 체납자 1~10위의 체납액은 총 7740억 300만원에 이른다. 올해 서울 지역 유치원과 어린이집 누리과정(만3~5세 무상보육)에 필요한 예산 6328억원(2521억원·3807억원)보다 많은 규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