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데일리 정다슬 기자] 최근 경상남도 창원에 사는 지인을 만났다. 몇 개월 전 이 지인이 ‘창원 중동 유니시티’에 청약을 넣을 계획이라는 것을 기억했던지라 근황을 알 겸 당첨됐냐고 물어보았다. 지인은 “떨어졌는데 결과적으로 잘된 것 같다. 주변에 떨어진 사람들도 당첨됐으면 큰일 날 뻔했다고 말하더라”라고 답했다.
지난 4월 말 분양된 창원 중동 유니시티는 2146가구(특별공급 제외) 모집에 총 20만명이 넘는 사람들이 몰려 평균 96.34대 1의 청약경쟁률로 전 타입이 조기 마감한 아파트다. 당시 창원의 분양 열기가 뜨거웠고, 이 지인 역시 “이 아파트는 당첨만 되면 무조건 ‘피’(분양권 웃돈)가 붙는다더라”라며 들뜬 마음을 감추지 못했다. 그러나 불과 몇 개월 새 미분양 아파트가 속출했고 분양권 프리미엄(웃돈) 얘기도 자취를 감춘 것이다.
요즘 서울·수도권과 부산 등 일부 지역의 분양권 시장이 뜨겁다. 전날 1순위 청약을 시작한 서울 동작구 흑석동 ‘아크로리버하임’ 아파트는 89.5대 1의 평균 청약경쟁률을 기록하며 전 주택형이 마감됐다. 문제는 이 가운데 분양권 전매에 따른 이익을 노리고 뛰어든 ‘묻지마 청약’도 상당수 섞여 있을 가능성이 크다는 것이다.
실제 국토교통부와 한국감정원에 따르면 지난 5월 전국에 걸쳐 1만 3655건의 아파트 분양권 전매가 이뤄졌다. 올 들어 월별 최대치다. 6월 들어선 거래가 더 활발했다. 서울부동산정보광장에 따르면 지난 6월 서울시 분양권 전매는 1284건으로 관련 통계 집계 이후 9년 만에 최고치였다. 분양권 전매가 많은 것은 실거주가 아닌 분양권 프리미엄을 노린 투자 수요가 그만큼 많이 있다는 의미다.
물론 실거래를 정확하게 신고하고 전매 제한이 끝난 후 합법적으로 이뤄지는 사인(私人)간의 계약에 제3자가 왈가왈부할 이유는 없다. 그러나 영원할 것 같았던 지방 분양시장 열기가 단숨에 냉각됐듯 예상치 못한 외부의 충격이 발생한다면 큰 손실로 이어질 수 있다. 반드시 본인이 감당할 수 있는 수준이 어디까지인지를 자신에게 ‘물어 보고’ 청약하는 여유가 필요한 시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