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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말 친구 오토바이를 빼앗은 혐의로 서울 서대문경찰서에서 조사를 받던 김 군은 학교전담경찰관(SPO)인 원유만(57) 경위를 만나면서 삶의 전환점을 맞게 된다. 원 경위는 이종격투기 전단지를 쥐어주며 ‘한 번 배워보라’고 권했다.
UFC 선수 이름을 줄줄 욀 정도로 이종격투기 마니아인 김 군은 체육관에 나가기 시작했다. “좀 하다 말겠지” 주변의 냉랭한 시선과 달리 김 군은 단 한 차례도 훈련에 빠지지 않았고, 발길을 끊었던 학교에도 돌아갔다. 김 군은 여름에 열리는 아마추어 대회인 KOG(king of the ground)에 참가하겠다며 구슬땀을 흘리고 있다.
서울 서대문서는 관내 청소년 12명에게 이종격투기를 가르치고 있다. UFC 김동현·정찬성 선수를 길러 낸 홍영규 투혼정심관 관장이 사범을 맡았고, 원 경위도 청소년들과 함께 굵은 땀방울을 흘리고 있다. 이종격투기 훈련은 원 경위가 홍 관장에게 재능 기부를 제안하면서 시작됐다.
훈련시간은 매주 화요일 오후 7~9시지만, 청소년들의 열의가 넘쳐 예정된 시간을 넘기기 일쑤다. 다른 경찰관들도 틈나는 대로 간식거리를 사 들고 찾아와 이들을 응원한다.
‘무술은 폭력이 아닌 평화’라는 정신 수양부터 시킨다는 홍 관장은 “혹독한 훈련을 통해 자신을 이겨낼 체력과 인격을 동시에 배양하는 게 목표”라고 설명했다.
청소년들의 반응도 뜨겁다. 김 군의 손에 이끌려 훈련에 나오기 시작한 다른 학교 밖 청소년들과 뒤늦게 소문을 듣고 찾아온 청소년들로 훈련 인원이 늘어 더 넓은 장소로 옮길 지 고민 중이다. 김모(17)양은 “방어용 호신술로 여학생이 배우기에 알맞고 정서적으로도 안정을 찾을 수 있어 좋다”고 만족해했다.
그간 서대문서는 관내 학생과 학교 밖 청소년 114명에게 UFC 호신술 교육 외에도 보컬, 댄스, 바리스타 등 다양한 전문가와 연결해 줘 진로 탐색의 기회를 제공해 왔다. 강성영 서대문서 여성청소년과장은 “다양한 취미활동은 사회성과 자신감을 갖게 하고 학교생활 적응력을 높인다”며 “관내 학교 폭력 발생이 지난해 22건에서 올해 15건으로 31.7% 줄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