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일 작가 출신인 저자는 해나 아렌트, 애거사 크리스티, 버지니아 울프, 토니 모리슨 등 여성작가 35명의 창작공간에 주목한다. 사진이나 초상화·일기·편지·인터뷰 등을 통해 그들이 어디서 어떻게 썼는지를 두루 살폈다. 집필공간에 대한 묘사에 그치지 않고 에피소드를 곁들여 그들의 인생을 추적한 점이 흥미롭다.
여성작가에 집중한 이유는 뭘까. 그들의 열악한 현실 때문이란다. 시대는 바뀌었지만 여성작가가 글을 쓸 때 부딪히는 환경은 크게 변하지 않았다는 게 저자의 생각이다. 이른 새벽 혹은 식탁이나 변기에 앉아 글을 썼을 그들의 독자가 늘어나길 바라는 마음이었다고 했다. 편한 글과 더불어 화보집 만큼의 풍부한 사진이 돋보이지만 작품에 대한 소개가 적은 점은 아쉽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