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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구해수욕장에서 출발해 승용차로 30분. 해안가 낮은 언덕을 굽이굽이 오르내린다. 아래를 내려다보면 작은 포구와 검은 갯돌해안, 금빛 해변이 띄엄띄엄 보인다. 가까이 포구마을이 보이면 반듯한 도로를 버리고 갯가 둑 위로 난 좁은 샛길로 들어선다. 봄기운 가득한 바다풍경이 좀 더 가까워 정겹게 느껴진다. 과메기와 오징어를 덕에 척척 걸어 놓는 촌부의 활기찬 손놀림에 덩달아 기운이 생긴다.
잘 알려지지 않은 이 해안도로에는 오밀조밀한 풍경이 가득하다. 하선대와 선바위, 장군바위와 두꺼비바위 등 해안선을 따라 이어지는 기기묘묘한 바위들의 행진 끝 부분, 까꾸리개라 이름 붙은 갯바위 해안을 만난다. 까꾸리개는 경상도 사투리로 ‘갈퀴’를 의미한다. 바람이 불고 파도가 거셀 때 해안 가까이 회유하는 청어떼가 갯바위까지 떠밀려와 갈퀴로 쓸어 담았다고 해서 붙은 이름이다. 독수리 모양의 바위가 우뚝 선 해안에는 지금 청어 대신 갈매기떼가 하얗게 바다를 뒤덮고 있다. 이 또한 장관이다.
포항 호미곶이 있는 대보면 구만리 일대를 가득 채운 청보리밭. 잔디만큼 자라오른 보리 새순이 아직은 차가운 들판을 싱싱하게 달구고 있다. 보리밭 가운데 다섯소나무가 고고한 학처럼 기품을 잃지 않고 있다.
까꾸리개에서 호미곶 등대로 넘어가면 파도에 밀려온 바람에 넘실대는 거대한 초록물결을 마주한다. 대보면 구만리 일대에 펼쳐진 청보리밭이다. 이곳을 가득 채운 66만㎡(약 20만평)를 넘는 청보리밭은 드넓은 들판을 가득 채우고도 모자라 바닷가 언덕까지 이어졌다. 겨우내 모진 추위를 꿋꿋이 이겨낸 보리들이 이젠 봄 햇살에 푸름을 더하고, 불어오는 산들바람에 한없이 일렁인다.
이곳 일대는 바닷바람이 강해 쌀농사가 힘들어 본래부터 보리밭 천지였다고 한다. 오죽하면 ‘대보 처녀는 시집갈 때까지 쌀 서 말을 못 먹는다’는 말이 있을까. 그만큼 쌀 구경하기가 들었던 곳이다. 그것을 아는지 모르는지, 보리밭 사잇길로 하얀색의 거대한 풍력발전기가 이색적인 풍경을 그리며 한가롭게 돌고, 연초록 보리밭이 산과 바다를 향해 지평선과 수평선을 그린다. 한 폭의 풍경화가 따로 없다. 보리밭 가운데 선 다섯 그루의 소나무는 고고한 학처럼 기품을 잃지 않고 터줏대감처럼 서 있다. 소문 듣고 찾아온 사진작가, 지나던 길에 멈춰 선 관광객들이 소나무를 배경으로 사진촬영에 여념이 없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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