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데일리 신상건 기자] 국내 생활가전업체 1위인 코웨이 매각에 난기류가 흐르고 있는 가운데 미국 제너럴일렉트릭(GE) 가전사업부가 돌발 변수로 떠오르고 있다. 가전사업부를 스웨덴 기업에 매각하려고 했던 GE의 계획이 무산되면서 코웨이 인수에 관심을 보였던 하이얼(海爾) 등 중국 기업들이 눈길을 돌릴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13일 투자은행(IB)업계에 따르면 최근 GE는 가전사업부를 스웨덴 가전업체인 일렉트로룩스에 매각하려던 계획이 미국 정부의 반대로 백지화됐다고 밝혔다. 가전사업부 인수 이후 일렉트로룩스의 시장 점유율이 너무 높아져 미국 소비자에게 불이익을 끼칠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앞선 지난해 9월 GE와 일렉트로룩스는 약 3조8970억원(33억달러·11일 환율 기준)에 인수하기로 합의하고 9개월 뒤 인수를 마무리할 예정이었다. 하지만 미국 정부의 강력한 반대에 부딪쳤다.
GE는 가전사업부의 매각이 무산됐지만 지속적으로 인수 후보자를 찾아 나선다는 방침이다. GE는 가스터빈이나 항공기 엔진 등의 사업에 집중하는 전략을 펼치고 있는데다 가전사업부는 미국에서 여전히 높은 인지도를 유지하고 있기 때문이다. GE 가전사업부의 지난 3분기(누적기준) 매출은 약 7조5680억원(64억달러)로 미국 가전시장을 대상으로 하는 기업들에게 매력적인 매물이다.
특히 지난해 입찰에 나섰던 삼성전자(005930)·LG전자(066570)와 중국 하이얼이 유력 인수 후보로 꼽히고 있다. 앞서 하이얼은 코웨이에 큰 관심을 보였다. 2004년 하이얼전자판매(현 하이얼코리아)로 국내 시장에 진출했지만 지지부진한 실적을 기록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에 하이얼은 코웨이 인수를 위해 CJ(001040)그룹과 연합전선을 펼쳤다. 그러다가 최근에 하이얼이 갑자기 등을 돌렸다. 업계에서는 하이얼과 CJ간 연합전선이 CJ에게 유리한 부분이 많아 하이얼이 코웨이 인수전에 단독으로 참여하기 위해서라는 관측이 많았다.
하지만 하이얼이 예전부터 군침을 흘렸던 GE 가전사업부가 매물로 나오면서 코웨이보다 GE가전사업부에 더 큰 관심을 보일 것이라는 전망에 무게가 실리고 있다. 하이얼은 중국 최대 가전업체로 미국 사우스캐롤라이나주에 연구개발(R&D) 기지가 있다. 미국 시장에서 냉장고와 에어컨의 시장 점유율을 꾸준히 높이고 있다. 또 GE 가전사업부의 마케팅망이 하이얼의 약점인 미국 내 로컬 중심으로 짜여져 있는 만큼 이를 인수할 경우 가격 경쟁력 등을 무기로 미국 최대 가전업체인 월풀과 삼성·LG전자 등을 위협할 수 있다. 하이얼은 국제적인 영업 관행에 약한 편으로 GE가 쌓아놓은 영업 자산을 품에 안는다면 무형의 시너지 효과도 누릴 있을 것으로 분석된다.
IB업계 관계자는 “몸값을 따져봤을 때 하이얼이 4조원에 달하는 GE 가전사업부와 3조원에 달하는 코웨이 두 회사를 동시에 품는 것은 무리가 있을 수 있다”며 “하이얼 입장에서 봤을 때 전체적인 시장 규모나 가격 측면에서 국내보다 미국 시장이 더 매력적일 수 있다”고 말했다.
현재 코웨이 인수전은 CJ 등 주요 후보자들이 참여하지 않으면서 오랜기간 표류할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 이에 따라 코웨이는 물환경 사업부문 분할 등을 통해 몸값을 줄이려고 노력 중이지만 매각 성사 여부는 불투명한 상태다. 코웨이의 지난 3분기(연결재무제표 누적 기준) 매출액은 1조6839억원을 기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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