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데일리 최훈길 기자] 홍준표 경남도지사가 울고 갈 정도다. 고위공직자들이 재산신고를 누락하고 발뺌하는 행태는 웃지 못할 촌극이다. “실수로 50억을 누락했다”는 해명을 쉽사리 납득할 사람이 얼마나 될까만은, 공직자윤리법을 어긴 허위신고자들은 당당했다.
이들이 당당한 이유는 든든한 ‘뒷배’가 있었기 때문이다. 공직자윤리법 주무부처인 인사혁신처(인사처)는 오히려 이들을 두둔했다. 인사처 관계자는 “재산신고를 누락한 정무직·선출직을 징계하면 이들이 입을 타격이 크다”며 “고위직이라는 이유로 눈에 띠어 문제가 크게 보일 뿐 실제로는 다르니 이해해달라”고 당부했다. 재산신고 누락자들이 누구인지는 끝내 공개하지 않았다. 개인정보·사생활보호가 필요하다는 이유에서다.
하지만 최근 5년(2009~2013년)간 1544건으로 매년 수백 건씩 허위재산 신고가 속출하고 있다. 이게 실수일까. 선출직·정무직의 경우 허위신고를 해도 현행법상 과태료만 찔끔 내면 된다. ‘몰랐다’, ‘실수였다’고 항변하면 인사처 소속 정부공직자윤리위는 대부분 정상참작을 해준다. 허위신고자로 확정돼도 명단은 비공개다. 이런데도 투명하게 재산공개를 하려고 할까.
더군다나 고지거부 제도를 통해 가족 재산을 비공개하거나 현금 재산을 신고하지 않더라도 이를 찾아내 처벌할 방법은 사실상 없다. 정부는 부동산, 금융 등 조회성 자산을 검증하거나 공직자 면담조사 등으로 허위신고자를 찾는 실정이다. 홍 지사처럼 아내가 ‘현금 비자금’을 조성한 경우는 애초에 적발할 수 없는 구조인 셈이다.
인사처가 현행 공직자윤리법의 이 같은 맹점을 모르진 않을터다. 허위신고자를 엄벌하는 게 재산은닉을 차단하는 1순위 조치라는 점도 알고 있을터다. 주무부처로서 고위직의 부정한 재산증식에 국민의 눈높이에 맞는 잣대를 대고 있는지 자문해볼 대목이다.
박근혜 대통령은 “부패 문제는 어떤 일이 있어도 국민 앞에 낱낱이 밝히고 뿌리 뽑아야 한다”고 지적했다. 부패 척결의 단초는 멀리 있지 않다. 고위직 재산부터 투명하게 공개하고 법 위반 시 일벌백계하는 게 개혁의 시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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