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데일리 김진우 기자] “역사·영토 문제에서 자꾸 퇴행적인 발언을 하는 일본 지도부 때문에 신뢰가 형성되지 못하고 있다.”
박근혜 대통령은 지난 9월30일 방한(訪韓)한 척 헤이글 미국 국방장관을 접견한 자리에서 이 같이 말했다. 새 정부 출범 후 지금까지 한일 정상회담이 성사되지 못한 배경을 살펴볼 수 있는 대목이다.
김대중·노무현·이명박 정부에서는 취임 첫해 한일 정상회담이 이뤄졌지만, 박근혜 정부에선 해를 넘길 것이란 관측이 많다. 일본 정부가 경색된 동북아 외교를 풀기 위해 한국에 양국 간 정상회담을 요구하면서도, 과거사 문제는 협상 대상이 아니라는 점을 거듭 밝히고 있기 때문이다. 정부도 “현재로서는 일본의 진정성 있는 조치가 부족하기에 여건이 무르익지 않았다고 보고 있다”(윤병세 외교부 장관, 10월14일 국정감사에서)는 입장이다.
역대 대통령들은 대체로 취임 후 미국-일본-중국-러시아 순으로 ‘4강 외교’를 이어갔다. 이명박 대통령은 2008년 4월 미국을 방문하고 돌아오는 길에 일본을 찾아 야스오(福田康夫) 일본 총리와 정상회담을 가졌고, 5월 중국을 국빈 방문해 후진타오(胡錦濤) 국가주석과 한중 정상회담을 열었다. 노무현 대통령(2003년 5월 미국, 6월 일본, 7월 중국 방문)과 김대중 대통령(1998년 6월 미국, 10월 일본, 11월 중국 방문)도 마찬가지였다.
하지만 박 대통령이 지난 5월 미국에 이어 6월 중국을 방문함으로써 이 같은 외교관례는 깨졌다. 한발 더 나아가 박 대통령은 지난 9월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과 한러 정상회담을 가졌다. 한일 정상회담이 4강 외교에 있어 우선순위가 될 수 없음을 분명히 한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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