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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정보통신법학회 초대 학회장인 이성엽 고려대 기술경영전문대학원 교수(사진)는 지난달 27일 이데일리와의 인터뷰에서 이 같이 말했다. 그는 “어떤 직군도 AI의 일자리 대체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면서 AI발(發) 일자리 구조 변화에 정부와 기업이 더 적극적으로 대응에 나서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 교수는 콜센터 상담사와 중간관리자, 자료 조사 업무 등을 AI가 먼저 대체할 일자리로 꼽으며 “고도의 판단력이나 통찰이 필요 없는 단순 전달자 역할을 이미 AI가 더 빠르고 정확하게 수행할 수 있다”고 진단했다. 그는 “특히 법무법인(로펌)의 경우 1~4년차 변호사들이 수행하는 판례 검색과 요약, 정리 같은 업무는 이미 AI가 효과적으로 대체할 수 있어 저연차 변호사 채용 여부를 고민하는 실정”이라고 설명했다.
이 교수는 AI의 일자리 대체 현상이 이제 화이트칼라(사무직)에 국한하지 않고 육체노동 영역에도 빠르게 침투하고 있는 점에도 주목했다. 그는 “최근 배달 로봇이나 식당 서빙 로봇 등의 사례처럼 육체노동 영역도 AI가 빠르게 대체하고 있다”며 “화이트칼라와 같은 특정 분야가 아닌 전방위적인 변화가 일어나고 있는 현상”이라고 짚었다.
AI 도입에 따른 민간 기업의 대응 방식도 미국과 한국은 차이가 크다고 진단했다. 미국에선 AI가 일자리를 빠르게 대체하면서 최근 빅테크를 중심으로 대규모 인력 구조조정에 나섰지만, 국내에선 사업 효율화 과정에서 AI를 도입하거나 조직을 재편에 활용하는 추세다. 카카오(035720)는 AI와 카카오톡에 사업을 집중하기 위해 비핵심 계열사를 정리하고 있고, 석유화학 장기 불황으로 구조조정에 내몰린 LG화학(051910)과 롯데케미칼(011170) 등은 생산성 향상과 신사업 중심의 체질 개선 작업에 AI를 활용하고 있다.
이 교수는 “미국은 기업별로 특화한 AI를 개발해 적용하고 있는데 반해 한국 기업들은 아직 적극적이지 않다”며 “특히 제조업 분야는 중국보다 생산성을 높이기 위해서는 AI 기반 자동화가 절실하나 오히려 밀리고 있는 모습을 보이고 있어 적극적인 도입이 절실하다”고 강조했다.
그는 또 국내에서 AI 도입이 확산하더라도 기존 인력을 구조조정하기보다 신입 채용을 줄이는 방식으로 고용시장에 변화가 나타날 것으로 내다봤다. 미국은 고용과 해고가 유연해 AI 도입과 함께 대규모 감원이 일어나고 있지만, 한국은 상대적으로 고용 경직성이 높다는 평가다. 이에 기존 인력을 축소하기보다 노동시장에 갓 진입한 초년생들의 일자리를 더욱 줄이는 방향으로 갈 것이라고 설명했다.
일각에서 AI발 고용충격을 완화하기 위해 로봇세나 토큰세(AI 연산 단위인 토큰에 매기기는 세금)를 도입해야 한다는 주장에 대해선 “사회안전망 확보라는 관점에서 장기적으로 가야할 방향”이라며 “다만 현재 한국의 AI 도입 수준이나 산업 구조를 고려했을 때 성급한 도입은 오히려 산업의 성장을 제약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이 교수는 AI 확산에 따른 사회적 충격을 완화하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정부의 적극적인 대응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는 “(AI 도입에 따른 실직자의) 재교육을 통해 직무 전환을 지원하고, 동시에 AI를 활용한 리터러시(문해력) 교육도 함께 추진돼야 한다”고 제언했다.
그는 AI 도입의 속도를 높이기 위해서는 규제 역시 재정비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이 교수는 “AI 도입이 생산성을 높일 수 있는 영역임에도 해고 관련 규제가 지나치게 엄격하다면, 이는 국가 경제의 전반적인 경쟁력을 떨어뜨릴 수 있다”며 “글로벌 스탠다드에 맞는 유연한 규제 개선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