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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에 정부는 환자에게 위해가 생길 가능성이 큰 의료기술을 사전에 예방하기 위해 2007년 신의료기술평가제도를 만들었다. 새로 생긴 의료기술의 안전성과 유효성을 평가하고 일정 기준을 만족하지 못하면 쓸 수 없게 하는 제도다. 평가 이전엔 급여든 비급여로든 사용할 수 없다. 이렇게 환자 안전을 위해 생긴 신의료기술제도는 ‘의료기술과 의료기기업계 발전과 시장 진입을 막는다’는 산업계의 지적을 받아 왔다.
산업계의 지적을 반영해 보건복지부는 신의료기술을 포함해 보다 더욱 빠르게 새로운 의료기술이 시장에 진입할 수 있도록 제도를 계속 수정했다. 특히 지난 10월 복지부는 ‘선진입 의료기술 활성화’ 방안을 발표, 의료기술을 개발만 하면 곧바로 사용할 수 있게 했다. 도수치료가 대표적인 사례다. 기존의 도수치료에서 적용 부위나 방식을 조금 달리해 선진입 의료기술을 신청하면 비급여로 곧장 사용할 수 있기 때문이다.
유관기관 관계자는 “선진입 의료기술은 2년간 사용하며 2년 연장해 4년간 평가 없이 사용 가능하다”면서 “1년 남짓한 신의료기술 심사 기간에도 결과 통보 전까지 계속 사용 가능해 사실상 5년 가까이 사용한다”고 설명했다. 선진입 의료기술은 신의료기술평가에 통과한 이후에야 급여 적용 여부가 논의되고 심지어 신의료기술평가를 통과하지 못해도 비급여로 구분된다. 비급여 관리 대책 적용도 이때부터 시작된다.
선진입 의료기술 대부분은 검사 등 몸에 상처를 내지 않는 방식이 많아 안전성에 큰 무리가 없다는 평가가 많다. 반면 효과는 장기간 관찰해야 한다. 다소 유효성이 다소 낮아도 ‘한 번 써보자’라는 생각에 의사들은 편하게 선진입 의료기술을 이용할 수 있다.
이를 의료계와 의료기기 업계는 악용할 수 있다. 효과도 미지수인 새로운 의료기술을 남발해도 부작용 걱정이 없기 때문이다. 의료기술 개발 업체는 5년간 비급여로 팔고 빠르게 시장에서 철수하는 비지니스 모델을 고려할 수 있다. 의사는 의료기기업계에서 개발한 ‘효과가 미지수인’ 의료기술을 남용해 돈을 벌 수 있다. 특히 도수치료 등 의료기관 매출을 견인하는 비급여가 정부로부터 제한되면 적당히 이름과 방식을 바꾼 의료기술을 선진입 의료기술로 등록해 이를 대체할 수 있다. 정부가 새로 생긴 비급여를 규제하면 또 만들면 된다. 이른바 ‘5년 기한 비급여 떴다방’이다.
익명을 요구한 의료계 관계자는 “기존 비급여가 막히면 또 다른 비급여를 만들면 되는데 정부가 길을 잘 만들어줬다”고 말했다. 신규 비급여 발생에 대한 대책까지 마련돼야 비로소 비급여 관리 대책이 완성될 것으로 보인다.
■신의료기술평가제도: 신의료기술은 국민건강보험 급여 또는 비급여 목록에 등재되지 않은 새로운(新) 의료기술로 신의료기술의 안전성·유효성을 평가하는 제도를 말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