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일 한국은행이 발표한 2020년 국민계정(확정) 및 2021년 국민계정(잠정)에 따르면 1인당 국민총소득(GNI)는 미 달러화 기준으로 3만5373달러로 3월 집계됐던 수치(3만5168달러)보다 205달러 더 증가했다. 1년 전보다는 10.5%나 급증했다. 2010년(20.9%) 이후 11년래 최대 증가세다.
1인당 GNI는 2017년 3만1734달러로 사상 첫 3만달러를 돌파한 이후 2018년 3만3000달러로 올라서는 듯 했으나 미국과 중국간 무역분쟁, 코로나19 확산세를 겪으며 2019년과 2020년, 2년 연속 감소세를 보이다 작년 3년 만에 증가세로 돌아서며 3만5000달러를 넘어선 것이다.
원화 기준으로 보면 1인당 국민총소득은 4048만2000원으로 전년보다 7.2% 증가했다. 국민소득을 산정하는 기준인 명목 국내총생산(GDP)은 2071조7000억원으로 전년보다 6.7% 성장했다. 원·달러 환율이 연 평균 3% 하락하면서 달러화 기준으론 명목 GDP가 10.1% 증가한 1조8102억달러를 기록해 달러화 환산 국민소득 증가율이 더 커졌다.
다만 실질 국민총소득(GNI)은 3.4% 증가하는 데 그쳤다. 작년 성장률이 4.0%에서 4.1%로 상향 조정됐음에도 원유 등 원자재 가격 상승에 원화 약세까지 더해지며 교역조건이 악화되자 실질 무역손실이 늘어난 영향이다. 실질 국외순수취요소소득은 20조8000억원으로 전년(15조6000억원)보다 증가했지만 교역조건 악화로 실질 무역손실이 44조7000억원(전년 25조6000억원 손실)이나 발생한 영향이다.
명목 국민총처분가능소득은 2090조8000억원으로 7.0% 증가했는데 이중 63.7%는 소비로 지출됐고 나머지 36.3%는 저축으로 남아 투자 재원으로 활용됐다.
대표적인 분배 지표 중 하나인 노동소득분배율은 2020년과 작년 모두 68.4%를 기록해 역대 최대치를 기록했다. 노동소득분배율은 국민소득에서 노동소득이 차지하는 비중을 보여주는 지표다. 기업, 가계 등 경제주체 전체의 영업잉여는 435조1000억원으로 5.3% 증가한 반면 노동자의 피용자 보수는 992조7000억원으로 6.1% 더 증가했다. 다만 해외 현지법인 등으로부터 받은 배당금이 늘어나면서 국외순수수취요소소득이 23조1000억원으로 전년(16조9000억원)보다 6조2000억원 증가해 해외 소득을 포함한 가계, 기업의 영업잉여가 6.5% 더 증가, 노동소득분배율이 전년 수준을 유지했다.
가계의 구매력 지표로 알려진 1인당 가계총처분가능소득(PGDI)는 2231만7000원으로 1년 전보다 5.3%나 증가했다. 달러화 기준으론 1만9501달러로 8.6% 급증했다.
작년 총저축률은 36.3%로 2017년(37.1%) 이후 4년 만에 최고치를 기록했다. 가계의 순저축률은 2020년 12.4%를 기록해 1999년 이후 21년만에 최고치를 기록한 이후 작년 11.6%로 0.8%포인트 하락했다. 국내총투자율은 31.8%로 2017년(32.3%) 이후 4년만에 가장 높은 수준을 보였다.
한편 2020년과 작년 성장률은 각각 -0.9%, 4.0%에서 -0.7%, 4.1%로 상향 조정됐다. 작년엔 민간소비가 3.7% 증가해 2010년(4.4%) 이후 11년 만에 최고치를 기록했다. 정부 소비도 5.6% 증가해 2년 만에 최고치를 보였다. 수출과 수입은 각각 10.8%, 10.1% 증가했다. 설비투자도 9.0% 증가 2017년(16.5%) 이후 4년 만에 최고치를 기록했으나 건설투자는 1.6% 감소했다.
작년 종합물가지수로 불리는 ‘GDP디플레이터’가 2.5%로 2015년(3.2%) 이후 6년 만에 최고치를 기록했다. GDP 디플레이터는 명목GDP를 실질 GDP로 나눠 계산한 물가지수인데 GDP디플레이터의 상승세는 명목 GDP를 키워 1인당 GNI가 늘어나게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