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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같이 갑시다" 외친 친한파 미 외교관, 삼성맨 된다(종합)

김정남 기자I 2022.02.17 08:21:58

삼성전자, 북미대외협력 부사장으로 리퍼트 전 대사 영입
반도체 공급망 재편과정서 정부와 가교역할 할듯

[뉴욕=이데일리 김정남 특파원] 마크 리퍼트(48) 전 주한 미국대사가 다음달부터 ‘삼성맨’으로 합류한다. 친한파 베테랑 외교관이 삼성전자의 북미 대관을 총괄하면서 미국 사업에 탄력을 받을 수 있을지 주목된다. 특히 전례 없는 공급망 위기 이후 바이든 정부가 ‘삼성 역할론’을 적극 시사하고 있어 더 관심이 모아진다.

삼성전자 북미대외협력팀장(부사장)으로 합류하는 마크 리퍼트 전 주한 미국대사.(사진=AFP 제공)


◇리퍼트, 삼성 북미 대관 총괄

삼성전자(005930)는 16일(현지시간) 리퍼트 전 대사가 3월 1일부터 북미 대외업무를 총괄하는 북미대외협력팀장(부사장)으로 합류한다고 밝혔다. 리퍼트 전 대사는 삼성전자의 워싱턴DC 오피스를 이끌면서 미국 정부와 의회 등을 상대로 대관 업무를 한다.

리퍼트 전 대사는 검증된 외교관이다. 버락 오바마 전 대통령이 상원의원이었던 지난 2005년 당시 외교정책 보좌관을 지냈고, 오바마 정부 때는 국방부 아시아태평양 담당 차관보, 국방장관 비서실장을 역임했다. 2009년에는 백악관 국가안보회의(NSC) 비서실장으로 일했다. 이후 2014년 10월~2017년 1월 주한 미국대사를 지냈던 대표적인 친한파다. 대사직에서 물러난 뒤에는 보잉 부사장, 유튜브 아태지역 정책 총괄 등으로 일했고, 미국 싱크탱크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 고문도 역임했다.

그는 주한 미국대사 재임 당시와 이후 한국에 대한 각별한 애정을 나타낸 인물로 유명하다. 2015년 3월 한 강연회에서 흉기 피습을 당해 얼굴 부상을 입었을 당시 의연하게 대처했고, 한미 동맹의 상징적인 구호인 “같이 갑시다”를 언급해 화제를 모았다.

삼성전자는 리퍼트 전 대사가 지정학, 입법, 규제 동향과 정책을 사업 전략에 결합하는 역할을 맡을 것이라고 전했다. 특히 미중 패권 전쟁으로 중요성이 커진 경제 안보 이슈를 주로 담당할 것으로 보인다. 바이든 정부가 추진하는 미국 중심의 반도체 공급망 재편 과정에서 미국 정부와 삼성전자의 가교 역할이 중요해졌기 때문이다.

최경식 삼성전자 북미총괄 사장은 “리퍼트는 유능한 외교관으로 삼성전자 북미법인에 수십 년간의 공공정책 경험뿐 아니라 지정학이 미국 사업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에 대한 이해를 제공할 것”이라며 “그의 깊은 전문성과 함께 하게 돼 기쁘다”고 말했다.

◇미 정부와 삼성 가교역할 할듯

바이든 정부가 공급망 이슈를 다루는데 있어 삼성전자를 유독 챙기는 건 잘 알려져 있다. 조 바이든 대통령은 지난해 10월과 11월 백악관에서 직접 주재한 공급망 회의에서 주요 기업인들을 불렀는데, 최경식 사장은 두 번 모두 나간 유일한 인사였다. 삼성전자가 외국 기업이라는 점에서 더 이례적으로 받아들여 졌다.

이는 곧 북미 대관 업무의 중요성은 점점 커지고 있다는 뜻이다.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역시 지난해 말 방미(訪美) 때 백악관과 의회를 찾아 최고위급 인사들을 만났다.

삼성전자 입장에서 북미 공략은 중요한 과제다. 삼성전자는 오는 2024년까지 텍사스주 테일러시에 170억달러(약 20조원)를 투자해 제2파운드리 공장을 짓기로 하는 등 대미 투자에 나서고 있다. 이 투자 역시 바이든 정부의 반도체 공급망 계획과 직결돼 있다.

리퍼트 전 대사는 “삼성전자 북미법인은 40년 이상 미국 기술 리더십을 주도해 왔다”며 “한미 경제 관계의 핵심”이라고 말했다. 그는 “미국과 전 세계 기술의 미래를 지속적으로 형성할 혁신에 투자하는 회사에 합류하게 돼 자랑스럽다”고 덧붙였다.

현재 삼성전자는 미국 내에서 뉴욕·뉴저지의 세트 판매법인(SEA)과 캘리포니아의 부품 판매법인(SSI)을 구축하고 있다. TV 생산법인(캘리포니아·SAMEX), 가전 생산법인(사우스캐롤라이나·SEHA), 반도체 생산법인(텍사스·SAS)도 갖추고 있다. 이외에 디자인센터와 연구소까지 운영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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