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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권은 수출입은행이 올해 9월 노조추천이사를 선임하면서 기은 역시 도입 가능성이 커졌다고 보고 있다. 기은 사정에 정통한 고위 관계자는 “지난 4월 기은의 경우 은성수 장관(당시 금융위원장)은 도입에 적극적이었으나 인사 검증 과정을 통과하지 못한 데다 다른 금융 공공기관의 반대도 적지 않았다“며 ”하지만 9월 경제부총리가 노조추천이사제를 인정한 만큼 금융위원장이 이를 도입하지 못할 유인이 작아졌다“고 말했다.
앞서 기은은 2019년 2월과 올해 4월 노조가 추천한 인사를 금융위에 올렸으나 모두 임명되지 않았다. 수은은 9월 금융권은 물론 전체 공공기관 통틀어 첫 노조추천이사를 탄생시켰다. 수은 사외이사는 행장 제청으로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기은 이사는 금융위원장이 임명한다.
노조추천이사제는 노조가 추천한 인사를 사외이사에 두는 제도다. 문재인 정부는 100대 국정과제 중 하나로 근로자가 직접 이사회에 들어가는 노동이사제를 공공기관에 도입하겠고 밝혔으나 현재까지 추진이 불발됐다. 국책은행 노조는 법 개정 없이 추진 가능한 노조추천이사제에 눈을 돌렸다. 국책은행은 행장은 물론 사외이사도 ‘낙하산’ 인사가 꿰차고 있는 만큼 노조추천이사를 둬야 한다는 게 노조 입장이다.
여당이 연내 공공기관에 노동이사제 의무화를 골자로 한 공공기관운영법(공운법) 개정을 추진하고 있으나, 기업은행엔 노동이사제 도입이 불가능하다. 우원식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대표발의한 개정안은 노동이사제 도입 대상을 공기업·준정부기관으로만 한정했기 때문이다. 기업은행을 포함한 국책은행은 모두 기타공공기관이다.
공운법상 공공기관은 공기업·준정부기관(약 100개)과 기타공공기관(약 250개)으로 분류되는데, 기재부가 노동이사제 의무화 대상에 기타공공기관까지 포함하는 것은 부담스럽다는 입장을 표명했고 민주당이 이를 받아들인 것으로 전해진다.
다만 법이 통과되면 준정부기관인 한국자산관리공사(캠코), 예금보험공사, 주택금융공사, 신용보증기금, 서민금융진흥원 등에 노동이사가 들어서게 된다. 캠코 노조는 지난해 8월 사외이사 후보에 4명을 추천했으나 최종 후보로 선정되지 않았다.
금융 공공기관에 노조추천이사나 노동이사가 나오면 민간 금융권에도 도입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커질 수 있다. 하지만 실제 도입이 확산하기는 어려울 것이란 분석이 지배적이다. 정부가 임명하는 공공기관과 달리, 민간 금융회사 사외이사는 이사회 결의를 거쳐 주주총회에서 선임되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