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G로 초연결 시대가 되고, 소프트웨어를 빌려 쓰는 클라우드가 발전하면 굳이 사진이나 동영상, 앱, 운영체제(OS) 같은 걸 스마트폰에 저장하기보다 클라우드에 넣어두고 필요할 때마다 내려받아 쓰면 된다는 얘기였죠.
이때가 되면 스마트폰은 보는 창(화면)으로서의 가벼운 의미만 갖는데 손목에 차거나, 안경처럼 쓰거나, 피부에 패치 형태로 붙이는 형태가 될 것으로 예상했습니다.
실제로 시스코는 세계 최대의 이동통신전시회(MWC)에서 일부 VIP만을 상대로 패치 형태의 스마트 서비스를 보여줬죠. 2017년인지, 2018년인지 헷갈리는데, 당시 몇몇 기자들과 시스코 부스 앞에서 들어가려다 제지 당했던 일이 기억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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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독경제가 뜬다
유 장관의 말은 조금씩 현실화되고 있습니다. 스마트글라스, 돌돌 말리는 스마트폰(롤러블폰), 클라우드, 구독경제 같은 게 뜨고 있죠. 특히 구독경제는 올 한 해 국내외 IT 업계를 휩쓴 태풍과 같았고 내년에도 마찬가지일 듯합니다.
구독경제란 자동차·가전 같은 상품이나 콘텐츠·소프트웨어 같은 서비스를 구매할 때보다 적은 금액을 내고 일정 기간 사용할 수 있는 방식입니다. 넷플릭스가 대표적입니다.
지난달 한국인터넷기엽협회 출범 20주년 기념 인터뷰 영상에서 여민수 카카오 공동대표는 앞으로 크게 성장할 분야로 ‘구독경제’와 ‘콘텐츠’를 꼽았습니다.
여 대표는 “구독경제 산업 규모는 예측할 때마다 커지고 있고 기존의 올드 이코노미(구 경제)로 꼽히는 자동차와 가전 등 분야에서도 구독화하려는 노력이 이어지고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이어 “코로나 확산 이후 온라인과 모바일 콘텐츠 소비가 늘어난 점과 케이(K)-콘텐츠에 대한 관심이 글로벌하게 집중되고 있는 점은 콘텐츠 산업이 더 확산될 수 있는 기반”이라고 덧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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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독경제를 위한 기업들 합종연횡
전문가들은 1인 가구가 많아지고 가처분 소득이 줄어소비를 굉장히 취향에 맞게 쪼개 주는 구독경제는 뜰 수밖에 없다고 합니다.
문제는 이 구독경제라는 것이 혼자 힘으로 쉽지 않다는 점입니다.
내가 가진 상품·서비스나 기술(AI 등)만으로는 고객의 다양한 취향을 저격하거나, 편의성을 높이거나, 비용을 줄여주는데 한계라는 것이죠. 사람이 북적이는 플랫폼이 돼야 하는데 그러려면 기업 간 협력이 필수적입니다.
모빌리티, 미디어 등에서 국내외 기업 간 혈명(지분맞교환·합작사 설립 등)이 잇따르는 것도 결국 구독경제 시대를 선도하기 위한 합종연횡이 아닌가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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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KT-우버, 네이버-CJ도 같은 차원
이번 주에 알려진 SK텔레콤과 우버의 모빌리티 분야 합작사 설립 발표나, 네이버와 CJ간 지분 맞교환 추진도 마찬가지입니다. 우버는 T맵모빌리티라는 기술플랫폼 기업과 T맵택시-우버택시 합작법인에 총 1억5000만 달러(약 1725억 원)를 투자하기로 했고, 네이버와 CJ는 이커머스 물류 분야(네이버-CJ대한통운)와 원소스멀티유즈 콘텐츠 분야(네이버 웹툰과 CJ ENM, 어쩌면 티빙?)에서 혈맹을 통한 협력을 추진 중이라고 합니다. 아직 구체적인 지분투자 내용과 사업 협력 내용이 확정 발표되지 않았지만, 네이버와 CJ 그룹이 포괄적 사업협력을 논의 중인 것은 사실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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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데 구독경제 이야기가 왜 나오냐구요?
SK텔레콤 모빌리티사업단을 중심으로 꾸려지는 T맵모빌리티는 렌터카, 차량공유, 택시, 단거리 이동수단(전동킥보드, 자전거 등), 대리운전, 주차 등 다양한 운송 수단을 구독형으로 할인해 제공하는 ‘올인원 MaaS (Mobility as a service)’를 하겠다고 합니다. 마치 ‘대중교통 환승할인제’처럼 해당 앱을 구독하면 다양한 이동 수단을 싸고 편리하게 이용할 수 있게 한다는 얘기죠. 그래서 우버뿐 아니라 카카오모빌리티, 쏘카, 씽씽(공유킥보드)등과도 제휴할 수 있다는 생각입니다. 쏘카와 씽씽은 SK(주)가 2대 주주인 회사들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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콘텐츠 분야는 어떨까요? 네이버와 CJ간 포괄적 협력 과정에서 네이버 웹툰의 IP(지적재산권)을 활용한 CJ ENM의 드라마·영화 제작뿐 아니라, CJ에서 분사한 뒤 HBO(워너미디어) 등 외자를 포함한 외부 자금유치를 추진 중인 OTT 티빙에 네이버가 지분을 넣을지 관심이 집중되고 있습니다.
그런데 이 둘 뿐이 아닙니다. 이미 SK텔레콤은 카카오와 3000억 원 규모의 지분 맞교환을 했고, 이를 계기로 SK텔레콤은 카카오의 웹툰, 웹소설 등을 활용한 오리지널(자체제작) 콘텐츠를 제작해 OTT 웨이브 등 자사 유료 플랫폼에서 제공하는 일을 추진 중입니다.
여기에 디즈니+와 국내 진출을 협상 중인 KT도 티빙 투자 역시 검토 중이니, 결국 국내 미디어·콘텐츠 협력은 ‘SKT-지상파-카카오 연합군’과 ‘CJ-JTBC-네이버(또는 KT) 연합군’으로 재편될까 하는 예상도 조심스럽게 해봅니다.
여기에 구글 유튜브의 AR·VR 협력을 강화하는 LG유플러스가 있고, 구독경제에 맞춤 서비스를 책임질 인공지능(AI )분야는 KT 주도 AI 원팀에 현대중공업그룹, LG전자, LG유플러스 등이 함께하고 있습니다.
또, 삼성SDS와 NHN은 구독경제 기반인 클라우드 사업분야에서 광범위한 제휴 관계를 맺었죠.
상당히 복잡하죠? 기업들의 합종연횡은 어제의 적이 오늘의 동지로, 오늘의 동지가 내일의 적으로 돌변할 만큼 숨 가쁘게 진행될 겁니다.
다만, 기업들의 활발한 제휴가 모빌리티와 차세대 미디어 분야에서 한국의 구독 앱이 글로벌 경쟁력을 갖추는데 기여할 것은 분명해 보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