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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연 도보나 자전거만으로도 충분히 만족할만한 수익을 내는 것이 가능할까. 편의점 GS25가 선보인 ‘우리동네 딜리버리’(우딜)와 최근 고가의 배달비를 지급하는 것으로 화제가 된 ‘쿠팡이츠’를 직접 체험해봤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우딜로는 아직까지 시간대비 만족할만한 수익을 내기 힘들었다. 정확하게는 아예 수익이 발생하지 않았다. 수도권에 사회적 거리두기 2.5단계가 시행됐던 지난 8월 31일부터 9월 13일까지는 어느정도 수요가 있었다. 특히 음식점 점포 내 영업이 중단됐던 오후 9시 이후부터가 피크였다.
그러나 2.5단계가 해제되고 지난 17일 서울 영등포구 신길동에서 오후 6시부터 마감시간인 오후 11시까지 우딜 애플리케이션(앱)을 켜놨지만 단 한건의 주문도 잡을 수 없었다. 브랜드를 막론하고 편의점이 많은 지역의 특성상 접근성이 좋아 굳이 배달료와 주문금액을 맞춰가면서까지 배달을 시킬 필요가 없었던 것으로 해석된다.
배달원 데뷔가 무산된 다음날 자전거를 이용해 ‘쿠리어’(쿠팡이츠 배달원) 체험을 다시 시도했다. 음식을 담을 큰 가방에 보조 배터리, 물을 챙겨 점심시간인 오후 12시에 맞춰 업무시작 버튼을 눌렀다. 즉각적인 반응은 없었다. 10여분이 지났을까. 드디어 콜을 받을 수 있었다.
처음 받은 주문인 만큼 배달비 3500원에 개의치 않고 수락했다. 첫 배달은 스파게티였다. 출발지에서 1㎞도 떨어지지 않은 음식점으로 자전거를 몰았다. 가게에서 물건을 받아 수령 버튼을 누르고 다시 20분가량을 달려 고객의 집에 도착해 약 40분 만에 3500원을 벌었다.
음식을 주문자에게 건넬 때에도 주의가 필요했다. 고객마다 요청사항이 다르기 때문이다. 신생아가 있는 집의 경우 벨을 누르지 말아달라는 요청을 꼭 들어줘야 한다. 또 비대면 시대에 맞춰 고객에게 직접 물건을 전달하는 것이 아니라 문 앞에 두고 전화를 걸어달라는 고객도 많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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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음 주문을 받은 것은 무려 3시간이 지난 오후 3시 30분께였다. 즉, 4시간동안 번 돈이 3500원에 불과했던 셈이다.
심지어 현재 있는 곳에서 2㎞ 이상 떨어진 치킨집으로 가야했다. 그나마 치킨집에서 배달지까지는 얼마 떨어져 있지 않았다. 두 번째 배달비는 4200원.
세 번째 주문도 두 번째 배달로부터 1시간 30분가량 지나서야 들어왔다. 워낙 근거리 배달인 탓에 지금까지 받았던 배달비 중 가장 적은 3300원이 들어왔다.
배달을 마치고 또 얼마나 기다려야 주문을 받을 수 있을까 생각할 즈음 바로 다음 주문이 들어왔다. 그 주문이 ‘배달원 불금’의 서막이었다. 그때까지 배달비는 3000원대에 머물렀지만, 네 번째 주문부터 주문이 끊이지 않고 계속 들어왔다. 퇴근 시간대인 오후 6시를 넘기자 서울 주요 지역의 주문량이 ‘매우 많음’으로 바뀌면서 배달비도 건당 5000원을 넘어섰다. 마지막으로 받은 주문 배달비는 6100원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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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론적으로 쿠팡이츠로 만족할만한 수익을 내기 위해선 주문이 몰리는 시간을 파악해 허투루 쓰는 시간을 최소화해야한다. 6시부터 배달을 시작했다면 시급 1만원이 넘었지만, 12시부터 시작했기 때문에 시급이 4000원대에 머무른 것이다. 다만, 가을로 접어들면서 날씨가 화창해진 탓인지 대란을 불러올 정도의 배달비는 결국 나오지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