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일 생명보험협회에 따르면 지난 4월 기준 국내 24개 생명보험사 방카슈랑스 초회보험료는 1조8527억원으로 지난해 4월보다 24.1% 증가했다. 지난 2018년과 비교해서는 5469억원 늘어났다. 초회보험료는 보험 가입 후 최초의 보험료를 납입한 금액을 말한다. 방카슈랑스는 은행 창구에서 판매하는 보험으로 방카슈랑스 초회보험료가 증가했다는 건 은행 창구를 통한 보험 신규 가입이 그만큼 늘었다는 뜻이다.
보험사의 전체 초회보험료 중에서 방카슈랑스가 차지하는 비중도 커졌다. 지난 4월 기준 보험사 전체 초회보험료 2조3905억원 중에서 방카슈랑스 비중은 77.5%였다.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5%포인트가량 높아졌다.
은행 창구를 통해 보험 가입이 늘어나고 있는 것은 최근 은행들이 보험 판매에 열을 올리고 있기 때문이다.
최근 은행들은 DLF와 라임펀드 대규모 환매 연기 등에 따라 고위험상품의 판매가 불가능해지는 분위기다. 저금리로 투자자들의 정기 예·적금에 대한 니즈(Needs) 또한 줄어들며 영업창구에서 판매할 상품이 고갈된 상태다.
실제 은행의 사모펀드 판매량은 쪼그라들었다. 금융투자협회 공시에 따르면 4월말 기준 은행들의 사모펀드 판매잔고는 23조3784억원으로, 전년 28조81억원과 비교해 16.5% 줄었다. 은행들의 사모펀드 판매는 지난해 7월(29조51억원) 기점으로 계속 감소하고 있다.
이를 대체하기 위해 은행들은 저축성 보험상품을 전면에 내세워 판매하고 있는 것이다.
최근 보험상품의 금리(공시이율)는 은행 예·적금 상품 금리보다 높게 형성돼 있다. 보험사는 매달 공시이율을 산출해 발표한다. 국고채 5년물, 회사채(무보증 3년 AA-등급), 통화안정증권(1년), 양도성예금증서(91일) 등의 시중 채권 금리를 기준으로 운용자산이익률을 가감해 산출한다.
생명보험협회에 공시된 삼성생명의 7월 저축보험 공시이율은 2.42%, 한화생명은 저축보험 2.41%. 교보생명은 2.41%, 동양생명 2.44% 등이다. 은행 정기예금 금리보다 높은 수준이다. 또 저축성 보험의 경우 월납은 매월 150만원, 일시납은 1억원까지 이자소득세(수익금의 15.4%) 비과세가 가능하다. 다만, 시장금리와 보통 3개월의 시차가 있고, 공시이율은 매달 변동된다.
게다가 은행 입장에서도 방카슈랑스 판매는 수수료 수입을 챙길 수 있다. 보통 은행은 저축성 보험에서는 최대 2%, 보장성보험은 최대 5~8% 수준의 수수료를 받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금융권에 따르면 5개 시중은행(신한·KB국민·우리·하나·농협은행)의 지난달 말 기준 방카슈랑스 수수료는 311억3000만원으로 집계됐다. 이는 전년 동기 266억7000만원 대비 16.7% 증가하고, 직전 달과 대비해서는 32%가 늘어난 수치다.
한 보험사 관계자는 “올해 2월 이후부터 은행으로부터 들어오는 보험료가 꽤 많아졌다”며 “요즘에는 은행에서 새로 판매할 수 있는 보험상품이 없냐는 문의가 들어올 정도”라고 말했다. 이어 “보통 방카슈랑스에서는 저축성 보험상품을 위주로 판매하는데, 최근에는 보장성상품의 비중도 높아진 편”이라며 “아무래도 은행입장에서 판매하기 쉬우면서 자산운용에 대한 부담도 없고, 수수료까지 받을 수 있어 판매가 늘어난 것 같다”고 말했다.
한 시중은행 관계자도 “코로나19로 인해 금융시장이 불안정해지면서 자산가들 사이에서는 보험 상품에 대한 관심이 크게 늘어났다”며 “물론 10년 이상 유지해야 세금 혜택을 볼 수 있지만, 장기적으로 안전자산 비중을 확대하려는 움직임이 커진 것 같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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