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상 높아진 수출입은행장…유광열·최희남 물망

김정남 기자I 2019.08.12 06:00:00

수은 행장, 잇따라 금융위원장 후보 올라
국제금융 정통 관료 중용 추세 영향
유·최, 국제감각 뛰어나 가장 근접
김용범·고형권 등도 후보로 거론



[이데일리 김정남 기자] “한국수출입은행(수은) 전성시대네요.”

신임 금융위원장 후보자에 은성수 수은 행장(행시 27회)이 지명된 이후 금융권에서 나온 주된 반응이다. 최종구 위원장(행시 25회)에 이어 수은 행장 출신 인사가 금융위원장 후보로 두 번 연속 지명되자 “전례가 없어 생소할 정도”라는 분위기도 있다. 그만큼 수은 행장의 ‘몸값’이 높아졌다는 것이다. 이 때문에 벌써부터 차기 행장 자리를 두고 전·현직 경제관료들을 중심으로 하마평이 나온다.

◇차기 행장 결정까지 2개월 내외 소요 전망

11일 금융권에 따르면 금융위원회 전신인 금융감독위원회가 1998년 출범한 이후 수은 행장이 위원장직에 오른 인사는 진동수 전 위원장(제2대 위원장·2009년 1월~2011년 1월 재임)이 유일했다. 최 위원장에 이어 은 후보자까지 수은 행장이 연달아 금융위원장직에 지명된 건 이번이 처음이다.

특히 2010년대 들어 금융위원장은 기획재정부 제1차관 출신들의 몫으로 인식됐다. 김석동 전 위원장(3대), 신제윤 전 위원장(4대), 임종룡 전 위원장(5대) 등이 모두 비슷한 코스를 밟았다. 최 위원장은 기재부 국제경제관리관(차관보급)과 금융감독원 수석부원장(차관급)에 이어 수은 행장을 거친 후 위원장직에 오른 경우다. 은 후보자는 수은 행장을 맡기 전 기재부 국제업무관리관(차관보급)과 한국투자공사(KIC) 사장을 역임했다. 최 위원장과 은 후보자는 주로 국내금융에 밝았던 전임자들과는 달리 국제금융에서 커리어를 쌓았다는 점에서 다소 이례적이다.

금융권 한 관계자는 “이번 정부 들어 국제금융에 정통한 관료들이 요직에 더 많이 기용되는 것 같다”고 했다. 미·중 무역 갈등에 한·일 경제 전면전까지 겹치는 대외 악재들이 불거지면서 이들의 필요성이 커진 것으로 보인다. 은 후보자는 지명 직후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도 “지나친 공포감이 혼란을 부른다” “스스로 위기라고 하면 정말 위기가 온다” 등 국제금융 이슈에 소신을 피력했다.

금융권에서는 몸값이 높아진 차기 수은 행장을 두고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수은 안팎에 따르면 은 후보자 공석 기간 동안 강승중 수석부행장(전무이사)이 직무를 대행하며 국회 청문회까지 감안할 경우 차기 행장이 결정되기까지 두 달 내외가 소요될 것으로 알려졌다. 현행법에 따르면 수은 행장은 기재부 장관의 제청에 의해 대통령이 임면한다.

가장 필요한 자질은 국제감각이다. 수은 한 고위관계자는 “은 후보자만 봐도 국제기구, 연기금, 자산운용사, 투자은행(IB) 등의 해외 인사들과 네트워킹이 좋았다는 점에서 내부 신망이 있었고 영어도 매우 능통했다”며 “수은 업무의 70% 가량은 국제 쪽과 직접 연관돼 있다”고 했다. 은 후보자는 세계은행(WB)에서 이코노미스트와 상임이사를 역임했고 KIC 사장으로 있을 때 글로벌 자본시장 사람들과 교류했다.

◇금융권 내 연쇄 이동 가능성

차기 행장은 유광열 금감원 수석부원장(행시 29회)이 1순위로 거론된다. 유 수석부원장은 기재부 국제금융심의관과 국제금융협력국장 등을 역임해 국제금융에 밝고, 금융위(증권선물위원회 상임위원)과 금감원(수석부원장)에서도 일한 금융통이다. 또다른 유력 후보는 최희남 KIC 사장(행시 29회)이다. 최 사장은 경제관료로 대부분 커리어를 국제금융 쪽에서 보냈다. 국제통화기금(IMF)과 세계은행 등에서 일한 경험도 있다. 유 수석부원장과 최 사장이 차기에 가장 근접했다는 관측이 많다. 김용범 전 금융위 부위원장(행시 30회)과 고형권 주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대사(행시 30회)도 하마평이 나온다.

수은 행장직이 비면서 금융권 내 연쇄 이동 가능성도 점쳐진다. 유 수석부원장이 임명될 경우 금융당국 전반으로 인사 판이 커질 수 있다. 금감원 수석부원장 후임으로 이병래 한국예탁결제원 사장(행시 32회)의 이름이 벌써 오르내리고 있다. 최 사장이 수은으로 이동한다면 인사 폭은 상대적으로 작아질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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