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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치 내 자신을 보는 듯 했다. 엄마와 주고 받는 메신저, 전화 통화 속 내 목소리는 언제나 차갑고 무뚝뚝했다. 엄마는 내 곁에 언제나 있을 것이란 말도 안되는 믿음에 그랬던 것일까. 그간 당연했던 나의 행동들이 이 웹툰을 보고선 눈물과 회한으로 되돌아왔다. 오랜만 내 감정을 요동치게 만든 웹툰은 최근 다음웹툰에서 연재한 ‘안녕, 엄마’다. 복잡미묘한 모녀 사이를 담담하면서도 현실감있게 그려냈다. 최대한 절제한 표현으로 독자들의 눈물샘을 자극한다. 그러면서 독자들로 하여금 자신들의 엄마에 대해 다시 한 번 생각하게 한다.
‘안녕, 엄마’는 돌연 세상을 달리한 엄마를 딸 ‘은영’이 되돌아보는 내용을 담았다. 어렸을 때부터 ‘냉혈한’으로 부를 정도로 차가웠던 은영의 엄마. 은영과 엄마도 생전에는 살가운 사이는 아니었다. 그랬던 은영은 엄마의 죽음 이후 다시금 엄마의 삶을 그가 남겨놓은 일기장을 통해 알아나간다. 엄마도 은영에겐 엄마였지만, 그 역시 누군가의 딸이었고 아내였다. 생계를 책임지지 못한 아빠의 빈자리를 메우기 위해 은영의 엄마는 혼자 외롭게 삶과 대적했다. 어렸던 은영에게 엄마의 싸움은 크게 와닿지 못했다.
은영은 엄마가 남긴 일기장을 통해 엄마의 마음을 가슴 속으로 느껴나간다. 일기장을 집에 가져온 후부터 엄마는 형상으로 나타나 은영에게 표현한다. 처음에 은영은 혼란스러워했지만 일기장을 읽을 때마다 희미해지는 엄마의 형상을 그리워한다. 은영은 ‘바다가 보고 싶다’고 쓴 엄마의 글귀로 친구와 함께 바다로 떠나 엄마의 마음을 느끼기 위해 노력한다. 또한 외할머니를 찾아 또 다른 엄마의 모습을 가슴에 담기도 한다. 엄마의 일기장이 매개체가 돼 생전의 엄마와 은영이 다시금 서로를 이해하는 시간이 펼쳐진다.
‘안녕, 엄마’를 보는 독자들은 언제나 눈물샘이 마를날이 없을 것 같다. 은영의 엄마는 우리네 일상의 평범한 엄마다. 은영도 일반적인 자식의 범주 안에 속한다. 때문에 은영과 엄마의 이야기는 우리들의 이야기이기도 하다. 단순히 메신저로 무뚝뚝하게 대답했던 경험, 엄마의 관심을 귀찮게 받아들였던 경험들이 이 웹툰을 통해 송곳처럼 가슴 속을 후벼판다. 담담한 일상 속 이야기로 스토리를 풀어나가는만큼 독자들에게 전달되는 울림이 더 큰 듯하다. 한바탕 울지 않으면 가슴이 먹먹하다.
누구보다 가깝지만 누구보다 이해하기 어려운 딸과 엄마의 이야기이자 엄마를 떠나보내는 딸의 49일 간의 이별 이야기. ‘안녕, 엄마’는 이미 완결됐지만 여전히 독자들의 가슴에 여운을 깊게 남기는 웹툰이다.
한편 웹툰을 그린 김인정 작가는 본인의 경험담을 통해 웹툰에 생생한 숨결을 불어넣었다. ‘더 퀸 : 침묵의 교실’, ‘사랑스러운 복희씨’ 등 다양한 장르의 작품을 보여주고 있는 작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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