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지현의 IT세상]'애자일 조직'은 혁신의 만병통치약일까

최은영 기자I 2019.03.28 05:00:00
[김지현 IT 칼럼니스트]애자일(Agile) 조직은 민첩하게 사업을 운영하는 조직체계를 뜻하는 것으로 주로 프로그래밍을 하는 개발 업무에 적용하던 방식이다. 주로 이 같은 조직체계는 빠른 업무 추진력을 필요로 하는 스타트업과 기술 혁신이 사업의 중요한 성공요소인 인터넷 기업에서 적용됐다. 그런데 최근 들어 애자일 조직 체계가 굴뚝 산업인 금융, 제조, 에너지 등의 분야와 덩치 큰 대
기업들에도 스며들고 있다. 과연 애자일 조직은 사업 혁신의 만병통치약일까? 왜 애자일 조직에 대한 관심이 급등하고 있는 것일까?

21세기 들어 기술의 발전이 고속화되면서 우리 일상과 사회 그리고 산업을 크게 변화시키고 있다. 20년간 벌어진 일들을 보자. 컴퓨터와 인터넷으로 전 세계의 뉴스와 정보를 신문이나 잡지, TV가 아닌 포털사이트 검색과 카페, 블로그를 통해 만날 수 있게 되었다. 그 변화가 자리 잡기도 전에 스마트폰이 10년 전 등장하며 사진과 영상으로 세상의 정보가 모이고 공유되고 있다. 유튜브가 검색을 대체하고 있으며 틱톡과 인스타그램으로 전 세계 사람들과 핫이슈를 공유 하는 세상이 됐다. 심지어 스마트폰의 택시 애플리케이션(앱)이 택시 산업을 뒤흔들면서 사회의 뜨거운 감자가 되었다. 이 변화가 모두 20년간 기술로 인해 만들어졌다.

이 변화는 산업 전반에 혁신을 가져왔고 기존의 밸류체인(가치사슬)을 깨뜨려 변화의 물결을 타지 못한 기업은 도태되게 했다. 그렇다보니 지킬 것이 많은 기존 기업들은 생존을 위한 변화에 동참하고 있다. 변화는 어떻게 만들어질까? 전략? 비즈니스 모델? 신상품? 마케팅? 운영 효율화?

비즈니스의 모든 변화는 사람이 만들어낸다. 기업에서 사람은 조직으로 뭉치며 조직 구도에 따라 사람들의 성과는 큰 차이를 보인다. 시장 변화와 경쟁자의 움직임을 빠르게 포착해 기민하게 대응할 수 있는 조직체계가 급변하는 기술의 시대에 사람들의 지혜를 모아 민첩하게 실행할 수 있도록 해준다. 그런 이유로 기술 중심의 사업 분야에서 보편적으로 적용하고 있는 애자일 조직이 주목받는 것이다.

애자일 조직이 뭐기에 시장의 변화에 민첩하게 대응할 수 있는 체계를 만들어줄까. 애자일 조직은 직무 중심으로 부서를 구분하지 않고 과제 중심으로 자기완결형의 일처리를 할 수 있는 단일팀이 모여 있는 구조이다. 기획, 개발, 마케팅, 운영 등의 여러 직무 담당자들이 한데 모여 있거나 단일 직무인 개발자들이 모여 있더라도 특정 과제를 해당 팀에서 자체적으로 수행할 수 있도록 함으로써 업무 집중도를 높이고 같은 생각으로 빠른 일처리가 가능하다.

중요한 것은 이렇게 구성된 팀이 자체적으로 의사결정을 하며 과제를 수행할 수 있도록 권한을 위임해줘야 한다는 점이다. 시장 조사를 해서 전략을 수립하고, 보고서를 상사에게 승인받고 예산과 인력을 할당받아 업무를 추진하는 기존 방식처럼 해서는 속도가 나지 않는다. 이미 팀 내에서 시장과 고객을 완벽하게 이해하고 있어 굳이 시장 조사를 할 이유가 없고 자체적인 의사결정을 할 수 있어 보고를 할 필요가 없다. 예산과 인력 역시 이미 해당 팀 내에서 처리할 수 있는 권한이 있어 승인받는 과정에서 발생하는 커뮤니케이션이 생략된다.

(사진=이미지투데이)
이러한 조직 구성은 직무 중심의 계층구조를 갖고 있는 기존 기업에는 적용하기가 쉽지 않다. 일부 프로젝트에 시도해볼 수는 있지만 전사적으로 적용하기가 어려울뿐더러 그렇게 적용을 한다고 해서 빠른 성과를 내며 제대로 작동하는 것도 아니다. 조직을 이렇게 구성했다고 해서 그 안에 속한 구성원들이 자율적으로 일처리를 하는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그간의 기업 문화에 젖어 있던 사람들이 새로운 조직체계에서 자기 주도적으로 책임과 권한을 설정하며 시장의 눈높이에 맞는 고객 중심의 의사결정을 하며 업무 처리를 해내기에는 과거의 습관이 발목을 잡는다.

그러므로 애자일 조직체계를 갑작스럽게 모든 업무 분야에 적용해서 단기적 성과를 거두려고 해서는 안 된다. 신규 혁신 사업이나 단기적으로 명확한 목표 기반 하에 단일 된 과제 수행을 할 수 있는 업무에 한해서 적용해가며 어떤 문제가 있고 이를 극복하는 경험 속에서 새로운 변화관리 방안을 찾아야 한다. 그러자면 이 과정에서 실패해도 용납할 수 있을 만큼의 작은 일이어야 한다. 큰 프로젝트를 이렇게 해서 실패의 위험 부담을 떠안게 되면 차후 유사한 도전을 시도조차 하지 않으려 할 수 있다. 실패를 허용할 수 있는 범위 내의 과제들에 적용하며 성공과 실패를 경험해야 한다.

더 나아가 이러한 조직은 언제든 해체와 합체가 자유로울 수 있도록 유연하게 운영해야 한다. 애자일 조직으로 구성된 단일팀은 업무 성과에 따라 혹은 과업 수행이 완료된 이후에는 쉽게 해체해서 또 다른 과업에 투입될 수 있어야 한다. 즉, 아메바와 같이 자유롭게 모였다 흘어질 수 있어야 한다. 이러한 조직 구도가 되면 조직 이기주의에 빠지지 않고 일 자체에 집중해서 업무 중심의 일처리가 가능해진다.

또한, 프로젝트의 산출물을 수시로 확인하고 고객 중심, 시장 중심에서 검증하고 개선 방안을 도출해가야 애자일 조직체계의 강점을 제대로 발휘할 수 있다. 오랜 시간 개발을 해서 완성된 최종 버전을 시장에 출시하는 것이 아니라 과제를 잘게 잘라서 각각의 산출물을 테스트하고 검증받을 수 있도록 프로세스를 나누어 이들 결과물의 반응을 보고 빠르게 개선해 나가는 것이 애자일 조직의 성과를 극대화할 수 있는 방법이다. 애자일의 민첩함은 그냥 무작정 빠르게 만드는 것이 아니다. 중간 중간 시장의 반응을 보면서 그에 맞춰서 개선해가야 효율이 극대화된다.

놀랄 만큼 빠르게 사업 혁신을 추진하는 IT 기업과 스타트업들은 이와 같은 방식으로 조직을 구성해 고객 중심으로 업무 처리를 해나간다. 그런 대표적인 기업으로 국내에서는 토스, 배달의민족, 카카오뱅크 등을, 해외에서는 구글, 스포티파이, 넷플릭스, 알리바바, 샤오미 등을 꼽을 수 있다. 대기업도 이러한 조직 체계를 도입하고 있는데 오렌지 라이프, 알리안츠생명, 현대카드, 중국의 가전기기 제조업체 하이얼, 일본의 전자기기 회사 교세라 등이다.

굴뚝 기업과 대기업에서도 애자일 조직이 귤이 회수를 건너 탱자가 되지 않으려면 무조건 이 체계를 도입할 것이 아니라 앞서 살펴본 유의점을 참고해서 우리 조직에 맞는 체계로 다듬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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