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차 산업혁명 시대를 맞아 첨단 항구를 구축하겠다는 문재인정부의 의지가 부산 신항을 중심으로 구체화하고 있다. 정부가 지난 3월 ‘부산항 미래 비전 선포식’을 진행한 데 이어 항만 자동화에 박차를 가하고 있어서다. 부산 신항을 아시아 물류 허브로 키워 해운업을 살린다는게 정부의 정책 목표다.
부산 신항 자동화 프로젝트에 참여하고 있는 김승남 서호전기 사장도 항만자동화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서호전기는 항만크레인 자동화 기술을 가진 기업이다. 김 사장은 25일 이데일리와의 인터뷰에서 “일본은 고베지진 이후 허브항 도전을 접었다”며 “부산항이 자동화되면 아시아 대표 항구가 될 수 있다”고 말했다. “그러기 위해 자동화를 통해 생산성을 높여야한다”고 했다.
항만에서는 근로자들이 컨테이너를 내려 트레일러나 기차에 싣는 일을 한다. 작업은 크게 세 구역(안벽, 이송, 야드)으로 나뉜다. 배 가까이에 있는 타워크레인이 컨테이너를 내리면(안벽) 야드 트랙터라고 불리는 특수 화물차가 이를 실어 야적장으로 옮긴다.(이송) 이후 인형뽑기 기계의 집계발처럼 생긴 크레인이 X축과 Y축을 오가며 개별 차량에 컨테이너를 싣는(야드)다. 김 사장은 “야드 크레인 시스템을 자동으로 바꾸면 비용은 20% 더 들지만 생산성은 40% 높아진다”며 “컨테이너선이 초대형화 되는 추세이고 젊은 인력은 (항만에) 유입되지 않고 있다. 자동화는 많은 컨테이너를 처리할 수 있어 항만 경쟁력을 높일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운전 인원이 60~70% 줄어들지만 정비인력을 그만큼 늘릴 수 있다”고 덧붙였다.
김 사장이 언급했듯 서호전기는 크레인의 컨트롤러를 자동화하는 기술을 가지고 있다. 크레인에 달린 카메라로 컨테이너와 트럭, 바닥마킹 등을 인식한 뒤 적재와 하역을 하는 방식이다. 이 시스템은 사람도 인식할 수 있어 자동화로 혹시 발생할 수 있는 안전사고 발생 가능성을 낮췄다는게 김 사장의 설명이다. 이러한 기술을 인정받아 2015년에는 싱가포르 파시르 판장 터미널의 야드 크레인 자동화 구축을 맡기도 했다. 130대 분량으로 단일 프로젝트로는 세계 최대규모였다. 중국과 멕시코 등 20여개국에서 지멘스와 ABB 등 글로벌 기업과 경쟁하고 있다. 김 사장은 “항만 자동화는 현지 상황에 따라 설계를 변경해야하는 경우가 많다”며 “작은 회사여서 개발과 설계, 시공 등 조금 더 빠르게 진행할 수 있는게 장점으로 작용한 것 같다”고 설명했다.
해외 유수 기업과 경쟁하며 지난해 한 해 매출의 60% 이상을 해외에서 벌어들인 김 사장은 국내 항만 자동화 사업 진행 상황에 대해선 다소 안타까운 심정을 내비쳤다. 그는 “해외에서는 안벽과 이송, 야드 크레인 모두 자동화하는 작업이 진행 중이지만 국내에서는 야드 크레인 자동화도 아직 널리 보급되지 못했다”고 말했다. 해수부가 항만자동화를 추진하기 위해 지난 5월 방문한 중국 상하이 양산항은 이미 아시아 최대 자동화항만으로 발돋움한 상태다. 김 사장의 목표는 안벽과 이송까지 전 과정이 자동화된 항만을 만드는 것이다. 그는 “배가 점점 커지다보니 사람이 직접 올라가 크레인을 조종하는 안벽 작업이 어려워지고 있다”며 “경로는 자동으로 설정하고 사람이 카메라로 찍힌 화면을 보며 물건을 내리는 방식을 적용해보고 싶다”고 했다.
배에서 짐을 내려 야적장으로 옮기는 야드 트랙터에 대해서도 “해외에서는 자동화 기술이 시도·적용되고 있다”며 “행동반경이 넓어 보다 자유롭기 때문에 중국쪽에서 기술개발에 열을 올리고 있다”고 전했다. 이어 “전세계적으로 아직 완벽히 되는 곳은 없다”며 “자율주행기술을 활용해 먼저 개발하면 한국이 새로운 시장의 선두주자 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김 사장은 “국내에서는 신기술을 개발·시험 중에 있지만 실제 항만에 적용하려면 특정 부두의 하역작업을 멈춰야하는 등 어려움이 있어 개발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며 “테스트할 공간이 없는 점이 아쉽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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