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극단적 학교 폭력을 예방하기 위해 제정된 ‘학교폭력예방법’이 오히려 학생 간 사소한 부딪힘, 다툼, 말싸움을 모두 학교폭력 범주에 넣어 갈등을 심화시키고 있어서다.
김상곤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장관은 31일 오전 정부서울청사에서 이 같은 내용을 포함하는 ‘학교 안팎 청소년 폭력 예방 보완 대책’을 발표했다.
지난해 12월 범부처 합동으로 학교 안팎 청소년 폭력 예방대책을 수립해 추진하고 있으나 여전히 청소년 폭행 사건이 잇따라 발생하고 있다. 2018년 1차 학교폭력 실태조사 결과 피해 응답률이 지난해보다 상승하는 등 청소년 폭력이 날로 심각해짐에 따라 청소년 폭력 예방과 사후 대응을 강화하는 보완책을 마련했다.
|
초·중·고 교육 현장에는 당사자 간 화해로 처리할 수 있는 사안도 학교생활기록부(학생부)에 기록된다는 우려 때문에 학생과 학부모들이 과도하게 대응하고 있다. 경미한 학교 폭력 사안을 학교 안에서 교육적으로 해결하기 어려워진 셈이다.
이에 교육부는 사안이 심각하지 않고 가해 학생이 깊이 반성하는 단순·경미한 학교폭력에 한해 학교 내에서 해결하고 교육청과 자치위원회에 보고하도록 법 개정을 추진한다. 또 학교폭력 가해학생 조치 사항 중 학생부에 기재하지 않는 방향도 고려 중이다. 다만 학교폭력 관련해 국민참여 정책 숙려제를 통해 다양한 의견을 수렴해 최종 결정하기로 했다.
이와 더불어 학교폭력을 은폐·축소한 학교장과 교원에 대해선 내용과 횟수·정도에 따라 가중해 징계 의결하도록 법령을 개정한다는 방침이다. 중대한 학교폭력은 엄정하게 처리한다는 기조를 유지하고 사안처리 과정에서 은폐·축소는 강력 대응하기 위해서다.
가·피해 학생 재심기관이 달라 발생하는 혼란을 줄이기 위해 시·도교육청에 일원화된 재심기구인 학교폭력재심위원회(가칭) 설치도 추진한다. 현재 가해학생 재심기관인 징계위원회와 피해학생 재심기관인 지역위원회가 나뉘어 있어 재심 결과가 상충하는 문제가 발생한 탓이다.
형사 미성년자와 촉법소년의 연령을 14세 미만에서 13세 미만으로 하향하는 내용의 형법·소년법 개정을 위해 국회와 적극 협력한다는 방침이다. 청소년 강력범죄가 증가하고 강력범죄를 저지르는 청소년 연령 역시 낮아지고 있어서다.
◇학교폭력 피해자 전담기관 전국에 단 1곳뿐…피해자 지원 강화
그간 학교폭력 피해학생에 대한 지원은 턱없이 부족했다. 이에 교육부는 학교폭력 피해학생들이 심리치유·정서적 안정을 돕고 학업 중단 없이 교육을 받도록 전국 단위의 피해학생 전담 기관을 확충하기로 했다.
실제 학교폭력 피해학생 전담기관인 해맑음센터는 전국에 1개뿐이다. 이에 내년 이후 공립형 대안학교 형태로 2개 학교를 추가로 신설해 학교폭력 피해학생 전담기관을 만들기로 했다.
피해자에 대한 법률 상담 서비스 역시 실시한다. 법무부와 교육부가 공동으로 학교폭력 전문 마을변호사를 위촉해 청소년 폭력 사안처리 연계를 강화할 방침이다. 마을변호사는 재능기부 공익활동으로 기존의 변호사들이 변호사가 없는 읍·면·동 주민에게 전화·이메일·현장상담 등의 방법으로 무료법률상담을 하는 제도다.
올해 하반기에 학업중단이나 위기학생 예방을 돕는 Wee프로젝트 법제화를 추진한다. 학교 부적응·위기 학생의 상담과 치유 등 종합지원 활동에 대한 법적 근거인 학생 상담 및 지원에 관한 특별법(가칭)을 제정하기로 한 것이다. 또 학생 상담을 지원하는 Wee센터를 교육지원청 내 추가 설치하고, Wee클래스·Wee센터에 전문상담교사 인원도 확대하기로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