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자가 애교가 없어, 남자가 쪼잔하게"…성차별입니다

안혜신 기자I 2018.08.10 06:30:00

''남자가 왜 그렇게 깨닥대며 먹냐'' ''여자가 왜 무뚝뚝해''
여성성·남성성 등 성별고정관념에 대한 발언 넘쳐나

[이데일리 안혜신 기자] “규모가 작은 기업에서 사무보조업무를 하고 있는데 거기서 일하고 있는 사장님 아들이 저를 보고 ‘김양’이나 ‘미스김’이라고 부릅니다. 기분이 나빠서 ‘OO씨’라고 불러달라고 요청했는데 오히려 저를 예민한 사람 취급하네요.”

“남자가 더 힘이 세니까 힘이 더 필요한 일을 하는 것은 이해하는데 ‘힘은 남자가 써야지’라거나 ‘힘센 박대리가 (짐)들어’라는 말을 아무렇지 않게 하는 것은 성차별이죠.”

최근 사회적으로 ‘탈코르셋’과 ‘탈갑옷’ 바람이 거세게 일고 있다. 하지만 여전히 고정적인 성역할에 따른 ‘불편한’ 발언들은 우리 주변에서 쉽게 찾아볼 수 있다.

여성가족부에서 지난 4월 일반인 2349명을 대상으로 일상 속에서 무심코 내뱉는 성희롱 발언에 대한 사례를 모집한 결과에는 이러한 내용을 쉽게 찾아볼 수 있다. 당시 답변 중 가장 높은 비율인 32.3%를 차지한 것이 여성성과 남성성 등 성별고정관념에 대한 발언이었다.

여기에는 ‘여자가 왜 그렇게 무뚝뚝해요 애교도 없고’, ‘여자가 일찍일찍 다녀야지’, ‘여자가 게임을 좋아해?’, ‘여자가 운전하면 꼭 저래’ 등 여성성에 대한 편견을 부각하는 발언이 대부분이다.

남자의 경우에도 ‘남자가 왜 그렇게 깨작거리면서 먹어’, ‘남자가 왜 이렇게 쪼잔해?’, ‘남자답게 좀 해봐’, ‘남자가 왜 핑크색을 좋아해?’ 등 전통적인 남성성을 강요하는 발언에 대해 불편하다고 답한 응답자가 많았다.

이밖에 ‘여자가 따라주는 술이 맛이 좋다’거나 ‘여자가 술을 왜 그렇게 많이 먹어?’, ‘남자는 능력, 여자는 얼굴’, 혹은 회식이나 엠티에서 여성 직원들에게 ‘기쁨조’라고 칭하는 경우 등도 주변에서 쉽게 들을 수 있는 성에 대한 고정관념이 담겨있는 표현들이다.

여성가족부 관계자는 “무심코 행해지는 성희롱의 심각성과 문제점에 대한 사회적 경각심이 일어야 한다”면서 “일상생활에서 더불어 사는 상대방의 입장에서 생각하고 행동하는 습관이 하루빨리 정착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 정현백 여성가족부 장관이 ‘일상 속 성차별 언어표현에 관한 집담회’에 참석해 성차별 언어 경험과 성차별 언어표현 개선방안에 관해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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