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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물주 위에 건물주’들도 한 수 접고 들어가는 상대가 있다. 바로 고객 집객력이 강하고 안정적인 임대료를 제공하는 대형 프랜차이즈들이다. 여기에 스타벅스는 많은 충성 고객과 강한 신뢰도를 바탕으로 커피 업계의 ‘루이뷔통’, ‘샤넬’로 대접받고 있다.
◇“커피가 아닌 신뢰를 팝니다”
이같은 인지도를 바탕으로 스타벅스는 최근 흔히 말하는 역세권 앞 A급 입지가 아닌 신생 상권, 혹은 이면도로로 들어가고 있다. 스타벅스 관계자는 “A급 입지는 임대료가 너무 높아서 수익을 내기 쉽지 않다”며 “중심도로에서 한 블록만 들어가도 임대료는 확 떨어지는데 집객 효과는 충분하다”고 말했다. 이용하기 편리한 곳에 있어 스타벅스를 이용하는 것이 아니라 스타벅스를 이용하기 위해 걸음을 옮기는 이들이 많다는 것이다.
전문가들은 이같은 스타벅스의 힘이 신뢰도에서 나온다고 말한다. 윤화섭 쿠시먼앤드웨이크필드 이사는 “과거 카지노호텔과 관련된 프로젝트를 하면서 호텔 안에 입점할 커피 브랜드에 대한 상담을 받은 적이 있는데 그 때 커피숍이 딱 하나 들어간다면 스타벅스라고 꼽았다”며 “스타벅스는 연령·성별·국적 등의 호불호 없이 친숙한 브랜드로 자리 잡았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실제 인천공항 등 외국인들이 많이 찾는 곳에는 의도적으로 스타벅스에 입점을 제의하는 경우가 많다. 낯선 땅에서 스타벅스를 보면 불안감이 낮아지고 신뢰도가 높아진다는 이유에서다. 스타벅스의 유무가 공항 이용객의 만족도에 영향을 미친다는 조사 결과도 있다.
외국인 투자자들이 매입한 오피스 건물에도 스타벅스가 많이 들어서는 경향을 보인다. 업계에 따르면 국내 최대 규모의 스타벅스 매장이 올해 말께 서울 종로구에 있는 ‘종로 타워’에 들어선다. 싱가포르계 투자자인 알파인베스트먼트는 종로타워를 인수한 뒤 리모델링을 하고 스타벅스 유치를 결정했다. 입지가 좋지만 공실률이 높거나 건물 외관이 낡았다는 이유로 시장에 낮게 평가받는 건물을 매입해 리모델링을 하고 핵심 점포들을 입점시켜 비싼 값으로 재매각하는 외국계 투자자들의 전형적인 투자 기법 중 하나다.
◇상권 부족한 지방·신도시에 ‘스타벅스 효과’ 커
입지에 상관없이 스타벅스라는 이유만으로 일정 규모 이상의 매출액이 확보되는 만큼 건물주가 스타벅스에 맞춰 건물을 설계하거나 리모델링하는 경우도 많다. 최근에는 한 자산가가 “스타벅스를 꼭 건물에 입점시키고 싶다”며 스타벅스 측에 다음 입점 장소를 알려주면 건물을 맞춰 짓겠다는 파격적인 제의를 했다.
경영난으로 문을 닫은 주유소 점주들이 스타벅스 드라이브스루(DT) 매장으로 업종 전환을 먼저 제의해 오는 일도 많다. 2012년 경주에 첫 문을 열었던 DT 매장은 현재 전국에 걸쳐 124개로 확장했다. 이 중 주유소였던 곳이 30여개다. 주유소를 스타벅스로 만들기 위해서는 환경부담금과 시설물 철거, 주유탱크 정화 등 2억원 가량의 철거 비용이 드는 데다 건물도 세워야 한다. 그러나 이를 부담하고도 기꺼이 스타벅스를 위한 스타벅스만의 건물을 만드는 것이다.
스타벅스 입점 컨설팅을 해주는 이인철 이사는 “지방이나 아직 상권이 조성되지 않은 신도시는 스타벅스를 중심으로 상권이 조성되는 경향이 크다”며 “건물주로서 가장 걱정되는 것이 임대료 연체인데 스타벅스는 이 같은 걱정에서 벗어나면서도 건물 가치까지 끌어올릴 수 있어 건물 주인들이 선호하는 세입자 중 하나”라고 말했다.
다만 전문가들은 스타벅스 효과에 대한 장밋빛 전망만을 믿고 무리한 투자를 하는 것은 금물이라고 말한다. 스타벅스가 이미 많이 들어선 서울 등에서는 스타벅스 입점만으로 건물 가치가 올라가거나 주변 상권이 활성화되지는 않기 때문이다. 아울러 스타벅스가 입점했다는 거짓 정보를 내세워 상가를 분양하는 거짓 광고·정보도 만연하고 있어 반드시 확인할 필요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