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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경 열악해야 좋은 작품 나와"…홍익대 총장 구설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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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슬기 기자I 2017.11.03 06:30:00

김영환 총장, 미술대 졸업 전시회장 발언 구설수
학생들 "수업환경 개선 요구엔 ''모르쇠''" 분통
홍익대 대학적립금 7429억..154개 4년제 사립대 1위
대학, "발언 취지 오해한 것" 해명

홍익대학교 서울캠퍼스 전경.(사진=홍익대 홈페이지 갈무리)
[이데일리 이슬기 기자] “환경이 열악해야 좋은 작품이 나옵니다.”

지난달 말 교내 미술대 한 학과 졸업 전시회장을 찾은 김영환(사진·62) 홍익대 총장이 한 발언이 알려지면서 교내 학생 사회가 들끓고 있다. 국내
사립대 가운데 가장 많은 누적 적립금을 보유하고 있으면서도 수업 환경 개선 요구에는 ‘나 몰라라’ 해 온 총장으로서 부적절한 발언일 뿐만 아니라 구시대적 사고 방식이라는 게 비판의 핵심 이유다. 한국사학진흥재단이 국회 교육문화체육관광위원회 소속 유은혜 더불어민주당 의원에게 제출한 자료에 따르면, 홍익대 누적 적립금은 7429억 8339만원(지난해 기준)으로 4년제 사립대 154곳 중 가장 많았다.

대학 본부 측은 “학생들이 (발언의)뜻을 오해한 것 같다”며 발언 취지가 잘못 전달됐다고 해명했다.

2일 홍익대와 학생들 설명을 종합하면, 문제의 발언은 지난달 30일에 열린 미술대 모 학과 졸업 전시회 개막 자리에서 나왔다.

당일 오후 6시 30분쯤 전시회를 찾은 김 총장은 40여명의 학생들 앞에서 마이크를 잡았다. “(교육)환경이 조금 좋지 않다”고 운을 뗀 김 총장은 “우스갯소리지만 환경이 열악해야 좋은 작품이 나온다”고 말했다는 게 행사에 참석한 학생들의 주장이다.

김 총장은 이어 열악한 환경에서 꾸준히 작품 활동을 이어간 해외 작가들의 사례를 장황하게 설명했다. 현장 분위기가 냉랭해지자, 김 총장은 “농담”이라고 웃으며 넘긴 뒤 슬그머니 화제를 바꾼 것으로 알려졌다.

홍익대 학생들은 “어이 없다”는 반응이다.

당시 자리에 있었던 미술대 소속 학생은 “열악한 수업 환경을 개선해 달라고 긴급학생총회를 여는 등 (문제제기)활동을 하니 어쩔 수 없이 관련 언급을 해야겠다고 생각해 나온 발언 같다”면서도 “함께 있던 학생들은 ‘말도 안 되는 소리’라고 여겨 (의례적인)박수조차 치지 않았다”고 전했다.

학생들의 이런 불만은 타 계열에 비해 학기당 등록금은 평균 100만원 가량 더 내고 있지만, 대학 측이 그만큼의 교육 여건을 뒷받침하지 않기 때문이다. 실제 대학정보공시에 따르면 예술 계열 25개 사립대 올해 평균 등록금은 451만원으로 인문 계열보다 14% 더 비쌌고, 25개 국립대 평균 등록금도 인문 계열보다 10%가량 비쌌다.

예술대 학생들은 실습 공간은 좁은 데다 수업에 필요한 도구조차 제대로 지원하지 않는다고 불만을 터트리고 있다.

섬유미술패션디자인학과(섬디과)의 경우 ‘발로 뛰는 실천단 노루발’이라는 모임을 꾸려 대학 측에 실기실 확충 등을 지속적으로 요구하고 있다.

이들은 “실기실 총 면적을 학생 수로 나누면 1인당 공간은 고작 1.2㎡에 불과하다”며 “섬유 조형작업을 하기엔 공간이 부족해 학생들이 복도로 내쫓기는 실정”이라고 지적했다. 또 “실습 공간은 한 학년 학생 수(29명) 기준으로 배정되는데 올해 2학기에 중국인 유학생 99명이 더 들어오면서 더 좁아졌다”고 말했다.

장상희 홍익대 총학생회장은 “농담이라 해도 열악한 수업 환경에서 작업하는 학생들이 많은 상황에선 적절하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심현덕 참여연대 민생희망본부 간사는 “비싼 학비만큼 좋은 작업 환경으로 돌려받지 못하고 있다는 의구심을 해소해야 할 책임이 있는 자리가 총장”이라며 “무책임한 발언으로 학생들에게 실망감을 준 것은 총장으로서 부적절한 언행”이라고 말했다.

대학 본부 측은 발언 취지가 와전됐다는 입장이다.

본부 관계자는 “‘어려운 환경이 있어도 의지를 가지면 성공할 수 있다’는 말씀을 하고 싶었던 것”이라며 “교육 시설 관련 얘기가 아니다. 대학 측에서도 리모델링을 하는 등 교육 환경 개선에 투자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김 총장은 서울대 자원공학과를 졸업하고 미국 컬럼비아대에서 공학박사 학위를 받았다. 1987년 홍익대에 부임해 교무처장, 기획연구처장, 산학협력단장, 부총장 등을 역임했다. 2015년 제 18대 홍익대 총장에 취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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