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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벌 사모펀드가 국내 바이오벤처에 1조원 투자한 이유는?

강경훈 기자I 2017.06.07 06:05:00
[이데일리 강경훈 기자] 베인캐피털의 휴젤(145020) 인수로 휴젤은 우물안 개구리에서 벗어나 본격적인 글로벌 진출을 추진할 것으로 예상된다.

휴젤을 인수하기로 결정한 베인캐피털은 세계적인 경영컨설팅사인 베인컴퍼니에서 1984년 분리한 사모펀드로 헬스케어 분야에서만 720억 달러(약 80조6000억원)를 운용하고 있다. 베인캐피털은 미국 최대 민영 의료기관 운영사 중 하나인 HCA헬스케어를 비롯해 또다른 병원기업인 아카디아 헬스케어, 제약사인 쿠바파마와 엠큐어, 중국 병원기업인 APMG, 세계 1위 CRO(임상시험 수탁업체) 퀸타일즈도 소유하고 있다. 올해 4월에는 독일 제약사인 슈타다(STADA)를 인수했다. 슈타다는 휴젤의 유럽 파트너사이기도 하다. ‘AHC’로 잘 알려진 국내 화장품 회사 카버코리아도 지난해 베인캐피털의 소유가 됐다. 휴젤 측은 베인캐피털의 다양한 글로벌 네트워크를 적극적으로 활용한다는 계획이다.

베인캐피털이 휴젤에 1조원을 투자한 이유는 보톡스 시장의 높은 성장성과 휴젤의 기술력 때문으로 휴젤 측은 해석하고 있다. 이미 글로벌 시장에서 다양한 의료기관을 운영 중인 베인캐피털로서는 지속적으로 커져만 가는 보톡스 시장에 진출하지 않을 이유가 없다. 휴젤을 인수하면 우수한 제품을 안정적으로 공급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세계 보톡스 시장 규모는 5년 후면 현재의 2배 정도인 70억~80억 달러(7조8000억~8조9000억원)으로 커질 것으로 예상된다. 우리나라에서는 미용에 대한 과도한 관심 탓에 미용시술용 보톡스 시장이 95% 이상을 차지하지만 글로벌 시장은 원래 목적인 두통, 과민성 방광, 뇌성마비, 사시, 다한증 등 과도한 근육 수축과 관련된 질환의 치료 목적으로 더 많이 쓴다. 현재는 10개 질환에 허가를 받았지만 앞으로 더 많은 질환에 보톡스가 쓰일 것으로 예상된다.

휴젤(145020), 메디톡스(086900) 등 국내 보톡스 업체가 아무리 중국, 동남아 등 신흥시장에서 선전한다고 해도 글로벌 업체로 도약하기 위해서는 세계 시장의 50%를 차지하는 미국과 25%를 점유지하는 유럽에서 성공해야 한다. 선진국 시장은 이미 엘러간(74%), 입센(15%), 멀츠(7%) 등 글로벌 빅 플레이어 3사가 95% 이상을 차지하고 있다. 국내 업체가 이 견고한 글로벌 시장을 뚫기 위해서는 결국 글로벌 네트워크 역량을 갖춘 곳의 도움이 절실한 상황이다. 김도현 휴젤 경영기획본부장은 ”휴젤은 GMP(우수의약품제조관리기준) 인증을 갖춘 시설을 갖추고 수년 동안 해외진출을 추진하는 등 경쟁력을 갖추기 위한 노력을 지속했다”며 “베인캐피털의 경영 참여로 휴젤의 글로벌 진출이 탄력받을 것을 기대한다”고 말했다.

휴젤의 우수한 실적도 베인캐피털의 관심을 이끌어낸 요인 중 하나다. 보톡스는 대표적인 고부가가치 품목이다. 보톡스를 개발한 엘러간의 경우도 전체 매출에서 보톡스가 차지하는 비율이 20%에 불과하지만 영업이익은 3분의 1 정도를 차지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휴젤은 지난해에 매출 1242억원 영업이익 633억원을 기록했다. 영업이익률이 50%가 넘는다. 올해 1분기에는 442억5000만원의 매출을 기록해 405억원의 매출을 올린 메디톡스를 제치고 국내 1위를 차지하기도 했다. 휴젤은 보톡스 제품의 글로벌 시장 진출을 위해 현재 미국, 유럽, 중국에서 임상3상 시험을 진행하고 있다. 휴젤 관계자는 “글로벌 시장 진출을 추진하는 도전자들 중 3곳에서 임상3상에 돌입한 회사는 휴젤이 유일하다”며 “휴젤의 기술력과 베인캐피털의 글로벌 네트워크가 합쳐지면 한단계 도약하는 것은 얼마든지 가능한 일”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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