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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멱칼럼]취업재수, 직업훈련의 밧줄을 잡아라

이성기 기자I 2017.02.27 06:00:00
이우영 한국폴리텍대학 이사장
‘졸업식마저 포기한 N포 세대’. 대학 생활의 마지막인 졸업식마저 포기하는 취업준비생이 늘고 있다는 세태를 전하는 최근 기사의 제목이다. 해마다 2월이 되면 되풀이되는 졸업 시즌이지만 대학 현장에서 들려오는 올해의 ‘취업 전쟁’은 역대 가장 치열한 듯 하다.

졸업식은 사회로 나가는 출발점이지만 많은 청년들이 희망과 포부 대신 미래에 대한 걱정과 불안으로 또 다른 취업재수의 길로 접어든다.

25년간 대학에 몸담고 있는 필자는 매년 이맘때 졸업식을 맞지만 최근의 느낌은 사뭇 다르다. 졸업 가운을 걸쳐 입고 학사모에 달린 긴 술을 달랑거리며 밝게 웃는 제자들을 보노라면 가르치는 직업에 대한 감사와 함께 한편으론 모두가 즐거워하지 못하는 현실에 마음이 무겁다.

지난해 대졸 이상 학력의 청년실업률은 9.6%로 2000년 이후 역대 최고치를 경신했다. 2000년 7.0%에서 2014년에는 8.5%를 찍더니 급기야 2016년에는 10%에 육박하고 있다. 취업준비생을 포함한 잠재 실업률은 22%수준에 이른다. 이 시대 청년들은 역대 가장 추운 겨울을 나고 있다.

문제는 상황이 더욱 심각해진다는 점이다. 앞으로 3년이 4년제 대학 졸업생들에게 취업하기 가장 어려울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4년제 대학 입학생들이 지난 2010년 35만명을 넘어선 이래 2014년까지 36만명을 웃돌았다. 남학생은 졸업까지 평균 7년, 여학생은 평균 5년이 걸리는 것을 감안하면 이들이 쏟아져 나오는 시기는 지금부터다.

취업을 원하는 청년들은 사상 최대지만 기업들은 경기침체와 대내외 불확실성 등을 이유로 채용에 소극적이다. 300인 이상 대기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올해 상반기 채용 인원은 2만 9000여명으로 최근 8년 이래 가장 적다. 30만명이 넘는 졸업생들이 배출되는 것에 비하면 10%도 안 된다. 상장 회사들의 채용 예정 인원도 지난해보다 5% 정도 줄었다. 게다가 올해 10대 그룹의 신규 채용도 아직 불투명하다. 통상 3월에 실시하던 삼성그룹의 대졸 신입사원 공채도 일정조차 알 수 없다. 우울한 소식뿐이다.

이런 상황은 직업 훈련 현장에 고스란히 반영된다. 최근 몇 년간 우리 대학의 직업훈련과정 훈련생 둘 중 한 명이 대학에 다녀본 적 있는 고학력자다. 그간 이 과정은 낮은 단계의 기술을 가르치도록 설계돼 이들의 눈높이를 맞추기에는 아쉬운 점이 있었다.

이러한 수요를 반영해 지난해 처음으로 고급 직업훈련과정인 하이테크 과정을 개설했다. 특히 융합기술교육원은 대졸 취업난 해소와 4차 산업혁명을 선도할 인력을 양성하기 위해 지난해 신설됐다. 데이터융합소프트웨어, 임베디드시스템, 생명의료시스템 등 3개 전공으로 온전히 4년제 대졸자를 대상으로 하고 특히 인문계 전공자를 50% 이상 선발해 10개월 간의 강도 높은 훈련을 진행했다.

국내 유수의 대학을 졸업한 학생들은 물론 해외 유학파까지 몰렸다. 자신이 보유한 졸업장만 갖고서는 취업할 수 없겠다는 판단으로 기술을 배웠고 ‘취업 전쟁’에서 승리했다. 시행 첫 해임에도 무려 92%가 넘는 취업률을 기록했다.

아쉬운 건 시행 초기라 많은 대학생들에게 이런 과정들이 잘 알려지지 않았다는 점이다. 올해는 교육과정을 더욱 확대하고 세분화 해 전국 12개 캠퍼스에서 만나볼 수 있다.

대졸자가 산업 수요를 훌쩍 뛰어넘어 채용 시장에 쏟아져 나오지만 청년 구직자 모두를 단번에 취업으로 연결할 수 있는 묘약(妙藥)은 없다. 산업 변화를 정확히 꿰뚫고 구직자와 현장을 이어줄 작더라도 확실한 밧줄 하나가 절실하다.

졸업식에서 내딛는, 사회를 향한 발걸음을 멈추지 말고 취업으로 가는 이 밧줄을 잡길 바란다.

<이우영 한국폴리텍대학 이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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