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풍이 불었더니 역사가 바뀌었다

김용운 기자I 2017.02.15 05:04:00

날씨가 만든 그날의 세계사
로날드 D 게르슈테ㅣ344쪽ㅣ제3의공간

[이데일리 김용운 기자] 세계사를 살펴보면 날씨가 역사의 흐름을 바꿨던 경우가 제법 있다.

일본은 여름철 대한해협을 가르는 태풍 덕에 몽고의 침략에서 벗어날 수 있었다. 13세기 초 중국대륙을 통일한 칭기즈칸을 앞세워 원나라를 세운 몽고는 고려를 침략해 식민지로 만든 뒤 일본 영토에까지 욕심을 냈다. 1281년 여름 고려를 거쳐 대한해협 사이 쓰시마섬에 3500여척의 배를 대기하고 출전의 날을 기다리던 몽고군에게 예기치 않은 시련이 닥친다. 8월 15일 쓰시마섬에 여름 태풍이 상륙했기 때문이다. 이틀 밤낮에 걸쳐 몰아친 거센 비바람에 몽고군의 배는 거의 난파당하고 만다.

일본사료에 따르면 당시 태풍으로 몽고군의 8할이 목숨을 잃었고 결국 일본 영토를 침략하려던 몽고군은 눈물을 흘리며 철수를 결정했다. 이를 계기로 일본인은 절체절명의 위기에서 나라를 구하기 위해 신들이 비바람을 보냈다는 이야기를 신화처럼 전하기 시작했다. 일본말로 ‘카미카제’인 ‘신풍’은 이렇게 등장한다.

1588년 스페인의 무적함대가 영국에 패한 것도 날씨 때문이었다. 스페인 함대는 스코틀랜드 연안의 짙은 안개와 뒤이은 폭풍우, 허리케인 등에 속절없이 무너지고 말았다. 전투가 아닌 악천후로 배가 난파당하는 바람에 목숨을 잃은 선원만 5400명에 달했다. 2차대전의 향방을 가른 노르망디 상륙작전에서 연합군 사령관이던 아이젠하워가 가장 염려한 일도 상륙일의 날씨였다. 날씨에 따라 작전의 성패가 갈릴 게 분명해서다.

의사이면서 역사학자인 저자는 날씨가 세계사의 방향을 바꿨던 순간을 꼼꼼하게 찾아냈다. 그 순간들을 통해 저자가 하고 싶은 이야기는 지구온난화 등 인류가 야기한 기후변화의 위험성이다. 9세기 찬란했던 남미의 마야문명이 망하게 된 원인을 설명하는 대목이 특히 그렇다. 마야에 도시가 커지면서 무분별한 벌목이 일어났다. 오늘날 학자들은 마야인들이 숲을 파괴해 대지가 햇빛을 많이 반사하면서 물의 증발량이 줄고 그에 따라 강수량이 감소해 결국 가뭄과 기근이 덮쳤다고 추정하고 있다. 다시 말해 환경파괴로 인한 기후변화가 문명의 몰락을 가져왔다는 것이다.

저자는 날씨만으로 세계사의 주요 순간이 변했다고 주장하진 않는다. 다만 날씨가 인간사에 중요한 변수로 작용하며 그 날씨에 영향을 미치는 원인이 바로 인간의 무분별한 환경파괴라는 점을 강조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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