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렉스 퍼거슨 전 맨체스터 유나이티드 감독은 축구 종주국인 영국의 살아있는 전설이다. 1986년 영국 프리미어리그의 명문 프로축구팀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이하 맨유)에 감독으로 취임한 이후 2013년 은퇴할 때까지 프리미어리그 우승 13회, 챔피언스리그 2회 등 총 38개의 우승컵을 거머쥐며 탁월한 리더십을 보여줬다. 한국인에게는 박지성을 발탁해 맨유의 주전으로 뛸 수 있도록 한 ‘국민감독’이기도 하다. 영국 왕실은 퍼커슨에게 기사 작위를 내려 존경심을 나타냈다.
퍼거슨의 ‘리더십’에 관한 책이다. 맨유 감독직에서 은퇴한 후 하버드 비즈니스 스쿨에서 했던 강연과 마이클 모리츠 세쿼이아 캐피털 회장과 나눈 대담 가운데 리더십을 주제로 한 내용을 골라 엮었다.
퍼거슨의 리더십에 관한 에피소드는 사실 새로울 것이 없다. 이미 27년간 맨유 감독으로 있을 때 언론이나 강단에서 숱하게 논의했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책장은 지루할 틈 없이 넘어간다. 가령 퍼거슨은 박지성 발탁을 통해 리더십을 구성하는 중요한 요소로 ‘관찰’을 든다. 자신의 눈으로 직접 확인하는 것이 기본이란 것이다. 이처럼 경험을 토대로 퍼커슨이 내린 리더십의 결론은 이렇다.
“맨유에서는 나보다 관리 업무를 훨씬 잘 하는 이들이 많았다. 나는 내 역할이 이들과는 다르다는 것을 깨달았다. 감독의 일은 높은 기준을 세우고, 선수들이 생각지도 못했던 일에 도전하게 만들고, 모두가 불가능하다는 것을 가능하다고 믿게 만드는 것이다. 관리와 리더십의 차이다.”
책은 퍼거슨이 완벽하지 않은 인간이란 것도 보여준다. 불같이 화를 내는 것으로도 유명했던 퍼거슨이 “한참 세월이 흐른 후에야 분노를 조절할 수 있게 됐다”며 인간적인 후회를 한 것이다. 인간적으로 완벽하지 않아도 훌륭한 리더가 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는 대목이다.
대담을 나눈 모리츠 회장은 퍼거슨에 대해 “도덕적 나침반을 가슴속에 간직하고 있는 사람”이라며 “다른 리더에게선 쉽게 찾아볼 수 없는 모습”이라고 격찬한다. 모리츠 회장의 말이 결코 허언이 아니었음을 책 구석구석에서 찾아낼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