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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스크칼럼] '황금알' 제7의 홈쇼핑은 없다

이성재 기자I 2014.07.07 08:16:15
[이데일리 이성재 산업2부장] 더 이상 황금알을 낳는 거위는 없다. 이미 정부가 황금알을 찾기 위해 거위배를 가른 지 오래다. 욕심이 거위를 병들게 했고 결국 모두 죽일 수도 있다. 홈쇼핑업계를 두고 하는 말이다.

홈쇼핑시장이 또 다시 TV홈쇼핑 신규채널 움직임에 몸살을 앓고 있다. 이미 포화상태인 이 시장에 또 다시 중기 전용 채널을 만들어야 한다는 주장이 끼어들고 있기 때문이다. 학계와 시민단체, 홈쇼핑업체들은 포화상태에 도달한 홈쇼핑채널 간 출혈경쟁이 한국방송산업 전체를 황폐화시킬 수 있을 뿐 아니라 시청자들의 볼 권리를 침해할 수 있다고 우려하고 있다.

무엇보다 TV홈쇼핑 사업자가 늘수록 공중파채널과 종편채널 사이인 황금채널대 진입을 위해 채널 송출료는 더욱 높아질 수 있다. 이로 인해 TV홈쇼핑 사업자는 판매수수료를 인상하고, 다시 상품가격 인상과 품질저하로 이어지는 악순환이 반복될 것이 자명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중소기업청과 지자체들은 중소기업과 지역발전을 위해 ‘제7의 홈쇼핑채널’의 당위성을 피력하고 있다. 최근 민선 6기 시·도지사들은 지자체 공용 홈쇼핑을 허가해 달라고 미래창조과학부에 청원서를 제출했다. 이들은 미래부에 제출한 청원서에서 ‘지자체 공용 홈쇼핑채널 2개 이상 신설’, ‘기존 대기업 계열 홈쇼핑의 중소기업-농어민용 방송시간 확대 및 입점조건 개선’ 등을 요구했다.

지역경제활성화와 지역균형발전을 위한 해결책 중 하나로 지자체 공용 홈쇼핑의 신설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지자체장들은 신규채널이 승인될 때 연간 5조원 안팎의 수입이 지역사회로 유입된다고 주장한다. 앞서 농림축산식품부와 중기청 등도 비슷한 취지에서 신규홈쇼핑이 필요하다는 의견을 미래부에 전달한 바 있다.

그러나 홈쇼핑은 ‘더이상 황금알을 낳는 거위’가 아닌 것을 이들은 모른다. ‘신규 홈쇼핑=중기 혜택’이라는 주장 속에 이들이 간과한 부분은 ‘채널 송출료’다. 현재 35%에 달하는 홈쇼핑 판매수수료에는 채널 송출료가 절대적인 비중을 차지한다. 바꿔 말하면 송출료의 증가가 홈쇼핑 판매수수료 인상의 가장 큰 주범이란 뜻이다.

한국TV홈쇼핑협회에 따르면 2009년 4100억원이던 채널 송출료는 2013년 9800억원까지 뛰었다. 반면 홈쇼핑 판매수수료는 2011년 34.1%에서 2013년 34.4%로 거의 멈춰 있다. 홈쇼핑 판매수수료의 대부분이 송출료로 나갔다는 말이다. ‘황금알 낳는 거위’의 영업이익률이 고작 5%가 되지 않는 이유이기도 하다.

미래부 또한 기존 6개 홈쇼핑의 성장세 둔화 등을 이유로 다소 소극적인 입장이다. 하지만 이마저도 정치적인 논리 앞에선 언제 어떻게 바뀔지 모른다. 제5, 제6의 홈쇼핑도 결국 정치적인 입김으로 탄생하지 않았나.

제7의 홈쇼핑채널이 중소·벤처기업의 판로 개척을 위해 필요하다는 주장도 설득력이 떨어진다. 현재 GS(078930)샵, CJ오쇼핑(035760), 롯데홈쇼핑 등의 중소기업 제품에 대한 편성비율은 전체 방송의 50%를 넘어선다. 따라서 새로운 홈쇼핑채널만이 중소·벤처기업을 키울 수 있을 거란 논리는 빈약하다. 오히려 최근 한국방송학회 주최로 열린 ‘유료방송 생태계와 홈쇼핑채널’ 세미나에서 나온 ‘홈쇼핑이 늘고 경쟁이 심화되면 중소개별 PP는 직접적인 피해자로 생존에 큰 타격을 받게 될 것’이란 지적을 눈여겨 볼 필요가 있다.

내년이면 TV홈쇼핑이 개국한 지 20년이 된다. 스스로 앞가림할 수 있는 성인이란 얘기다. 어떻게 살아 남아라, 어떤 색의 알을 낳아라 같은 잔소리를 들을 때는 지났다는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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