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일보 제공] “집값 곧 떨어질 것이니 집을 사지 마세요.”
추병직(秋秉直) 건교부 장관은 수도권에 분당급 신도시를 짓겠다고 발표하는 자리에서 집값 하락론을 또다시 설파했다. 과연 무주택 서민들은 건교부 장관의 말을 믿어야 하나. 하지만 신도시 유력 후보지로 떠오른 인천 검단지구 주변 아파트는 하룻밤 사이에 호가가 1000만~2000만원씩 오르고 매물이 자취를 감추고 있다. 아파트 모델하우스에서 만난 시민들은 “몇 년 후에 공급될 신도시를 믿고 있다가 또다시 집값이 급등하면 누가 책임질 것이냐”며 회의적인 반응을 보였다. 다만, 정부가 규제 위주의 정책에서 신도시 건설을 통한 주택 공급확대 정책으로 전환한 것은 환영할 만하다는 반응이었다. 그렇다면 신도시를 통한 공급확대 정책은 얼마나 효과가 있을까. 부동산 전문가 10명을 대상으로 긴급 설문조사를 실시했다.
◆신도시 추가 개발의 효과?=전문가들은 수도권 신도시가 장기적으로 집값을 안정시킬 것이라는 데는 모두 동의했다. 하지만 추석 전후로 불붙은 집값 오름세를 잠재우는 데는 역부족이라는 평가가 많았다. ‘스피드뱅크’ 박원갑 부사장은 “실수요자들의 내 집 마련 수요가 직접적인 집값 상승 원인”이라며 “최소 3~4년이 걸리는 공급대책으로는 당장 불붙은 집값을 잠재울 수 없다”고 말했다. 신도시 유력후보지로 떠오른 인천 검단지구의 입지적 문제점을 지적하는 전문가도 많았다. ‘유엔알’ 컨설팅 박상언 대표는 “과천·하남·안양 등 입지가 좋은 지역에 신도시가 공급돼야 집값 안정에 효과가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내집마련정보사’ 함영진 팀장은 “판교신도시 정도의 입지여건을 갖춰야 판교 낙첨자들을 대기 수요로 전환시킬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단기적으로 신도시 추가 건설 발표가 집값을 오히려 올릴 수 있다는 분석도 제기됐다. ‘닥터아파트’ 이영호 팀장은 “은평 뉴타운이나 판교신도시에서 나타났듯이 이번 신도시 건설 계획이 자칫 수도권 전역의 집값을 끌어올릴 수 있다”고 말했다.
◆내 집 마련 서둘러야 하나?=전문가 10명 중 7명은 정부의 대책에도 불구하고 내 집 마련을 서둘러야 한다고 조언했다. ‘춘추’ 이광수 대표는 “향후 2~3년간은 주택 입주량이 계속 부족하기 때문에 집값이 하락할 이유가 없다”며 “무리하게 빚을 내지 않는 조건이라면 내 집 마련을 서두르는 것이 좋다”고 말했다. 김용진 부동산뱅크본부장도 “향후 2~3년 내에 집값이 조정 받겠지만 전반적으로 물량이 부족하기 때문에 집값이 급락할 가능성은 없어 보인다”고 전망했다. 하지만 일부 전문가들은 북핵(北核)사태와 경기 침체 등을 이유로 들어 내 집 마련에 신중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부동산퍼스트’ 곽창석 전무는 “현재 집값 오름세는 실수요자들의 불안에 의해 촉발된 만큼, 연말로 갈수록 안정될 것”이라고 말했다. 건설산업전략연구소 김선덕 소장은 “북핵사태가 악화되고 미국의 집값이 급락할 경우, 한국 집값도 급락할 가능성이 높다”며 “내 집 마련을 서두를 필요가 없다”고 강조했다.
◆집값 잡으려면?=전문가들은 집값 안정을 위해서는 ‘신도시 공급’의 목적을 명확하게 해야 한다고 조언하고 있다. 건설산업연구원 김현아 박사는 “은평뉴타운이나 판교신도시처럼 분양가가 비싼 신도시를 아무리 만들어도 단기적으로 집값을 낮추는 데는 전혀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말했다. 건설산업전략연구소 김선덕 소장은 “강남 같은 신도시에 집착하지 말고 층고(層高)나 밀도를 높이는 대신 가격이 싼 주택을 공급하는 신도시 계획을 세워 무주택자들이 향후 싸게 내 집 마련이 가능하다는 확신을 심어줘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