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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가 6억집 맡기면 종신 월186만원 지급"

김수헌 기자I 2006.02.16 09:00:05

종신형 역모기지 방안..3억 집은 93만원
시가대비 대출한도 상향, 전문상담사 자격완화 등 지적
서민층 세혜택 부여..초기시장 활성화 촉진

[이데일리 김수헌기자] 정부가 고령화 대책 가운데 하나로 추진중인 역(逆)모기지 활성화 방안의 구체적인 내용이 발표됐다.

골자는 가입자 사망때까지 매월 연금(대출금)을 주는 종신형 상품을 도입하면서 서민층 노인에게는 재산세 감면이나 대출이자 소득공제, 등록세 면제 등 세제혜택을 주겠다는 것이다.

정부는 그동안 일부 금융회사가 팔아온 일반 역모기지 상품에 대해 고령자들이 만기 이후 강제퇴거를 우려하면서 기피해 왔다고 보고 있다. 따라서 정부 보증(주택금융공사)이 붙는 종신형 상품을 통해 중산 서민층의 중저가 주택 역모기지를 활성화하는 한편 민간금융회사의 고가주택 대상 상품개발을 촉진하겠다는 것이 정부 구상이다.

정부는 2004년 기준으로 45세 근로자가 83세까지 생존한다고 볼 때 연금소득자가 되는 60세 이후에는 연평균 918만원 정도 생활비 부족에 시달릴 것으로 분석하고 있다. 따라서 65세 이후 종신형 역모기지(시가 3억원 주택)에 가입하면 월 93만원(연간 1116만원)정도 지급이 가능하기 때문에 노후 생활비 부담을 덜 수 있다는 것이다.

그러나 시가 대비 대출한도가 절반 수준밖에 안되고, 시가 4억~4억5000만원짜리 집을 맡길 경우 받게되는 월 90만원 정도의 추가소득이 노후보장의 보완역할을 충분히 하기에는 다소 부족할 수 있다는 지적이 있다.

수억원짜리 집이면 지방의 경우 대형 아파트인데, 아직은 이같은 주택을 자식들에게 물려줘야 할 상속재산으로 생각하는 경향이 강하기 때문에 웬만한 유인책이 아니면 역모기지 활성화가 어려울 수도 있다는 진단이다.

또 역모기지의 초기 활성화에는 전문적 상담이 중요한데, 정부가 금융분야 등의 퇴직자(60세 이상)로만 전문상담사 선발요건을 한정한 것은 옳지 않다는 지적도 있다. 역모기지 상담사 자리를 고령자 일자리 창출 개념으로 봐선 안된다는 것이다.

◇종신형 역모기지, 어떻게 운용되나

재정경제부가 16일 당정협의를 통해 확정한 방안에 따르면 종신형 역모기지 대상연령은 부부 모두 만 65세 이상 고령자로, 대상주택은 1년 이상 소유한 1세대1주택이면서 주택가격은 6억원 이하여야 한다.

6억원은 과세기준인 공시가격이기 때문에 시가로는 아파트의 경우 7억 5000만원~8억5000만원 정도로 볼 수 있다. 일반 단독이나 다세대주택의 경우는 공시가격의 시가반영률이 아파트(70%~80%)보다 낮아 시가 9억원이 넘는 집도 가능할 전망이다.

종신형 역모기지 역시 월 지급금을 산정할 때는 일반주택담보대출과 마찬가지로 감정가(시가)로 평가한다.

대상주택에는 가압류 가처분 경매 등이 없어야 하고, 역모기지 이후에 전세 월세 등을 설정하는 것이 불가능하다. 대출금을 한꺼번에 지급하는 일시금 지급방식은 고령자의 생활안정을 해칠 우려가 있어 허용하지 않되, 의료비나 자녀결혼비 등 예기치 못한 거액자금수요 등에 대해서는 총 대출액의 30% 이내에서 일시금을 허용한다.

재경부는 종신지급을 보장하기 위해 `역모기지보증기금`을 만들고, 가입자가 내는 보증보험료로 충당할 방침이다. 손실발생시 부족분은 재정에서 지원한다. 제도도입 후 일정기간은 정부 출연금 지원이 필요한 것으로 재경부는 판단하고 있다. 또 리스크 부담 공유를 위해 역모기지 취급 금융회사에서 수익금 일부를 기금에 출연토록 할 방침이다.

공적보증을 담당하는 주택금융공사는 대출원리금이 담보액을 초과해 금융회사에 손실이 생기면 금융회사로부터 대출채권을 매입한 뒤 가입자에게 월 지급액을 송금해준다.

가입자는 첫 가입때 내는 초기보험료(주택가격의 1~2%)와 월별보험료(대출잔액의 0.5%를 12개월로 나눔)를 부담해야 하지만, 나중에 주택처분 때 정산하면 되므로 당장 호주머니에서 나가는 돈은 없다.

금리는 3개월 만기 양도성예금증서(CD)금리에 일정마진을 가산하는 변동금리를 원칙으로 하되, 대출이자 역시 나중에 주택매각자금으로 갚으면 된다. 가입자가 매월 낼 필요는 없다는 뜻이다.

◇가입자, 매월 얼마나 받을 수 있나. 노후보장효과는.

대출한도는 3억원 이하로 정해질 방침이다. 역모기지는 국민연금이나 개인연금 등 기본적인 노후소득을 보완하기 위한 목적이기 때문에 필요 이상으로 과도한 대출은 제한한다는 것이 재경부 설명이다.

가입연령이나 주택가격 상승률 전망과 할인률 등에 따라 대출한도가 3억원 이내에서 정해지는데, 집값이 같더라도 고령자가 늦게 가입하고 집값 상승률 전망이 높거나 할인율(미래주택가격을 현재 가치로 환산)이 낮으면 대출한도는 높게 설정된다.

금융연구원 분석에 따르면 65세 노인이 시가 6억원짜리 집을 맡기면 월 지급금은 186만원, 3억원 집은 월 93만원 정도다. 68세라면 각각 195만원·107만원 정도, 70세라면 198만원·118만원으로 예상됐다.

지급액 예상조건은 주택가격 상승률은 연 4%, 기대여명은 83세, 할인율 8%(집값 하락과 장수 리스크 등을 감안해 모기지론 금리 6.5%에 1.5% 가산)를 적용했을 경우다.

재경부는 이 정도 수준이면 노후소득보장효과가 충분할 것으로 보고 있다.

보험개발원에 따르면 2004년 기준으로 28년 정도 근속한 도시근로자 평균소득자가 60세 이후에는 연금소득(국민연금+퇴직연금)으로 생활하면서 83세까지 산다고 볼 경우, 연금을 초과하는 생활비 부족규모가 연간 918만원 정도에 달할 것으로 분석됐다.

따라서 65세 이후 시가 3억원 짜리 집을 맡기면 매월 93만원(연간 1116만원)의 안정적 추가소득이 확보되기 때문에 노후생활비 부담을 해소할 수 있다는 것이 재경부 설명이다.

◇세제지원, 뭐가 있나

재경부는 서민층 고령자가 역모기지를 이용할 경우 세제혜택을 주기로 방침을 정했다.

우선 주택가격(과세기준)이 3억원 이하면, 역모기지 가입 때 내야하는 근저당 설정 등록세(설정금액의 2%)를 면제해준다.

재산세 감면, 대출이자 소득세공제, 국민주택채권매입의무 면제 등을 받으려면 이보다 조건이 더 까다롭다.

집값이 3억원 이하이면서 국민주택규모 이하(전용면적 25.7평 이하)여야 하고, 연간소득 1200만원 이하 조건이 모두 충족돼야 ▲재산세 25% 감면  ▲대출이자를 연금소득에서 공제(연간한도 200만원)  ▲주택채권 매입면제(설정금액의 1%) 혜택을 준다.

3억원 짜리 집을 기준으로 하면 등록세는 `3억X0.2%=60만원`에 등록세의 20%인 지방교육세 12만원 등 모두 72만원이 면제된다. 국민주택채권은 보통 매입하자마자 할인매각한다는 점을 고려하면 근저당 금액의 1%인 300만원에서 할인가격 267만원을 뺀 33만원의 세금혜택 효과가 생긴다.

재산세의 경우 재산세 본세 8만 5000원에 재산세의 20%인 지방교육세 1만 7000원 등 매면 10만 2000원이 감면된다. 대출이자 비용을 연금소득 공제한도인 200만원까지 다 받는다고 보면 세감면 효과는 `200만원X세율8%=16만원`이다.

직접적으로 초기에 받는 세제지원효과는 이렇게 해서 모두 131만원 정도. 재산세 감면이나 소득공제 등 해마다 누리는 혜택은 26만원 정도다. 

세제지원 기준이 되는 연간소득은 근로소득 사업소득 임대소득 연금소득 등을 합산한 종합소득을 말한다고 재경부는 밝혔다.

◇역모기지 활성화위해 보완해야 할 점은

종신형 역모기지 제도가 정착되려면 고령자 개개인이 처해있는 다양한 개별상황에 맞춰 상담을 할 수 있는 전문가가 있어야 한다. 

정부는 그래서 미국처럼 역모기지전문상담사 제도를 운영하기 위해 금융분야 등 전문직 퇴직자(60세 이상)를 대상으로 전문상담사를 선발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정부는 이를 통해 고령층 일자리 창출에 기여하겠다고 설명하고 있다. 그러나 역모기지의 초기 활성화에는 일자리 개념보다는 상담사의 전문성과 상담능력 제고가 더 중요하기 때문에 연령제한을 둘 필요가 없다는 지적이 있다.

역모기지 상담을 금융권 퇴직자 취업알선이나 노후 돈벌이 정도로 생각해선 안된다는 것이다.

특히 미국도 역모기지 활성화에 10년 이상이 걸렸다는 점을 고려하면 전문상담사를 체계적으로 양성할 필요가 있다.

또 65세 가입기준으로 보면 대출한도가 주택시가의 절반에 약간 못미치는 수준이어서 대출한도 상향조정을 검토해야 한다는 시각도 있다.  기대여명이 83세라 할 때, 93세까지는 보증보험료로 충당이 가능하고 93세가 넘어서야 기금에서 손실이 날 것으로 전망된다는 점을 고려하면 시가대비 대출한도 상향조정해도 손실우려가 덜 할 것이라는 지적이다. 

그러나 민간금융회사의 주택담보대출 LTV 수준과 비교할 때 적정한 수준이라는 분석도 있다. 재경부는 구체적인 상품설계는 올해 상반기 중으로 다시 검토, 확정한다는 방침이다.

한편 아직도 주택을 자녀에 대한 상속재산으로 여기는 생각이 강하기 때문에 의식전환을 위한 정부의 정책홍보활동도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임영록 금융정책국장은 "우리나라 인구고령화가 세계에서 유례를 찾기 어려울만큼 빨리 진행되고 있어 앞으로 노후소득 불안정문제가 심화될 수 있다"며 "정부는 공적보증 종신형 역모기지에 주력하고 민간금융회사들은 고가주택을 대상으로 상품개발에 나설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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