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데일리 김수연기자] 하나은행이 새 제휴 파트너로 골드만삭스를 맞았다. 자본참여 외에는 경영에 참여하지 않았던 테마섹과 달리, 골드만삭스는 비상근 이사 1명을 내기로 하는 등 하나금융지주의 경영에 제한적이나마 개입할 전망이다.
지주사 설립 예비인가가 난 직후인 3일 하나은행은 골드만삭스에 하나금융지주회사 주식 1300만주를 매각, 지난 6월 취득한 500만주와 더해 9.4%의 지주사 지분을 보유한 최대주주가 될 것이라고 밝혔다.
하나은행은 대투증권, 하나금융경영연구소, 하나I&S의 지분 100%를 지주회사로 이전하는 대가로 지주회사 주식 1651만주를 받게 된다. 골드만삭스에 파는 것도 바로 이 1651만주의 일부다.
지주사 설립, 외환은행 M&A건 등 여러 굵직한 사안을 앞둔 상황에서 골드만삭스가 국민은행에 투자한 것이 어떤 변수로 작용할지 금융계의 비상한 관심을 모으고 있다.
◇지주사 설립 앞고 `하나 호` 승선한 골드만삭스
이번 골드만삭스의 하나지주 투자는 여러 측면에서 과거 국민은행에 대한 투자를 여상시킨다.
당시에도 정부에 이어 옛 국민은행의 1대주주였던 골드만삭스는 사외이사 1인 추천권과 비토권을 갖고 있었다. 하나금융지주 비상근 이사 1인을 추천한다는 것과 유사하다.
또 합병 직전의 은행에 대한 투자라는 점도 일치한다. 물론 하나은행이 실제로 외환은행 인수에 이를지는 알 수 없으나 `합병이슈`가 상존하고 있는 것만은 분명하다.
골드만삭스는 지난 99년 옛 국민은행에 전환사채(CB) 2억달러를 포함, 모두 5억달러를 투자했고 2002년 두차례에 걸쳐 해외주식예탁증서(ADR) 1450만주를 매각, 3년만에 3배에 가까운 차익을 얻었었다.
더구나 당시 국민-주택 합병 최초 아이디어도 골드만삭스에서 나왔던 것으로 알려져 있다. 99년 투자의 주역이었던 헨리 코넬 아시아지역 책임자가 이듬해 김정태 당시 주택은행장을 찾아가 국민-주택 합병을 처음 제의했다는 것이다.
이후 차익을 실현한 골드만삭스는 '사외이사 추천권', '비토권' 등 지배주주로서 가지고 있던 권리를 포기하고 국민은행의 경영에서 손을 뗀다.
◇주머니 두둑해진 하나은행
외환은행 인수 시나리오가 현실화 될 경우, 이번에 골드만삭스의 투자로 ‘실탄’이 더욱 든든해진 효과도 적잖을 전망이다. 하나은행 관계자들은 정확한 금액을 밝히지 않고 있지만 하나금융지주 1300만주를 골드만삭스에 팔아 생긴 자금은 약 4500~5000억원선인 것으로 보인다.
물론 최근 2년간의 하나은행 흑자로 인해 유보 자금도 넉넉하고, 또 인수를 한다면 지분 중 얼마까지를 살지, 단독인지 컨소시엄인지도 정해진 것이 없지만 하나은행 입장에서 만약 인수 협상에 나설 경우 자금이 많으면 입지가 유리한 것 아니냐는 해석이다.
한편 이 시점에 골드만삭스가 하나은행에 투자했다는 것은, 주식매수청구를 해야 할지 망설이던 다른 투자자들에게 `팔 필요가 없다`는 확실한 사인을 준 것이 된다. 세계적인 금융그룹 골드만삭스는 외려 투자를 하는데, 주식을 팔 때가 아니라는 의미로 해석되기 때문이다. 따라서 하나은행은 주식매수청구 불량 부담의 불확실성을 확실히 던 셈이 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