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차전지 ‘작전주’ 주목..여의도 살얼음판[최훈길의뒷담화]

최훈길 기자I 2023.06.24 12:26:48

20일 증권사·자산운용사 불법영업 엄단 예고
22일 검찰총장 “주식 불공정거래 패가망신”
18개 증권사 CFD, 불법리딩방 특별단속
19조 돌파 주식 빚투, 작전주 전방위 조사

[이데일리 최훈길 기자]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이 증권사·자산운용사의 불법영업에 대해 엄단하겠다는 방침을 밝혔습니다. 이복현 원장이 지난 20일 “신속하고 철저한 대응을 할 필요가 있다”고 밝히면서, 여의도 증권가는 살얼음판입니다. 금감원은 2차전지 등 주가가 오르는 업종의 작전주에 대한 조사도 진행 중이어서 파장이 주목됩니다.

이원석 검찰총장은 지난 22일 한국거래소를 찾아 “한 번이라도 (주가조작 등) 불공정거래 행위를 한 경우에는 일벌백계로 다스려 패가망신을 해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검찰총장이 거래소를 찾은 것은 사상 처음 있는 일입니다. 지난 4월24일, 6월14일 잇따라 하한가·주가조작 사태가 벌어지자 엄정대응 방침을 밝힌 것입니다. 오늘 뒷담화에서는 관련 내용의 경과, 배경, 전망을 문답 형식으로 풀어봤습니다.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은 지난달 23일 기자들과 만나 “올 한해 불공정거래 세력과의 전쟁에 집중할 것”이라며 “저의 거취를 건다는 책임감으로 (주가조작 대응을) 중점 추진하겠다”고 말했다. (사진=금융감독원)


-오늘은 어떤 뒷담화 소식을 준비하셨나요.

△오늘은 ‘자본시장 빌런 겨냥한 이복현 금감원장’ 주제로 준비했습니다. 지난 20일 이복현 원장이 갑자기 임원회의에서 이런 얘기를 했습니다. “증권사, 자산운용사, PEF 등 자본시장을 떠받치고 있는 금융투자회사의 불건전영업행위가 계속 발생하고 있다”면서 “신속하고 철저한 대응을 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습니다.

임원회의는 비공개 회의인데요, 통상적으로 원장 발언이 비공개 됩니다. 그런데 이번에는 이례적으로 원장의 임원회의 발언을 공개했습니다. 특히 이 원장은 임원회의에서 구체적인 사건의 사례를 들기도 했는데요, 오늘 뒷담화에서는 관련 사건에 대해 설명을 하구요, 향후 자본시장 빌런(악당)에 대한 조사 계획에 대해서도 살펴보겠습니다.

-우선 하한가 사태가 언급됐네요.

△지금 이복현 원장의 머릿속에 있는 사건을 보면 아마도 절반 이상은 주가조작 대책에 꽂혀 있을 것입니다. 지난 4월에 SG증권발 사태로 8개 종목이 하한가를 기록했잖아요. 여기에 주가조작단이 개입된 것이구요. 그동안 주가조작이 몇개월 간 작업했다가 수익 챙기고 빠지는 형태였는데, 이번에는 무려 3년간 스멀스멀 주가를 올려서 ‘초유의 주가조작’ 사건이라고 불렸습니다.

그런데 이번 달에도 5개 종목(동일산업(004890), 만호제강(001080), 동일금속(109860), 대한방직(001070), 방림(003610))이 지난 14일 무더기 하한가를 기록했구요, 3년 넘게 스멀스멀 주가를 올렸다가 급락한 것입니다. 대규모 주가조작 사건이 1년에 두차례나 발생하는 건 유례가 없는 상황입니다.

주가조작 사태로 지난 4월24~25일 이틀 만에 8개 종목의 주가가 급락했다.


-첫 번째 주가조작은 차액결제거래(CFD)가 주가조작 통로가 돼 반대매매로 급락 사태가 벌어졌는데, 이번에는 어떤 원인인지 전말이 나왔나요.

△사건 조사, 수사 중에는 구체적인 내용에 대해 통상적으로 언급하지 않기 때문에 아직까지는 많은 내용이 드러나지 않았는데요, 관련해 이복현 원장은 지난 15일 국회에서 이렇게 밝혔습니다. 이 원장은 국회 정무위에 출석해서 “해당 종목과 해당 사안을 꽤 오래전부터 챙겨왔던 건”이라며 “빠르게 국민들께 결과를 보여 드릴 수 있을 거라 생각한다”고 말했습니다.

주목되는 점은 4월과 6월 주가조작 사건의 공통점이 있다는 것입니다. 첫째로는 이번 5개 종목도 앞선 8개 종목처럼 장기간 꾸준히 올랐구요, 둘째 하루 만에 동시에 하한가를 찍었으며, 셋째로 하한가를 찍은 유통 주식 수가 적다는 공통점이 있습니다. 유통 주식 수가 적다 보니 1000명 이상의 투자자들이 돈을 모아서 주가를 수년간 꾸준히 올릴 수 있었던 것입니다.

다만 급락한 원인은 서로 다릅니다. 4월 주가조작 때는 CFD를 통한 반대매매 때문이었는데요. 이번에는 CFD 계좌와 무관했구요. 반대매매도 없었던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이번에는 반대매매가 나올 것을 우려한 투자자들이 반대매매 나오기 전에 하나둘씩 매도에 나서다가 무더기로 매도 물량이 쏟아져서 급락했다는 분석이 유력합니다.

주가조작 사태로 이달 14일 5개 종목의 주가가 급락해 하한가를 기록했다. 금융위, 금감원, 거래소는 지난 15일부터 이들 종목의 거래를 중지한 상태다.


-하한가 기록한 5종목은 현재 거래정지 상태인데 언제 풀리게 되나요.

△현재로선 언제 풀릴지 기약이 없는 상태입니다. 금융위, 금감원에 물어보니 “거래정지 상태가 오래 걸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사실 주가조작으로 하한가를 기록했다고 거래정지를 하는 것은 이번이 처음입니다. 지난 4월에는 거래정지를 하지 않았습니다.

근거가 된 규정은 한국거래소의 시장감시와 관련한 조치 제12조입니다. 거래상황의 급변 또는 풍문 등과 관련해 투자자보호를 위해 필요하다고 인정하는 경우에는 최대 매매거래 정지까지 할 수 있다는 내용입니다. 이 규정에 따라 이번에 거래정지를 한 것에 대해 금융당국은 “투자자 보호 차원”이라고 설명했습니다.

지난 4월에 8개 종목이 하한가 폭락이 있었는데 그 뒤에도 ‘하한가 따라잡기(하따)’로 이들 종목을 산 투자자들이 있었습니다. 이정도 떨어졌으면 오를 것이라고 생각해서 매수를 한 건데 당시에 더 떨어졌거든요. 그러다보니 투자 손해가 있었구요. 이번에는 방치하다가 더 큰 손해를 입을 수 있으니, 이런 사태를 미연에 막자는 취지로 해서 이번에는 거래정지 ‘초강수’를 썼다고 합니다.

다만 이번 하한가 사태 5개 종목의 거래가 중지된 가운데 증권사가 거래 정지 종목에 대한 신용 대출 이자를 지속해서 징수하는 데 대한 불만도 제기됩니다. 투자자로서는 주식 손절매가 불가능하고 대출 만기 연장도 되지 않는 상황에서 발이 묶인 채 이자만 납부해야 하기 때문입니다. 증권사는 “현금을 빌린 개념이므로 당연히 이자는 받아야 한다”는 입장인데요, 투자자 입장에선 불만이 있는 건 사실입니다.

이원석 검찰총장(왼쪽)이 지난 22일 서울 여의도 한국거래소 서울사무소를 찾아 손병두 거래소 이사장을 만났다. 이 총장은 “한 번이라도 불공정거래 행위를 한 경우에는 일벌백계로 다스려 패가망신을 해야한다”고 말했다. 검찰총장이 거래소를 찾은 것은 사상 처음 있는 일이다. (사진=연합뉴스)


-향후에 나올 대책이 있나요.

△현재 금융위, 금감원, 한국거래소, 서울남부지검이 이번 주가조작 사태를 조사나 수사 중입니다. 4개 기관이 관련돼 있다 보니 서로 조율하고 논의하는데 시간과 절차가 필요하기 때문에, 대책 발표 시점은 당장 언제라고 못박을 순 없습니다. 다만 조사 결과에 앞서 주목되는 점은 자본시장과 관련한 ‘그물망 조사’가 진행되고 있다는 점입니다.

1)현재 18개 증권사에 대한 금감원 조사가 진행되고 있습니다. 이는 CFD 계좌에 대한 집중점검인데요, 3400개 CFD 계좌의 40개월치 거래내역을 조사하는 것입니다. 국내 13곳, 해외 5곳 증권사니까요, 웬만한 증권사는 모두 조사 대상에 오른 것입니다.

2)유사투자자문업에 대한 조사도 진행됩니다. 지난달 금감원 내에 전담조직인 ‘유사투자자문업자 등 불법행위 단속반’이 설치됐습니다. 첫 번째 주가조작에서 라덕연 대표가 유사투자자문업·투자자문업 등록 및 폐업을 반복하면서 투자자를 모집했습니다. 유사투자자문업체 수는 2019년 말 868곳에서 올해 2139개(5월15일 기준)로 3년여 만에 2배 넘게 급증했는데, 유자투자자문업, 리딩방이 불법의 온상이 되고 있어 이를 조사하기로 한 것입니다.

3)온라인 카페에 대한 특별단속도 진행됩니다. 금감원이 특별단속반을 꾸리구요 6월부터 12월까지 특별단속 기간으로 정해 조사를 하기로 했습니다. 특히 이번달 하한가 사태의 경우 온라인 주식카페 운영자가 연루된 의혹이 제기됐거든요, 이 때문에 온라인 카페를 통한 주가조작 정황을 전방위로 조사하고 있습니다.

4)부당이득의 2배까지 과징금을 부과하는 자본시장법 개정안도 국회 처리를 앞두고 있습니다. 이원석 검찰총장은 지난 22일 “부당이득 산정과 관련해서 자본시장법 개정안이 국회 정무위원회를 통과해서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에 계류 중인 만큼 조속하게 본회의를 통과해 부당이득에 해당되는 그만큼 엄중한 처벌이 이뤄지도록 기대하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주가조작이 잇따라 터지는 상황이기 때문에, 법사위 계류 중인 법안이 신속하게 처리될지도 주목해서 봐야 합니다. 오는 29일 오후 2시에 열릴 예정인 법사위 전체회의를 주목하는 이유입니다.

-그런데 이렇게 조사하고 대책을 세워도 주가조작 등 증권범죄를 원천적으로 막을 수가 있을까요.

△‘과연 막을 수가 있을까’라는 걱정이 돼서요, 전문가를 찾아가서 물어봤습니다. 하한가 사태가 터졌던 지난 14일 당일 금융 전문가인 김우진 서울대 경영학과 교수님과 인터뷰를 했는데요, 김 교수님은 이대로 가면 제3의, 제4의 주가조작이 또 터질 것이라고 하더라구요. 미국과 달리 우리나라는 솜방망이 처벌에 그치기 때문에 주가조작단이 죄의식 없이 개미들 피눈물 흘리게 하는 것이라고 꼬집었습니다.

미국과 우리나라가 얼마나 다른지 사례로 말씀드리면요, 글로벌 금융위기 당시 미국에서 다단계 금융 사기극을 벌인 버나드 메이도프는 2009년에 징역 150년형을 선고받았습니다. 하지만 우리나라는 최대 양형 기준이 징역 15년에 불과합니다. 주가조작단이 수백억원 부당 이득을 챙겨도 수사당국이 부당이득 산정에 실패하면 최대 5억원 벌금만 내면 끝납니다.

이번달 하한가 사태에 연루된 카페 운영자도 이미 주가조작으로 처벌받았는데, 또 주가조작 혐의로 조사를 받는 거거든요. 수백억 수익 챙기고 몇 년간 감옥 갔다가 와서 또 주가조작을 저지르는 악순환 고리를 끊는 게 필요하다고 봅니다.

그리고 금감원은 인공지능(AI)에 기반해 주가조작을 전방위로 포착하는 시스템 구축에 나섭니다. 금감원은 올 하반기에 이같은 ‘증권불공정거래 통합정보시스템’ 구축을 추진할 방침입니다. 더욱 교묘해지고 있는 주가조작을 24시간 정밀 포착하기 위해서입니다. 금감원은 AI 기술력이 우수한 네이버 등 국내 정보기술(IT) 기업들에 자문을 구하는 등 업계와의 협력 방안도 추진합니다.

-주가조작 사건 외에도 이복현 원장이 주시하고 있는 사건들이 많다고 하던데요.

△지난 20일 금감원 임원회의 관련 자료에서 구체적인 사례가 적시됐는데요. 우선 자전거래를 통한 손실보전 혐의가 거론됐습니다. KB증권·하나증권의 경우 고객에게 단기 안전자산에 투자한다고 해놓고 장기 채권에 투자하는 불법 영업을 저질렀고, 이 과정에서 ‘불법 자전거래’를 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습니다.

유진투자증권(001200)은 자사 직원이 유사투자자문업체를 운영하고 있고, 이 과정에서 특정 종목이나 투자 방향을 추천하는 불법 리딩방을 운영했다는 제보를 받고 감사를 진행하고 있습니다.

키움증권(039490)교보증권(030610)은 주가조작 통로가 된 CFD 불법 거래에 연루된 의혹이 금감원에 적발돼 현재 검찰 수사를 받고 있구요. 국내 대형 사모펀드(PEF) 운용사 한앤컴퍼니 직원들은 폭등하기 전에 미공개 내부 정보를 이용해 주식을 미리 사고 시세 차익을 챙긴 혐의가 금감원에 적발됐구요, 현재 서울남부지검이 관련 사건을 수사 중입니다.

이복현 원장은 이같은 사건에 대해서 증권사, 자산운용사 직원들의 모럴헤저드가 발생하지 않도록 철저히 점검해달라고 했구요. 금융당국 차원의 신속하고 철저한 대응을 강조해서요 앞으로 이같은 사건에 대한 조사나 처벌 결과가 잇따라 발표될 전망입니다.

빚내서 주식투자하는 이른바 ‘빚투 지표’인 신용거래융자 잔고가 19조원들 돌파했다. 지난 4월24일 SG사태 이후 주춤했던 빚투가 최근에 다시 늘어나는 양상이다.


-금감원이 빚내서 투자(빚투) 관련 점검도 하지요.

△빚투가 계속 늘다보니 금감원이 관련 점검을 하기로 한 소식인데요.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지난 22일 기준 유가증권·코스닥 시장의 신용거래융자 잔고는 총 19조4289억원으로 집계됐습니다. 이 규모가 SG사태 직후인 지난 4월28일(19조4577억원) 이후 1달여 만에 최대치를 기록한 것입니다. 코스닥의 신용거래융자 잔고는 9조9630억으로, 코스피 잔고(9조4658억원)보다 많았습니다.

특히 지난 14일 하한가 사태에도 빚투는 오히려 늘어나는 양상입니다. 신용거래융자 잔고는 지난 13일 18조9355억원, 14일 19조704억원, 15일 19조1369억원, 16일 19조1495억원, 19일 19조1603억원, 20일 19조1906억원, 21일 19조3274억원, 22일 19조4289억원으로 꾸준히 증가했습니다.

두번째 주가조작 사건으로 주가가 출렁였는데도 빚투 열풍이 좀처럼 사그라들지 않고 있는 것입니다. 이 때문에 금감원이 빚투를 주시하고 있습니다.

-관련해 2차전지 작전주 점검에 나선다고요? 이 소식도 끝으로 다뤄주시지요.

△빚투가 늘어나는 종목을 살펴보니, 2차전지 관련주의 빚투가 급증했습니다. 올 상반기에 2차전지주 주가가 오르면서 빚내서 주식 투자하는 규모도 늘어난 것인데요. 얼마나 늘었는지 한국거래소 등을 통해 확인을 해봤습니다.

이 결과 올해(1월2일~6월23일 기준) 신용거래 잔고율 증가 상위종목 ‘톱5’는 피코그램(376180)(8.09%p), 미래산업(025560)(7.88%p), 씨큐브(101240)(7.68%p), SAMG엔터(419530)(7.46%p), 브리지텍(064480)(6.83%p)이었습니다.

현재 신용거래 잔고율 ‘톱5’ 기업은 KBG(318000)(11.08%), 대모(317850)(10.63%), 티사이언티픽(057680)(9.95%), 나무기술(242040)(9.76%), 유니온머티리얼(047400)(9.75%)였습니다. 2차전지, 반도체, 우크라이나 재건 관련주 등이 포함된 것입니다.

금감원은 이렇게 빚투가 늘어나자 ‘2차전지 작전주’ 솎아내기에 나섰습니다. 방식은 투트랙입니다.

정관에 2차전지 등의 신사업을 추가한 기업은 정기보고서에 진행 경과를 의무적으로 기재하도록 하는 ‘공시 강화’ 방안입니다. 이것은 2차전지 사업도 하지 않으면서 2차전지주로 주가를 띄우는 ‘작전주’를 차단하기 위한 조치입니다. 2차전지 등 신사업을 신규 사업 목적에 추가하고도 추진 경과를 보고하지 않는 기업에 대한 ‘전방위 조사’도 추진됩니다.

투자자들은 오르고 있는 2차전지주에 대한 조사에 불만이 큰 상황입니다. 하지만 두차례 주가조작 사태를 겪은 금감원은 주가조작 재발방지에 올인하는 상황입니다. 특히 이복현 원장은 직을 걸고 ‘주가조작과의 전쟁’에 나섰구요. 올 하반기에 관련 조사 결과가 나올 것으로 보여, 2차전지주를 둘러싼 관심이 더 뜨거워질 것으로 보입니다.

※이슈나 정책 논의 과정의 뒷이야기를 추적해 전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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