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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서대문구 소재 한 건물에서 한 커피숍을 운영하는 A씨는 2017년 3월 임대인 C씨로부터 그해 5월부터 2년간 해당 점포를 임차하는 내용의 임대차계약을 체결했다.
그러다 C씨는 2019년 1월 B씨에게 해당 건물을 매수했다. 임대인 지위를 승계한 B씨는 이같은 사실을 A씨에게 통지하면서 2~3년 뒤 재건축할 예정이라고 알리고, 임대차계약이 갱신된다면 향후 재건축에 관한 조항이 삽입될 예정이라는 것과 임차보증금 및 월차임을 각 5% 증액할 것이라는 점을 알렸다.
이에 A씨는 신규 임차인을 주선하기로 했고, 이를 B씨에게 알리자 B씨는 ’그 신규임차인과 임대차 계약에 응하겠지만, 이 경우에도 이 사건 건물에 대한 철거 및 재건축 계획을 구체적으로 고지하겠다‘고 통지했다.
그러나 A씨는 임대차계약을 종료하면서 재건축 예정 사실을 고지받고도 임대차 계약을 할 임차인을 찾을 수 없었고, B씨가 정당한 사유 없이 자신이 신규임차인을 주선해 권리금을 회수하려는 기회를 방해했다며 손해배상 소송을 제기했다.
A씨는 1심에서 패소했지만, 항소심에서 일부 승소 판결을 받아냈다. 항소심 재판부는 “피고가 ‘신규 임차인에게 재건축 예정 사실을 고지하고 신규 임대차계약 체결 시 반영하겠다’고 말한 것은 신규 계약 체결을 주저하게 하는 것임은 물론, 원고가 신규 임차인이 되려는 자를 주선하더라도 그와 임대차계약을 체결하지 않겠다는 의사를 확정적으로 표시한 경우로서 ‘권리금 회수 방해행위’에 해당한다”고 판단했다.
그러나 대법원 판단은 달랐다.
대법원은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임대인이 신규 임차인이 되려는 사람과 임대차계약 체결을 위한 협의 과정에서 철거·재건축 계획 및 그 시점을 고지했다는 사정만으로는 상가임대차법에서 정한 ‘권리금 회수 방해행위’에 해당한다고 볼 수 없다”고 설명했다.
이어 “이 사건 점포 등 건물 전체는 사용승인일로부터 이미 약 45년이 경과됐으며, 이 사건 고지 내용은 신규 임차인이 되려는 자와 신규 계약을 체결하게 될 경우 ‘수년 내 철거·재건축 계획이 있음을 구체적으로 알리겠다’는 기본 입장을 밝힌 것에 불과하다”며 “피고가 신규 임차인과의 임대차 가능기간을 짧은 기간으로 특정해 고지하려는 확정적인 의사를 밝힌 것으로 볼 수 없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권리금 회수 방해행위‘에 따른 손해배상책임이 성립하기 위해선 원고가 구체적인 인적사항을 제시하면서 신규 임차인이 되려는 자를 피고에게 주선했음에도 피고가 상가임대차법에 저촉되는 행위를 해야 한다”며 “그런데 원고는 피고에게 실제로 신규 임차인을 주선하거나 신규 임차인이 되려는 자에 관한 구체적인 인적사항 등의 정보를 제공한 적도 없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