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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는 예년과는 다른 흐름이다. 매년 11월 11일은 알리바바의 매출이 급증하며 주가가 올랐었기 때문이다. 지난해에도 광군제 한 주 전(4일)부터 광군제 날(11일)까지 주가는 5.84%나 올랐었다. 그런데 이번엔 도리어 주가가 하락한 것이다.
올해 광군제 매출도 좋았으니 이 낙폭은 더 눈에 띄었다. 알리바바의 올해 광군제 거래액은 사상 최대 규모인 83조원대에 달한 것으로 전해졌다. 작년 거래액이 약 45조 7000억원대였으니 거의 두 배 가까이 증가한 셈이다. 코로나19로 인해 올해 소비가 얼어붙었던 것을 감안하면, 이번 광군제는 중국인의 소비가 여전히 견조하다는 점을 과시한 이벤트이기도 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알리바바의 주가가 하락한 건 앤트그룹의 상장 연기와 중국의 대형 인터넷 플랫폼 기업 규제 강화 안이 발표되면서다. 먼저 사우디아라비아의 아람코를 넘어서는 세계 최대규모의 기업공개(IPO)가 될 예정이었던 앤트그룹은 무기한 상장이 연기된 상태다. 또 중국은 대형 인터넷 플랫폼 기업 규제 강화안을 발표했는데, 플랫폼 기업들이 시장 지배력을 남용해선 안된다는 내용이 포함돼 있다. 그동안 플랫폼 기업들은 중국 정부의 묵인 하에 시장지배력을 남용해 기업 규모를 키워온 측면이 있다.
그런데 이러한 시장 움직임은 마윈의 ‘입’이 불러왔다는 시각이 제시된다. 마윈은 지난달 24일 상하이에서 열린 금융서밋에서 연설을 통해 “중국 금융시스템에는 시스템 위기가 없다. 시스템이 없기 때문”이라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시중은행들은 ‘전당포’ 수준에 불과하다고 비유하며 “리스크에만 집중하고 발전을 간과해 많은 기업가들을 어렵게 했다”고도 덧붙였다. 마윈의 작심발언에 중국 금융당국이 크게 화가 났고, 이에 앤트그룹 상장 뿐 아니라 반독점 규제 등의 칼날을 들이밀었다는 것이다.
앤트그룹 IPO야 다시 진행하면 된다지만, 문제는 반독점 규제다. 이 규제는 중국 인터넷 플랫폼의 밸류에이션을 재평가해야 하는 태풍의 눈이 될 수 있어서다. 단기적으로 실적에 타격을 입히지 않더라도 중장기적으로 플랫폼 기업을 옥죄는 결과로 나타날 수 있다. 이 반독점 규제가 일 년에 단 하루 뿐인 알리바바의 축제날 11일 발표됐으니 우연이 아닐 것이라는 시각에 무게가 실린다.
한 번 뱉은 말은 주워담을 수 없다는 것을 보여주고 있는 마윈. 중국의 자수성가 기업가의 표본과 다름 없었던 마윈은 말 한 번 잘못한 벌을 크게 받고 있다. 과연 이 형벌이 얼마나 계속될지 여부에 알리바바 뿐 아니라 중국 플랫폼 기업들의 미래가 달려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