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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데일리는 아베 총리 사퇴를 계기로 한일관계 재정립 방향에 대해 △동북아 미래전략 싱크탱크 여시재의 황세희 연구위원 △이원덕 국민대 일본학과 교수 △박영준 국방대 안보대학원 교수 △신범철 아산정책연구원 안보통일센터장 △기무라 간 고베대 국제협력연구과 교수 △호사카 유지 세종대 교양학부 교수 등 한일 전문가 6명을 인터뷰했다.
아베 총리의 사퇴가 한일관계에 호재가 될 것이라는 장밋빛 전망이 많다. 호사카 유지 교수는 “아베 총리 정도의 극우파가 없기 때문에 후임에 누가 오더라도 현재보다는 나아질 것이라 보고 있다”고 말했다. 아베 정권이 극우파를 결집하기 위해 전략적으로 혐한 정책을 폈지만, 포스트 아베 시대는 다를 것이라는 전망이다.
코로나19 국면에서도 혐한정책을 고집한 전임자가 어떤 결말을 맞았는지 총리 후보들도 목격했기 때문이란 것이다. 호사카 교수는 “전 세계가 한국 진단키트와 드라이브스루가 방역에 효과적이라며 너도나도 도입했지만 일본만 무시했다”며 “한국이 잘하는 것은 입에도 올리지 못하게 한 결과로 아베 정권이 코로나19 대응에 문제가 있다는 여론이 70%가 넘는다”고 말했다.
여당인 자유민주당(자민당) 지지율은 집권 초기에 비해 절반 가까이 떨어진 36%로 폭락했고 일본 국민 절반은 아베 총리의 사퇴를 요구했다. 이 상황을 목격한 차기 총리 후보들이 더는 아베 총리의 혐한 정책을 고집하기 어려워졌다는 설명이다. 신범철 센터장 역시 “그동안 일본 우파의 정점에 아베 총리가 서 있었기에 한일관계가 나빠졌다는 것은 공통적 인식”이라고 말했다.
반면 아베 총리가 사퇴한다고 해도 한일관계가 극적으로 개선되기는 쉽지 않을 것이란 분석도 나온다.
기무라 간 교수는 “아베 총리는 좋든 나쁘든 한일관계와 북한 문제에 관심을 가졌고 그렇기 때문에 남북에 강경책 등 여러 정책을 펼쳤다”이라며 “차기 총리는 아베만큼 한반도에 관심을 갖는 인물이 되지는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일본 정부에도 부담이 되는 한국과의 과거사 문제나 북한과의 관계에 거리를 두고 방치할 가능성이 크다는 것이다. 그러면서 “관심을 바탕으로 한 ‘뜨거운 대립관계’에서 무관심에 바탕을 둔 ‘차가운 대립관계’가 될 수 있다”고 진단했다.
아베 정권아래서 일본 사회가 7년 넘게 우경화하며 혐한정서가 강해졌기 때문에 리더가 바뀐다고 한일관계의 큰 틀이 달라지지 않을 것이란 분석도 있다.
이원덕 교수는 “아베의 사퇴가 정권교체를 의미하진 않는다. 누가 자민당 총재에 오르느냐의 문제일 뿐 정책이나 노선을 달리하는 야당으로의 교체가 아니기 때문에 한일관계는 크게 변화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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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지만 얼어붙은 한일관계를 이대로 방치해서는 안된다는데는 한일 전문가들이 의견을 같이했다. 전문가들은 늦기 전에 양국 교류를 서둘러 회복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대외적으로는 미·중갈등이 격화하고 있고 북한과의 관계도 교착상태다. 한일 모두 한 축이라도 협력관계를 만들어 외교적 부담을 덜어야 한다는 것이다.
특히 가뜩이나 경제 대외의존도가 높은 한국과 일본 특성상 수출규제와 불매운동의 장기화는 양국 모두에게 타격을 줄 수 밖에 없다.
이원덕 교수는 “특히 한국의 손해가 더 크다. 경제 대외의존도는 한국이 더 높고 기술 수준도 전체적으로 일본에 뒤처지기 때문”이라며 “작년 일본이 핵심부품 수출을 제한하면서 국내 소부장(소재·부품·장비) 기업의 국산화로 어느 정도 극복한 측면은 있지만 국제분업체계로 움직이는 세계화 시대에 국산화가 국가전략이 되어선 안 된다”고 강조했다.
국산화 과정에서 자체 개발과 수입선 변경에 따른 비용이 발생했는데 효율 극대화를 목표로 하는 시장경제 논리를 정치논리가 왜곡했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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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19 방역에서의 교류는 현 시점에서 시급한 대안으로 꼽힌다. 황세희 연구위원은 “새롭게 들어서는 일본 총리와 과거사 문제부터 해결하려 하기보다는 새로운 판에서 새로운 대화를 시작할 환경을 만들어야 한다. 인천공항으로 대표되는 한국의 성공적인 방역 시스템 교류를 고려해볼 만 하다”고 제언했다.
국경을 폐쇄하지 않고도 외부에서 유입되는 코로나19 감염자를 철저히 걸러내 국내 전파를 최소화한 방역모델은 내년으로 연기된 도쿄올림픽을 성공적으로 치뤄야 하는 일본으로서는 관심을 가질 수 밖에 없는 만큼 이같은 방역 시스템 협력 등을 통해 양국관계 개선을 위한 계기를 만들자는 것이다.
그러나 한일관계의 근본적 개선을 위해서는 복잡하게 얽힌 위안부·강제징용 문제를 풀어야 한다.
신범철 센터장은 “그간 우리 정부는 강제징용 배상 등의 문제에 있어서 ‘사법부 판단이라 정부가 관여할 수 없다’며 발을 빼 왔다”며 “한·일 양국 기업이 기금을 마련해 징용 피해자에 배상하는 문희상 전 국회의장 안을 중심으로 약간의 유연성을 발휘한다면 관계 개선의 여지를 만들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다만 신 센터장은 “협상력을 높이기 위해 당분간 침묵 모드를 유지할 필요가 있다. 정부가 벌써 일본에 유연한 태도를 보일 거라고 선언하면 일본의 기대치가 높아지기 때문”이라며 “새 총리가 출범하면 그때부터 물밑접촉을 하며 우리가 한일관계 개선을 주도할 협상 카드를 만들어야 한다”고 조언했다.
박영준 교수는 “얼어붙은 한일관계가 우리 경제와 국익을 크게 저해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아베 총리 사퇴 이후 청와대가 후임자와 협력하겠다는 메시지를 준 건 바람직하다”며 “나아가 대법원 판결 문제에 대해 조금 더 전향적인 입장을 선제적으로 제시해 관계 개선 여지를 남길 필요도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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