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군의 무기 관련 핵심 정보들이 빠져나간 사건이다. 기밀 관리 체계가 얼마나 허술한지 여실히 보여줬다. 그런데도 국방과학연구소의 입장은 지극히 상투적이다. “엄중하게 받아들이고 있다. 연구원의 개인적 일탈이다. 기술보호 과정을 살펴보고 보완대책을 마련하겠다” 정도다. 연구소장이 대국민 사과를 해도 시원찮을 판인데 말이다. 연구소의 책임자 누구하나 관련 설명을 하는 이도 없다.
상위기관인 방위사업청 책임자도 보이지 않는다. 대국민 메시지도 연구소와 대동소이하다. “엄중히 인식하고 있다”는 진부한 표현만 되뇌었다. 국방부는 입장을 묻는 언론에 “전 과정에 대해 철저하게 조사가 진행되기를 기다리고 있다”고 했다. 국방장관은 국방과학연구소 이사장이다. 국방부도 책임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는 얘기다. 강 건너 불구경 하는 듯한 모습이라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국가정보원과 군사안보지원사령부의 임무 방기도 따지지 않을 수 없다. 방산기술 보호 명목으로 방산업체 경영에도 관여하던 이들이다. 사고가 일어난 후 사후약방문식으로 일 할꺼면 그 임무와 권한을 줄이는게 옳다.
앞서도 국방과학연구소에선 해킹 사고로 군 기밀이 빠져나갔다. 현직 연구원이 해외 방산업체에 레이더 성능 관련 기밀을 유출해 구속되기도 했다. 재발방지를 약속했지만 허언이 됐다. 이번에 유출된 기밀 규모는 방대할 뿐 아니라 관련 인원도 60여명에 달한다. 단일 기관으로선 최대다. 한 명의 퇴직 연구원이 68만 건의 자료를 빼가는 동안 어떤 제한도 없었다고 한다. 일부 군인의 사건·사고와는 차원이 다르다. 언론 보도를 통해 이번 사건을 접한 국민들이 황당해 하는 이유다. 책임 당국의 인식과 대응이 국민 눈높이에는 모자라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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