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데일리 이승현 기자] 지난 7일 한 시중은행 전산부서는 금융위원회 공문을 받고 급히 철야 전산작업을 했다고 한다. 시중은행 초저금리(연 1.5%) 신용대출에서 고객이 ‘나이스(NICE)신용평가 기준 1~3등급’이면, 은행 내부 산출등급에 미달해도 대출을 내주라는 내용이 담겼기 때문이다. 신용평가사와 은행별 등급산정 기준이 달라 소상공인이 대출을 거절당하는 사례가 늘자 부랴부랴 기준을 통일한 것이다.
금융위도 이런 혼란을 예상 못했던 것은 아니다. 지난달 31일 “나이스평가정보 개인신용등급과 은행이 쓰는 신용등급은 차이가 있어 영업점을 방문해 상담받아야 한다”고 안내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런 문구 하나로 소상공인이 현장에서 느꼈을 절망을 보상할 수는 없다. 대책 발표 이후 실제 시행까지 보름 가까운 시간이 있었지만, 이 문제를 해결하려 적극적 조치는 없었다.
아쉬움은 또 있다. 초저금리 대출제도는 소상공인이 신용등급에 따라 △14개 시중은행(1~3등급) △IBK기업은행(1~6등급) △소상공인진흥공단(4등급 이하) 중 1곳에서만 받을 수 있다. 자금수요를 분산시키려는 취지다. 그러나 1.5% 금리를 적용하는 기간이 다르다. 시중은행 1년, 기업은행 3년, 소진공 5년이다. 은행권 대출이 가능한 소상공인이라면 기업은행으로 갈 유인이 크다. 실제 1~6일까지 14개 시중은행 대출접수 건수는 2만9000여건에 그쳤는데 기업은행에 5만700여건이 몰리며 창구가 마비될 정도였다.
정부는 8일 코로나19로 소득이 감소한 개인이나 자영업자가 최대 1년간 대출원금 상환을 유예할 수 있는 ‘취약 개인채무자 재기지원 강화 방안’을 내놨다. 원칙적으로 담보대출과 보증대출을 제외한 모든 금융권의 신용대출과 서민금융대출이 유예 대상이다. 그러나 “개별 금융회사 프리워크 아웃과 신용회복위원회 채무조정, 캠코 연체채권 매입펀드 등 프로그램별 요건이나 금융사별 지원 내용이 달라질 수 있다”고 단서를 단 게 마음에 걸린다. 앞선 목격한 혼란이 재현될까 봐서다. 이번 대책만큼은 시행 전까지 작은 부분까지 꼼꼼히 살펴봤으면 한다. 그래야 어려움을 겪는 국민이 제대로 된 도움을 받을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