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영석(60·사진) 자본시장연구원장은 최근 이데일리와 만나 코로나19 사태에 따른 경제 위기 대처 방안에 대해 이렇게 강조했다. 자본시장을 통해 경제 전반의 생산성을 높여야 한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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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는 “자본시장은 다양한 플레이어들이 수익 실현과 리스크 분산을 위해 수요와 공급이라고 하는 가격 기능이 잘 작동하는 시장”이라면서 수요와 공급 양쪽에서 문제가 발생한 지금이야말로 자본시장 활성화가 해법이라는 것이다.
박 원장은 “공모펀드, 프라이빗에쿼티(PE), 벤처캐피털(VC), 헤지펀드 등 금융수단의 종류와 구조 측면에서 다양화돼야 한다”면서 “이를 위해 금융투자사에게 액셀러레이터(Accelerator) 겸영 허용과 핀테크(Fin-tech) 기업에 대한 지분투자 요건 완화, 영업용순자본비율(NCR) 관련 사모 전환사채(CB) 및 주식집중위험액 가산 기준 완화 등 정부와 당국의 규제 개선도 반드시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이어 “증권거래세 단계적 인하·폐지와 양도소득 및 펀드 과세체계 개선, 퇴직연금 제도 개선, 금융소비자보호법 제정 등을 통해 저축과 투자의 최종 공급자인 가계에 대한 자본시장 유인체계를 구축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다음은 박 원장과의 일문일답.
-코로나19로 인한 경제 위기가 심각한 수준이라는 지적이 많다.
△코로나19 감염 확산으로 글로벌 경제의 ‘수요’와 ‘공급’ 양쪽 모두 충격이 작용하고 있다. 불확실성이 증폭되며 투자가 위축되고, 외부 활동 기피와 이에 따른 소비심리 악화로 국내 소비와 해외 수출 모두 감소하고 있다는 게 수요 충격적 측면이다. 공급 충격은 중국 등 감염 확산국의 생산 활동이 둔화하면서 글로벌 가치사슬이 교란 되고 결국 제조업 불황 등 실물경제 위협으로 이어진다는 것이다. 코로나19가 처음 중국 우한 지역에서 발생하면서 처음에는 중국이 세계 경제에서 차지하는 비중에 따른 공급 충격 예상됐다면, 지금은 한국을 거쳐 미국과 이탈리아 등 유럽 전역으로 급속도로 번지면서 수요 측면에서 충격이 훨씬 크게 영향을 미치고 있다. 따라서 일시적 공급 교란보다는 수요 충격의 영향이 깊고 지속할 수 있기 때문에 사태가 장기화할 경우 기업 부채 등 부실화에 따른 글로벌 금융위기 우려도 커질 수 있다.
-국내 경제 영향은 어떨 것 같나.
△2003년 중국 후베이성에서 발발한 사스(SARS·중증급성호흡기증후군) 사태 때 홍콩의 민간 소비는 추세 대비 약 6% 감소했다. 이번 코로나19 사태는 글로벌 경기둔화 우려와 함께 지역사회 감염에 따른 내수 부진까지 겹치면서 국내 민간 소비 중 음식점 및 숙박, 스포츠 및 문화, 교통, 교육 등 약 40%에 해당하는 업종 부문이 감염 확산에 영향을 받고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이는 한국의 높은 자영업자 비중과 가계부채 문제로 까지 이어지며 충격이 확대될 소지가 크다는 것을 의미한다.
-사회적 거리두기 때문에 소비심리가 더 둔화된다는 의견이 있는데.
△확산 속도를 늦추고 환자 수 증가율을 둔화시키는 것이 인류의 생명을 구하는 길이라는 게 방역·의료계의 공통된 시각이다. 코로나19 확산에 따른 사회적 거리두기, 재택근무 시행, 각종 모임 자제 등 정부의 정책적 가이드 라인은 확산 속도를 늦추기 위한 기본적 접근 방법이다. 하지만 이 경우 소비자들의 경제 활동이 줄어들면서 생산과 소비라는 순환 구조에 대한 연결고리는 끊어지게 된다. 따라서 정부는 방역 강화로 줄어드는 ‘인명 희생’과 ‘경제적 코스트(비용)’ 사이에서 얼마만큼 감당할 수 있는지 ‘트레이드오프’(Trade-off·하나를 얻으면 반드시 다른 하나는 희생해야 하는 경제 관계) 해야 하는 딜레마에 빠진다. 만약 경제적 코스트가 감당할 수 없는 수준으로 증가하면 이에 따른 의사결정이 필요할 수도 있다.
-위기 해법은 무엇이라고 보나.
△최근 성장기업과 성숙기업 모두 성장성 및 수익성이 둔화하고 있는 만큼 역동성 회복을 위해 혁신산업 성장에 더욱 ‘드라이브’를 걸어야 한다. 특히 자본시장의 자원배분 기능 개선을 통해 하이테크(High-tech·첨단기술) 기업의 탄생과 성장을 촉진해 경제적 생산성을 높여야 한다. 원활한 자본 배분을 위해 자본시장의 위험분산 기능을 높여야 한다. 위험과 기대수익이 높은 혁신기업에 대한 적극적인 자금 공급을 위해 금융투자사들의 혁신도 촉진해야 한다. 또 금융수단 설계 및 운용 주체인 자산운용사들의 역량을 강화해 자본시장의 자금 수요자와 공급자 간 연계 기능을 강화해야 한다.
-자본시장의 역할이 중요한가.
△자본시장은 다양한 플레이어들이 수익 실현과 리스크 분산을 위해 수요와 공급이라고 하는 가격 기능이 잘 작동하는 시장이다. 투자자들이 가격 기능을 통해 충분한 수익을 받을 수 있는지에 대한 판단을 하면서 리스크 테이킹(Risk taking·위험 감수)을 하게 되면, 은행 등 금융시장을 통한 간접 금융보다 훨씬 더 효율적으로 자원의 배분이 이뤄진다. 자본시장을 통한 자금의 공급이 결국 혁신성장에 맞는 공급 방법이 될 수 있다.
-구체적인 방안을 말해달라.
△공모펀드, 프라이빗에쿼티(PE), 벤처캐피탈(VC), 헤지펀드 등 금융수단의 종류와 구조 측면에서 다양화돼야 한다. 이를 위해 금융투자사에게 액셀러레이터(Accelerator) 겸영 허용과 핀테크(Fin-tech) 기업에 대한 지분투자 요건 완화, 영업용순자본비율(NCR) 관련 사모 전환사채(CB) 및 주식집중위험액 가산 기준 완화 등 정부와 당국의 규제 개선도 반드시 필요하다. 또 위험과 수익 구조가 상이한 넓은 투자자 스펙트럼 조성을 통해 자금 공급에 대한 금융 마찰을 최소화하는 것도 중요하다. 이를 위해 증권거래세 단계적 인하·폐지와 양도소득 및 펀드 과세체계 개선, 퇴직연금 제도 개선, 금융소비자보호법 제정 등을 통해 저축과 투자의 최종 공급자인 가계에 대한 자본시장 유인체계를 구축해야 한다.
박 원장은…
△1960년 서울 출생 △1985년 서울대 경영학과 졸업 △미국 펜실베니아대 와튼스쿨 경영학(MBA) 석사 및 박사 △일본 국제대 조교수 △동국대 부교수 △서강대 경영학부 교수 △미국 캘리포니아주립대 객원교수 △금융위원회 금융발전심의회 위원 △서강대학교 경영학부 학장 겸 경영전문대학원장 △국민경제자문회의 거시금융분과 위원 △한국증권학회장 △금융투자협회 자율규제위원 △한국금융학회장 △공적자금관리위원회 위원장 △2018년~현재 자본시장연구원 원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