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추가적 도발 징후냐 아니냐 …의견 분분
북한을 전문적으로 분석하는 워싱턴 싱크탱크인 38노스는 7일(현지시간) 전날 촬영된 상업 위상사진을 토대로 미사일 발사대와 엔진시험대 재건 공사가 빠르게 진척되고 있으며, 정상가동 상태로 회귀한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같은 날 또 다른 싱크탱크인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의 빅터 차 한국석좌와 조지프 버뮤데즈 연구원이 북한 전문 사이트 ‘분단을 넘어’에 올린 보고서도 북한이 서해 발사장에서 발사대와 수직 엔진 시험대의 주요 부품들의 복구를 계속하면서 이를 정상가동 상태로 되돌렸다고 쓰여있다.
앞서 38노스와 CSIS는 지난 2일 촬영된 상업용 위성사진을 분석한 결과 동창리 발사장이 복구되고 있다고 처음 공개한 바 있다. 여기에 발맞춰 한국의 국정원도 5일 국회 정보위 간담회에서 동창리 미사일 발사장과 관련, “철거 시설 가운데 일부를 복구하고 있다”며 확인했었다.
아직 북한의 의도에 대해선 평가가 엇갈린다. 먼저 ‘낙관론’이다. 복구공사가 지난달 27~28일 열렸던 2차 핵 담판 열흘 정도 전부터 시행됐던 만큼, 북한이 정상회담의 성공을 염두에 두고 대대적인 홍보성 폐기 행사를 벌이기 위해 손을 봤다는 분석이다. 아직 추가적인 도발로 단정하긴 이르다는 얘기다.
알렉산더 버시바우 전 주한미국대사는 이날 워싱턴DC에서 CSIS가 주최한 토론회에 참석, “지금으로서는 이것이 중대 사건인지, 북한이 2차 정상회담에 대한 실망감을 표현하려는 것인지 분명하지 않다”고 했다. 그러면서 “북한이 협상을 깨고 있다는 어떤 신호도 없다”며 “협상 종료의 신호인지 북한의 전략구사인지는 아직 판단하기는 이르다고 본다”고 했다. 수미 테리 CSIS 선임연구원도 “이건 트럼프 대통령에게만 보내는 압박전술의 메시지가 아니고 문재인 대통령에게 ‘중재자가 돼 달라’는 메시지이기도 하다”고 했다. 동창리 발사장이 지난해 9월 평양 남·북 정상회담 당시 김정은(왼쪽) 국무위원장이 비핵화 조치의 하나로 완전한 폐기 및 국제전문가들의 참관을 약속한 곳이라는 점에서다.
◇트럼프 ‘사실이라면’ 뺀 뒤 “실망” 번복
반면, 회담 결렬 후 공사가 더욱 진척됐다는 점에서 본격적인 대미(對美) 압박용 카드로 쓰기 위한 도발 징후라는 우려도 만만찮다. 실제로 트럼프 대통령에 이어 미국의 안보사령탑이자 대북(對北) 매파인 존 볼턴 백악관 국가안전보장회의(NSC) 보좌관까지 “사실이라면 매우 실망할 것”이라고 경고했지만, 북한은 아랑곳하지 않는 모습으로 비치기 때문이다. 빅터 차 석좌는 토론회에서 “북한은 평화 선언도, 연락사무소도 원하지 않는다. 북한이 원하는 것은 제재완화”라며 “이번 발사대 복구는 트럼프 대통령과 세계에 보내는 고의적 행보”라고 했다.
트럼프 대통령도 이날 백악관에서 안드레이 바비시 체코 총리와 양자 회담을 하기에 앞서 기자들과 만나 “실망스럽다”고 했다. 이틀 연속 같은 표현을 썼지만, 전날(6일)과 달리 ‘사실이라면’이라는 전제를 뺐다. 그러면서 “지켜보자. 1년 후면 알게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그동안 자제했던 북한의 대(對) 한·미 비난 재개도 의미심장하다. 북한 조선중앙통신은 7일 “남조선과 미국이 ‘동맹’이라는 새로운 명칭의 합동군사연습을 벌려 놓았다”며 “이는 조(북)미 공동선언과 북남 선언들에 대한 위반”이라고 했다. 2차 핵 담판 결렬 이후에도 대화 분위기를 이끌어가고자 북한이 가장 경계하는 키리졸브·독수리·을지프리덤 가디언 연습을 중단하는 대신, 지난 4일부터 참가 병력을 대폭 줄이고, 기간도 축소한 ‘동맹’ 연습을 실시하고 있다. 사실상 북한을 최대한 배려한 훈련에, 그것도 시작 사흘이 지난 시점에서 뒤늦게 반발한 것이다.
다만, 양측 모두 판을 먼저 깨기엔 상당히 멀리 온데다, 정치적 부담도 만만찮다는 점에서 파탄의 길보단, 소위 냉각 기간을 상당 기간 이어갈 공산이 크다. 하지만, 2차 핵 담판 결렬 이후 북한의 비핵화 의지에 대한 회의론이 확산하면서 워싱턴 정가의 분위기가 급속도로 ‘강경 기류’로 흐르고 있어 자칫 북한이 오판을 내릴 경우 그 파장이 쉽사리 가라앉지 않을 것으로 전망된다.